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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이 역할의 성별을 바꾼다면? [NO.172]

정리 | 안세영 2018-01-26 4,422

2016년 <트레이스 유>는 줄곧 남자 배우가 맡아오던 우빈 역에 여자 배우를 캐스팅했습니다. 최근 개막한 <광화문연가>는 처음부터 월하 역에 남녀 배우를 더블 캐스팅하기도 했지요. 그런가 하면 올해 웨스트엔드에서 리바이벌 공연을 올리는 <컴퍼니>는 주인공 바비를 여성 캐릭터로 바꾼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존 뮤지컬에서 성별을 바꿔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뮤지컬 작가와 배우 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의 스위니 토드가 여자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이왕이면 아내 루시가 남편 벤자민 바커 대신 스위니 토드가 되어 직접 자신의 복수를 할 수 있게요. <스위니 토드>를 볼 때마다 늘 루시가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가장 큰 피해자인데, 그녀에게 주어진 결말도 너무 억울하고 비참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설정은 루시가 미친 척해서 터핀 판사 집을 빠져나온 후, 이발사 스위니 토드로 새로 태어나는 거예요. 남편의 면도칼을 이용해 자신과 남편의 복수를 하고, 딸 조안나를 구하는 루시의 모습도 원작만큼 매력적일 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 <레드북> 작가 한정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마츠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주인공 마츠코를 남자로 바꿔보면 어떨까 합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겪을 수밖에 없었던 수난이 남자로 바뀌었을 때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네요. 순진한 여자 선생님 마츠코가 남학생의 사소한 거짓말로 인해 인생의 결이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면, 주인공이 남자일 때 그가 사회나 집단에서 내쫓기는 사건의 시작은 무엇이 될까요? 아마도 내용이나 설정 모두 연쇄적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성별이 작품 자체와 떼놓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해 보면, 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성별이 얼마나 큰 (때로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새삼 놀랍습니다.  - <난쟁이들> 작가 이지현




<팬레터> 세훈·히카루
제가 쓴 뮤지컬 <팬레터>에서 세훈을 여자로, 히카루를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사실 스토리상 바꾸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세훈의 연기 폭이 넓은 편이라 여자 배우가 표현하는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더라고요. 또 뮤즈의 성별은 고정된 것이 아니니 남자 모습을 하고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그 시대 선배 작가들이 열어준 한 여성 작가의 탄생기가 될 것 같은데, 이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아예 칠인회의 다정한 모습이나 해진과 이윤의 대화 장면까지 멋진 여자 선생님들 모습으로 보고 싶기도 합니다. - <팬레터> 작가 한재은




<더 데빌> X
두말할 것 없이 <더 데빌>의 X-WHITE와 X-BLACK입니다. 초연 당시 그레첸으로 참여했지만 X라는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여름 <알앤디웍스 콘서트>에서 X의 넘버인 ‘X’와 ‘그 이름’을 불렀는데, 직접 무대에 오르니 더욱 X라는 캐릭터가 탐이 나더라고요. 다시 한 번 <더 데빌>에 출연한다면 X를 맡아보고 싶어요. 선과 악을 대표하는 존재가 남성으로만 국한될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 공연 중인 <광화문연가>에서도 월하 역을 정성화 배우와 함께 맡고 있는데, 직접 공연을 관람해 보니 성별로 인해 캐릭터의 결은 물론 공연 분위기까지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더 데빌> 역시 X의 성별이 바뀜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와 동시에 존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역할을 바꿔봐도 재밌겠네요. 절망에 빠진 그레첸을 두고 X-WHITE와 X-BLACK이 내기를 하는 거죠. 물론 이때 X는 모두 여자! 그레첸의 선택에 따라 존 파우스트가 점점 미쳐가면서 ‘매드 그레첸’ 대신 ‘매드 파우스트’란 곡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 <광화문연가> 배우 차지연




<배니싱> 케이
“그거 꼭 남자가 해야 돼요?” 2016년 <트레이스 유> 재공연을 앞두고 제작사 대표님에게 던진 이 질문 덕에 그 전까지 남자 배우만 맡아왔던 우빈 역에 캐스팅될 수 있었어요. 저는 우빈을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볼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죠. 만약 또 다른 남자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면… <배니싱>의 뱀파이어 케이는 어떨까요? 뱀파이어 역시 성별을 초월한 존재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렛미인>에 나오는 뱀파이어 아이도 성별이 없잖아요. 어쩌면 영생을 사니까 생식 능력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죠. 제가 케이를 연기한다면 남녀 안 가리고 모두 유혹해서 굴복시키는 장면을 추가하고 싶네요! 음, 너무 갔나? - <올슉업> 배우 안유진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여신님, <레베카> 댄버스
저는 세 가지 역할이 떠올랐어요. 먼저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중인격자 지킬. 가창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남자 배우에게만 허락되는 자리인데, 이 멋진 역할을 여자 배우 버전으로도 보고 싶어요. 또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남신님이 보고 계셔>로 바꿔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남북한 여자들이 모인 곳에 남신님이 계신 버전으로! 마지막으로 <레베카>에서 죽은 레베카에게 집착하는 집사 댄버스 역에 혼성 캐스팅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남자 배우가 댄버스 역을 중성적인 매력으로 표현하면 미스터리하고 그로테스크한 맛이 더해지지 않을까요? ‘레베카’라는 명곡을 남자 배우가 부르면 어떨지도 궁금해요. - <레드북> 배우 지현준





<은밀하게 위대하게> 원류환·리해랑·리해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등장하는 특수공작부대 출신 간첩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을 여자로 바꿔보고 싶어요. 여자 배우들이 나서서 화려한 액션과 끈끈한 우정을 보여줘도 멋질 것 같거든요. 그럼 원작 웹툰과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탄생하겠죠? 저는 지난해 이 작품에서 평범한 남한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리해진 역을 맡았는데요, 여자 리해진이 남장을 하고 남고로 가는 설정이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왕이면 그 학교 남학생들을 제패하는 걸로! - <여신님이 보고 계셔> 배우 윤지온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2호 2018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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