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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보는 재미가 있는 뮤지컬 뮤직비디오 [No.173]

글 |안세영 2018-02-22 3,513

뮤지컬 뮤직비디오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볼륨을 올리는 엔지니어의 손. 반주가 시작되고 녹음실 안에 서있는 배우의 모습이 보인다. 노래하는 배우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다. 곧이어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나 프로필 촬영 현장에서 찍은 영상이 교차 편집된다. 뮤지컬 뮤직비디오가 대체로 이 같은 공식을 따르는 이유는 물론 한정된 시간과 비용 안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영상 세대인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한 홍보 영상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뮤지컬의 핵심 콘텐츠인 음악을 ‘보는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고퀄리티 뮤직비디오 또한 속속 등장 중이다. 최근에는 <팬레터>와 <난쟁이들>이 녹음실을 벗어난 특별한 장소에서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이하 MV)를 선보였다.

 

 


<팬레터> ‘그녀를 만나면’ MV
지난 11월 재연을 올린 <팬레터>는 OST 음반 발매를 앞두고 ‘Number 7’, ‘눈물이 나’, ‘그녀를 만나면’, ‘해진의 편지’ 4곡의 MV를 공개했다. 제작사 라이브 기획팀은 “많은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로 ‘해진의 편지’나 ‘내가 죽었을 때’를 꼽는다. 하지만 두 넘버는 분위기가 무겁고 공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 초반부의 밝은 노래 위주로 MV를 제작했다”고 지금의 넘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세 편의 MV 가운데 ‘그녀를 만나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옥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팬레터>를 극장이 아닌 한옥에서 실제처럼 재현해보고자 한 의도다. MV에는 공연에서처럼 히카루에게 편지를 쓰며 행복해하는 해진과 그런 해진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세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중간에 배우들이 대사를 치며 연기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영화 예고편이나 영화 OST MV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팬레터>는 초연 때에도 한옥을 배경으로 프로필 사진과 티저 영상을 촬영한 바 있다. 당시에는 만해 한용운의 생가였던 심우장과 법정 스님이 자야 김영한의 시주를 받아 세운 길상사를 촬영지로 삼았다. MV 역시 같은 장소에서 촬영할 예정이었으나, 대관 일정이 맞지 않아 북촌에 자리한 백년 넘은 고택 가예헌을 빌려 촬영했다. 영상 제작은 초연 티저 영상을 선보였던 ‘비주얼크루 숟가락’이 다시 맡았다.

 

라이브 기획팀은 뮤직비디오 촬영이 어려운 이유로 비용 뿐 아니라 촉박한 시간을 꼽았다. “출연 배우의 스케줄을 한날한시에 모으기 어렵다 보니, 뮤직비디오 촬영과 프로필 사진 촬영을 병행해야 했다. 야외 촬영인 만큼 날씨와 주변 소음으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기도 한다.” 실제로 MV 촬영 당일 해가 저물고도 촬영이 이어져, 계획에 없던 야간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행히 조명 아래서 분위기 있는 장면을 담을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뮤직비디오에 숨은 의미
MV 중간에 히카루가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뒤이어 세훈이 같은 장소를 같은 포즈로 걸어간다. 이는 두 인물이 결국 한 사람이라는 걸 암시하는 장면. 두 장면 모두 슬로 모션으로 편집해 의미심장하게 표현했다.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
‘그녀를 만나면’ MV에는 원래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더 있었다. 바로 세훈이 종이에 손을 베이자 해진이 빨간 약 ‘옥도정기’를 발라주는 장면. 하지만 이 장면의 대사는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갔고, 완성본에는 해진이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만 남았다.

 

 

 


<난쟁이들> NEW ‘끼리끼리’ MV
2015년 <난쟁이들> 초연을 앞두고 공개된 ‘끼리끼리’ MV는 뮤지컬 MV의 판을 흔들어놓았다. 왕자 셋이 무대 의상을 입고 대학로를 돌며 촬영한 저예산 MV지만, 작품의 성격을 잘 살린 B급 코드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 이번 시즌에는 같은 넘버로 새로운 버전을 내놓았다. 홍보·마케팅사 랑의 안영수 대표는 “지난 MV가 대단한 스타 없이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걸 보고 다시 한 번 MV를 기획하게 됐다. 이번에는 스케일을 키워 배우 전원을 출연시키고, 드론을 이용해 다양한 구도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MV는 <난쟁이들> 배우들이 왕자의 부름을 받고 무대로 복귀한다는 컨셉을 갖고 있다. 영화 <황야의 7인>을 모티프로 한 컨셉이다. MV 속에서 왕자의 부름을 받기 전 배우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용마랜드. 동화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 성격에 맞춰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놀이공원 용마랜드를 촬영 장소로 택했다. 영상 제작은 <난쟁이들> 초연 때부터 랑과 함께 코믹한 홍보 영상을 작업해온 ‘비주얼크루 숟가락’이 맡았다.
이번 MV는 지난 MV를 훌쩍 뛰어넘는 퀄리티로 팬들을 놀라게 했지만, 안영수 대표는 제작 여건상 원하는 만큼의 드라마를 표현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한다. “가요 MV라면 철저한 콘티에 따라 촬영하겠지만, 뮤지컬 MV는 현실적으로 그 정도 준비 시간을 갖기 어렵다. 또 제작 여건과 배우 스케줄의 문제로 프로필 사진과 영상 촬영을 같은 날 진행해야 했다.” 실제로 촬영 당시 모든 배우의 스케줄을 맞출 수 없어 조형균, 최유하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연습실 근처 주차장, 마트, 한강 공원에서 따로 촬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우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수용하는 방식으로 완벽한 콘티 없이도 재미있는 MV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안영수 대표는 궁극적으로 뮤지컬 MV 자체가 하나의 수익성 있는 콘텐츠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가수 싸이가 유명해진 계기는 ‘강남스타일’ MV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음악 시장에서 MV의 영향력이 커졌다. 현재 공연계에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리고, 또 팔리지 않으니 할인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MV를 비롯한 뮤지컬 관련 영상과 음원을 즐기고 소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것만으로 또 다른 수익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팬들도 퀄리티 높은 뮤지컬 영상과 음원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는 공연 관련 영상만으로도 삼십분 이상의 방송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뮤직비디오에 숨은 의미

뮤지컬 초반에 등장하는 난쟁이 찰리의 아버지를 기억하는지? MV 오프닝은 가출한 찰리의 아버지가 보석을 팔려다가 강도를 만나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꿈과 사랑이 사라진 인간 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쓰러진 아버지의 손에는 마지막 희망처럼 찰리의 사진이 쥐어져 있다. 이 같은 오프닝은 왕자들이 이 땅에 꿈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배우들을 소환해 <난쟁이들> 공연을 올리는 메인 줄거리로 이어진다. 오프닝 속 인물을 찰리로 착각하기 쉽지만, 잘 보면 수염을 달고 찰리 아버지의 의상을 입고 있다.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
MV에 유독 많은 개가 등장하는 것은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서…가 아니라 배우들이 데려온 반려견을 즉석에서 출연시킨 것. 최호중, 강정우, 전민준 배우의 반려견, 기획팀 직원의 반려견, 여기에 용마랜드에 사는 개들까지 합세해 현장은 본의 아니게 개판(?)이 되었다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3호 2018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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