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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홈쇼핑 판매 신화 [No.176]

글 |박보라 2018-05-29 3,988
지금 이 뮤지컬의 수량은 얼마나 남았나요?




또 다른 특별함 

지난 4월 14일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1회차 공연이 끝난 후, 지바고로 열연한 박은태 배우가 커튼콜 뒤 다시 무대로 나왔다. 그는 이날 유명 뮤지컬 넘버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이런 깜짝 무대가 벌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다음 날 오후엔 직접 쇼호스트로 방송에 출연한 서영주 배우도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닥터 지바고>의 캐스팅 보드 앞에서 일부 관객들에게 손키스를 건네며 훈훈한 시간을 선물했다. 박은태와 서영주는 바로 얼마 전 롯데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닥터 지바고>의 판매 매진 공약을 실행한 것. 도대체 홈쇼핑에서는 왜 뮤지컬을 판매하고, 배우들이 매진 공약을 내걸며 손발을 걷고 나설까. 

홈쇼핑의 판매 종목이 다양한 생활용품부터 식품, 의상을 넘어 문화 전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몇몇 뮤지컬 제작사가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 뛰어들면서 이젠 ‘뮤지컬 판매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사실 뮤지컬 홈쇼핑 판매의 시작은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다. 2016년 5월 5일 새벽 2시 홈쇼핑 채널 CJ오쇼핑에서 진행된 <마이 버킷 리스트>의 홈쇼핑 판매는 꽤 많은 화제를 불렀다. 해당 뮤지컬 판매는 가수 루시드폴 앨범을 판매한 ‘귤이 빛나는 밤에’, 청춘페스티벌 티켓을 판매한 ‘청춘마켓’에 이은 ‘홈쑈케이스’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됐다. 당시 ‘홈쑈케이스’는 홈쇼핑과 쇼케이스가 결합된 형식으로, <마이 버킷 리스트>에 출연하는 박시환과 손유동이 뮤지컬 넘버를 시연하고 사은품을 설명하는 코너로 꾸며졌다. 



<마이 버킷 리스트> 이후 뜸했던 홈쇼핑 뮤지컬 판매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정적이었던 뮤지컬 티켓 예매처를 다양화함으로써 뮤지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다. 홈쇼핑 판매에 나선 제작사들은 뮤지컬이 비싸거나 고급문화라고 여겨지던 문화적인 장벽을 홈쇼핑 판매를 통해 확 낮추겠다는 목표다. 즉 뮤지컬 시장의 발전을 꾀하는 색다른 도전인 셈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이다. <타이타닉>은 한 시간 동안 4,200장이 팔렸고, <시카고>도 7,200여 장을 매진시키며 4억 3천만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닥터 지바고>도 홈쇼핑으로 준비한 5,200여 장의 수량이 매진됐다. 이러한 화려한 매진 행렬의 가장 큰 이유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예매권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50%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권을 판매한 탓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값비싼 가격 부담을 확 낮췄다. 제작사는 이런 파격적인 할인율이 손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방송을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 그만큼  홍보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닥터 지바고>의 관계자는 “1시간 동안 작품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가능하다보니 시청자들의 이해도 높아진다. 기존의 뮤지컬 관객뿐 아니라 홈쇼핑을 시청하는 일반 대중에게도 홍보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면서 “<닥터 지바고>는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1960년대 오마샤리프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홈쇼핑을 통해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경우도 홈쇼핑을 통해 색다른 홍보 창구를 열었다. 올해로 14번째 시즌을 맞이한 <시카고>는 이미 작품성과 인지도 면에서 인정받은 작품으로 꼽히는데, 이번 홈쇼핑 방송을 통해 쇼케이스와 토크쇼를 선보이면서 새롭게 작품을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홈쇼핑 판매에는 할인뿐 아니라 구매자의 구미를 당기는 여러 가지 조건도 준비됐다. <타이타닉>은 모든 구매 고객에게 미니 프로그램북을 증정했고, 방송 당시 추첨을 통해 샤롯데씨어터 VIP룸에서의 식사가 포함된 VVIP석 패키지, 배우 사인 포스터를 포함한 기념품이 제공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홈쇼핑 뮤지컬 판매 특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만큼 제작사들은 기존 뮤지컬 관객과 일반 대중의 관심이 구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판매 구성을 꾸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는 후문. <닥터 지바고>는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로 호평을 받은 만큼, 미니 OST와 미니 프로그램북을 증정했다. 특히 국내 배우들이 직접 부른 미니 OST는 홈쇼핑 구매자들에게만 주어져 그 특별함을 더했다. 홈쇼핑 방송에 ‘가장 빨리, 가장 싸게, 가장 먼저 구매’ 할 수 있는 슬로건을 내세운 작품도 있다. <시카고>는 이러한 슬로건에 맞게 일정 수량의 예매권만 준비해 특별함을 더했다. <시카고>는 홈쇼핑 방송을 통해 공식 티켓 오픈 하루 전 선예매, 50% 할인된 예매권 그리고 정품 프로그램북을 제공했다. 




뮤지컬 판매 블루오션
뮤지컬의 홈쇼핑 진출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젊은 층을 넘어 다양한 연령층의 구매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롯데홈쇼핑 측에 따르면 기존 40~50대 주부 고객층에서 뮤지컬이나 문화 소비가 높은 20~30대로 고객 연령층이 낮아졌고, 남성 고객들의 구매도 상당수 증가했다. 

새로운 관객층의 눈을 사로잡은 건, 직접 홈쇼핑에 출연해 공연을 소개하는 배우들이다. 지금까지 홈쇼핑 뮤지컬 판매 방송에서는 직접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가 등장해, 뮤지컬 넘버를 시연하거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흥미를 높였다. <마이 버킷 리스트>에서는 박시환과 손유동이, <타이타닉>에서는 정동화가 출연했다. 또 <시카고>는 최정원, 남경주, 아이비가 무대를 꾸몄고, <닥터 지바고>는 서영주가 화려한 언변을 펼쳤다. 서영주는 <닥터 지바고>의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로, 상세하고 친밀하게 작품 소개를 해줄 수 있는 적합한 배우라는 내부의 뜻에 따라 이번 출연이 성사됐다. <시카고>의 경우에는 오랜 시즌 무대에 오른 최정원, 남경주, 아이비가 홈쇼핑 판매 제안을 받자마자 힘을 합쳤다. 특히 <시카고>는 생방송 중에 출연 배우가 직접 하이라이트 무대를 시연한 것도 눈여겨볼 점. <시카고>를 잘 모르는 고객을 위해 무대 시연의 쇼케이스 형식이 결합될 수 있도록 제작사에서 구성을 제안했다는 것이 숨겨진 뒷이야기다. 전체적인 방송의 흐름은 홈쇼핑 측에서, 무대 시연 구성은 제작사인 신시컴퍼니 측에서 주도했다. 라이선스 공연인 <시카고>는 무대 디자인이나 소품 등을 미리 제작사에서 확인한 후 진행했다. 이미 여러 시즌 <시카고> 무대에 올랐던 베테랑 배우들인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는 총 4곡의 시연 무대를 선보였는데, 2곡은 사전 녹화로 나머지 2곡은 라이브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홈쇼핑 방송은 제품의 특성, 예산과 비용, 심의 등 여러 가지 조건들에 따라 편성이 결정된다. <시카고>의 경우 컴퍼니로서는 홈쇼핑을 통해 공연 예매권을 판매하는 최초의 시도로,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대해 홈쇼핑 측과 많은 회의를 통해 방송을 제작했다. 또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이유로는 해당 시간이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 소비가 높은 고객층의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소비 패턴 및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시대 속에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마케팅을 고민하게 됐다”고 뮤지컬 판매에 대해 설명했다. 롯데홈쇼핑 마케팅전략팀 이태호 팀장의 기획 아래, 단순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켓 트렌드를 주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러한 콘텐츠 방송을 론칭하며 색다른 트렌드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롯데홈쇼핑 측은 “‘롯데홈쇼핑에서 신나게 놀아보자!’는 취지로 지속할 수 있는 방송을 기획하게 됐다”며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범주에서 전 연령층이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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