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글로벌 네트워크 컨퍼런스, 하나의 아시아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
지난 1월 13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는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부대 행사 일환으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주제는 창작뮤지컬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방안이었다. 한국 뮤지컬은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발전해 3천5백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이는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높고 인구수가 많은 일본 뮤지컬 시장과 비교하면 굉장히 발달한 규모다. 일본의 뮤지컬 시장은 5천억 원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국 뮤지컬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해외 진출이 시도되었고 2010년부터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 시장의 당면 과제를 논의하고 아시아의 뮤지컬 교류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한국뮤지컬어워즈는 3년째 같은 주제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의 사회로 네 명의 발제가 이루어졌다. 먼저 경희대 경영대학원의 지혜원 교수가 ‘브로드웨이 글로벌 유통’에 관해 기조 발표를 했다.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전 세계에 투어와 라이선스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지혜원 교수는 이를 세분화하여 유통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라이온 킹>의 첫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의 경우 디즈니가 호주의 마이클 캐슬 그룹과 손잡고 투어 공연을 마련한 형태이다. <라이온 킹>의 유럽 지역 공연은 네덜란드 소재의 스테이지 엔터테인먼트와의 공동 제작이며, 일본 공연은 극단 시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레플리카 형태의 상업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프로덕션, 학교 프로덕션, 축약된 형태의 키즈 프로덕션 등까지 관리하는, 유통에서 에이전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라이선스 에이전시인 MTI(Music Theatre International)의 사이트를 소개했는데, 그 사이트에는 원작, 장르, 관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라이브러리화하여 바이어들이 원하는 작품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원종원 교수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창작뮤지컬의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을 소개해 왔는데 IT 강국의 저력을 발휘해 창작뮤지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는 중국 뮤지컬 제작사 칠막인생의 양자민 대표가 중국 뮤지컬 시장의 현황을 들려주었다. 2012년 설립한 칠막인생은 지난해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알리문화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는 라이선스 뮤지컬 전문 제작사이다. 2012년 <맨 오브 라만차>를 60회 공연한 후 <애비뉴 Q>, <넥스트 투 노멀>, <사운드 오브 뮤직>, 프랑스 뮤지컬 <코러스> 등 주로 가족 관련 뮤지컬을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 양자민 대표는 중국 뮤지컬의 빠른 성장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한국과 중국의 협력에 대한 제안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뮤지컬 배우 양성에 대한 협력, 한국 창작뮤지컬을 두루 살필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영화 등 파생 상품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는 최근 가장 해외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였다. 강병원 대표는 자사의 작품들이 해외에 진출한 케이스를 소개했다. <마이 버킷 리스트>나 <팬레터>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사업을 들었다. 라이브는 국내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에서 진화해 지난해 한중일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덕션으로 <랭보>를 진행했으며, 중국에서 한국 창작진들이 중국의 유명 가수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쉼 없는 애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라이브가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이브는 해외 진출작을 개발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 개발 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볼 수 있는 모바일북을 제작했다. 해외에 손쉽게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작품 소개와 기록 영상이 있어 작품을 소개하는 데 수월했다고 한다.
마지막 발제자로 EMK인터내셔널의 김지원 대표가 나섰다. 김지원 대표는 라이선스 작품을 로컬라이징하여 새로운 창작물로 만든 예를 소개했다. 그 첫 예로 2010년 공연한 <몬테크리스토>를 소개했다. 이 작품은 2009년 스위스에서 공연한 것을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 맞게 대본을 수정하고 한국화했다. 한국 공연만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현재 전 세계 공연권을 얻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일본 원작을 2014년 한국화하여 개발한 경우이다. 한국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독립된 창작물로 2016년 헝가리에 라이선스가 판매되고 2018년에는 원작사인 일본 토호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2019년 올라가는 신작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도 같은 경우이다. <엑스칼리버>는 2014년 스위스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2016년 라이선스를 구입하고 한국 공연 준비를 하던 중 <몬테크리스토>나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찬가지로 대본 수정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럴 바에야 아예 새롭게 창작뮤지컬로 만들자고 판단, 이미 지불한 라이선스비를 포기하고 창작으로 전환하여 개발한 케이스다.
발제를 마치고 이성훈 쇼노트 공동 대표,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 왕해소 중국해소문화 대표, 토리 와카바 산케이신문 리빙엔터테인먼트 사이트 리더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갔다. 배성혁 위원장은 <투란도트>의 슬로바키아 수출 일화를 들려주며 해외 진출을 위한 공연 전문 에이전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직 전문 공연 에이전시가 등장할 정도로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아 공공에서 맡아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 작품을 중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많이 해온 왕해소 대표는 한국과 중국은 유사한 면이 많아 공연 교류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면서도 중국만의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현지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국 뮤지컬을 수입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양자민 대표는 칠막인생은 가족 친화적인 작품을 선호하는데 한국 뮤지컬 중 그런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대극장 공연을 선택할 때는 중국 관객들에게 익숙하느냐와 가족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원 대표는 한중일 원아시아 마켓을 위한 보편적 작품 개발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본인의 경험으로 일본 시장은 관객 성향이나 취향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마타하리>의 일본 공연은 한국과 전혀 다른 공연으로 만들어졌다며 일본 관객들은 감정을 터뜨리기보다는 극장에서 받은 감정을 안고 돌아가길 원하는 것 같다고 차이를 이야기했다. 이외 뜨거운 논의가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이어졌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5호 2019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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