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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피아노 연주하는 배우들 [No.188]

글 |박보라 사진제공 |신스웨이브, 과수원 뮤지컬컴퍼니 2019-05-02 4,341

피아노 연주하는 배우들 

 

장면 하나, 어린 베토벤이 무대에 등장한다. 술에 취한 아버지의 강압적인 폭언을 듣다가 피아노 앞에 억지로 앉는다. 그리고 결국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 뮤지컬 <루드윅> 중

장면 둘, “진짜로 그 배우가 피아노를 친 거야? 정말 잘하더라”, “맞아! 깜짝 놀랐어. 나도 몰랐는데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대!” -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의 대화 중


 

이야기를 잇는 예술

최근 뮤지컬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이야기는 예술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닐까. 특히 천재적인 예술가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런 뮤지컬에 걸맞은 특징은 천재적인 재능이 무대 위에서 선보여진다는 것. 물론 과거에도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등장해 연주하는 작품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무대 위 피아노 연주는 한층 진화한 형태가 됐다. <광염소나타>와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처럼 배우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다.  

<광염소나타>의 세 주인공은 음악적 재능을 뽐내야 하는 캐릭터로, 초연부터 배우의 피아노 연주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 시즌 J의 음악적 뮤즈이자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작곡가 S로 무대에 오르는 김지철은 “피아노 연주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실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연기하면 카타르시스를 더 많이 느낀다”고 피아노 연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 연기와 노래, 움직임으로 표현될 수 없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는 <루드윅>에서는 작품 속 두 캐릭터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다. 주목받고 있는 배우는 어린 루드윅, 발터, 카를 1인 3역을 해내는 아역 배우 차성제와 이시목이다. 이들은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사연을 가진 세 인물을 연기하는데, 추정화 연출에 따르면 작품 구상 단계부터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역 배우를 떠올렸단다. 때문에 오디션 지원 자격에 능숙한 피아노 실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캐스팅 이후에도 아역 배우의 피아노 연습은 계속됐다. 차성제는 “어린 루드윅이나 카를의 연주곡은 어렵지 않아 특별히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천재성을 가진 발터의 연주곡은 부담이 많이 되어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아역 배우의 피아노 연주를 위해서 제작사에서 고심한 부분도 있다. 이재은 무대감독이 이번 <루드윅>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아역 배우의 안전이다. 때문에 아역 배우에 맞게 피아노와 의자의 높이, 페달의 위치를 세팅해 놨다. 특히 무대 중앙에는 큰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이 피아노로 배우들이 연주하는 것과 동시에 중요한 소품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배우들의 동선을 섬세하게 구성했다. 

<루드윅>에서는 아역 배우 외에도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를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 초·재연에 캐스팅된 피아니스트 겸 배우 강수영은 <머더 포 투>에서 피아노 연주를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반전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루드윅>에서도 공연 내내 무대 위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전반적인 연주를 이끄는 동시에 시작과 끝에서 슈베르트로 등장한다.  그에게 피아니스트와 슈베르트를 동시에 맡긴 의도에 대해 추정화 연출은 이렇게 설명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1년 사이에 차례로 죽음을 맞는데, 베토벤은 고전주의를 맺고 슈베르트는 낭만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다.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겨주듯 베토벤이 슈베르트에게 음악을 이어주는 ‘전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즉, 슈베르트와 피아니스트가 루드윅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이야기를 연주한다는 의미다.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사실 전문적인 피아니스트가 아니라면 연기와 노래와 더불어 피아노 연주까지 맡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광염소나타>의 김지철은 “물론 공연 중 실제 연주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연주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며 피아노 연주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의 시작 전, 가장 긴장되는 장면이 피아노 연주라고 말하는 차성제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도 계속 연습을 한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이런 부담감은 창작진도 마찬가지다. <루드윅>의 추정화 연출은 피아노 연주가 가능한 아역 배우 캐스팅 과정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고백했다. 초연과 재연을 준비하면서 노래와 연기, 피아노 실력이 고루 뛰어난 아역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고. 또 배우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 데는 제작비 문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제작자들은 소극장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최소한의 배우들이 출연하길 원하기 때문에, 연출가로서는 무대에 오르는 단 한 명의 배우라도 귀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추정화 연출은 피아니스트이자 배우인 강수영에게 <루드윅> 캐스팅을 제안했고, 그의 출연이 성사됐다. 

그렇다면 무대 위에서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는 배우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어떨까. 뮤지컬 연습에 피아노 연주가 더해져 많은 노력을 쏟는 배우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 <루드윅>을 관람한 한 관객은 “처음에는 등장하는 아역 배우가 직접 연주를 하는지 몰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다. 정말 신기했다”면서 “배우들이 많은 연습을 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응원하게 됐다”고 말한다. 매번 무대에서 열연과 연주를 동시에 해내는 배우들의 노력으로 음악가들의 삶을 그려낸 무대가 더 풍성해지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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