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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화려해 보이지만, 여전히 열악한 뮤지컬배우의 삶 [No.190]

글 |박병성 2019-07-29 12,224

화려해 보이지만, 여전히 열악한 뮤지컬배우의 삶 

- 2018 뮤지컬배우 실태 조사를 분석하며

 

지난해 한국뮤지컬연구회에서는 『2018 뮤지컬 배우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연구를 총괄했던 이계창 용인대 교수는 “스타 캐스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에서 과연 실제 뮤지컬배우의 삶은 어떠한지 조사하고 싶었다”고 이번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2017년부터 2018년 9월(연구 조사 마무리 시점)까지 뮤지컬 공연에 한 번 이상 참여한 배우 407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 뮤지컬배우만 집중적으로 다룬 조사 자체가 드물 뿐만 아니라 407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전혀 모르던 결과를 도출하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몇몇 통계들은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뮤지컬배우들의 실제적인 삶에 다가갈 수 있었다. 구글 설문지의 51개 문항을 모바일을 이용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설문 결과를 정리하고, 이와 더불어 이번 조사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한 이계창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응답자 분석

성별 여자 175명  43% 남자 232명  57%

연령 20대 163명 41%

30대 167명 40%

40대 61명 15%

50대 이상 16명 3.9%

뮤지컬 배우 경력 1년 미만 28명 6.9%

1년 이상~3년 미만 65명 16%

3년 이상~5년 미만 58명 14.3%

5년 이상~10년 미만 99명 24.3%

10년 이상~20년 미만 114명 28%

20년 이상~30년 미만 42명 10.3%

40년 이상 1명 0.2%

 

한국뮤지컬연구회의 조사는 총 51개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본 글에서는 전체 항목 가운데 중요한 사항들 위주로 다루려고 한다. 이번 응답자들을 분석해 본 결과 2017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참여한 작품 수는 4개가 24.1%로 가장 많았으며, 3개 21.9%, 2개 21.1% 순이었다. 이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응답자들은 1년에 약 두 개 작품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작품 중 지난 21개월 동안 10개 이상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응답자가 7.1%로 상당히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반대로 21개월 동안 한 작품에 참여했다는 의견도 15.2%로 상당히 높았다. 

응답자의 연령대는 20~30대가 전체 81%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이었다. 10년 이상, 20년 미만의 뮤지컬 경력자가 2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전체적으로 경력 10년 미만의 응답자가 61.5%를 차지할 정도로 이번 설문에는 비교적 경력이 낮은 앙상블이나 조연급 배우들이 많이 참여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전공 분야였다. 응답자 등 뮤지컬 전공자는 43.7%, 연극(연기) 전공 30.4%, 성악 전공 6.3%, 무용 전공 5.8% 등 예술 전공자가 무려 94%에 달했다. 과거 같은 조사에서는 경상대나 공대 계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뮤지컬 학과가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서 뮤지컬배우의 등용문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 참여 경로, 오디션 60.2%

오디션 245명 60.2%

제작진 또는 창작진의 요청 114명 28%

지인 소개 41명 10.1%

소속사 결정 5명 1.2%

기타 1명 0.2%

공연 참여 경로 (n=406)

 

계약 현황을 파악하는 첫 질문으로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경로를 물었다. 오디션을 통해 참여했다는 의견이 60.2%로 가장 높았다. 절반 이상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었으며, 다음으로 제작진이나 창작진의 요청(28%)에 따라 참여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배우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오디션 방식을 선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력이 있는 배우 중에는 이미 작품으로 검증된 실력을 굳이 후배 배우들과 경쟁해야 하는 오디션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많은 제작사들이 과열된 시장에서 배우 캐스팅이 작품의 완성도와 더불어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진 현실 때문에 주연 배우의 경우 오디션보다는 섭외를 선호한다. 이계창 교수는 “오디션의 비중이 60%대로 높은 것 같지만 실제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역할은 앙상블이나 조역들이 대부분이라 주역들을 오디션으로 뽑는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런 풍토가 앙상블에서 조연, 주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애초에 제거한다는 주장이다. 경력에 상관없이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기회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같이 캐스팅이 성패를 좌우하는 공연계 현실에서 과연 개선될 수 있을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 뮤지컬 제작자는 “메인 배역의 경우 주로 멀티 캐스팅을 하기 때문에 유명 스타 이외에 가능성 있는 신인이나 실력 있는 조역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며 현재로서는 이런 멀티 캐스팅을 사다리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93.8%가 서면계약

서면계약 381명 93.6%

구두계약 26명 6.3%

계약 형태 (n=407명)

 

유효 응답자 407명 중 381명인 93.8%가 서면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제는 적어도 뮤지컬 업계에서는 서면계약이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2007년 조사(『공연예술 전문인력 직무 및 근로실태 조사』(한국노동연구원, 2007))에 따르면 연극 분야에서 서면계약 비율은 14.8%, 구두계약 25.9%, 계약 없음이 59.3%, 뮤지컬계에서는 서면계약 19.2%, 구두계약 38.5%, 계약 없음 42.3%였다. 서면계약 수치가 매우 낮았으며 뮤지컬계에서조차 계약 없이 진행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11년이 지난 현재 뮤지컬계에서는 서면계약이 보편적인 계약 형태로 자리 잡았다. 서면계약이 일반화되었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43.7% 연습 기간에는 보수가 지급되지 않아

연습 기간에 소정의 연습비(교통비, 식비) 지급 64명 15.7%

연습 기간과 공연 기간 합산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보수 지급 149명 36.6%

공연 기간에만 보수 지급 178명 43.7%

기타 1명 0.2%

응답 오류 12 2.9%

연습 기간 보수 지급 여부(n=392)

 

주 단위로 지급 5명 1.2%

월 단위로 지급 124명 30.5%

공연 전과 중간, 끝난 후 몇 차례로 나눠 지급 231명 56.8%

공연이 종료된 후 38명 9.3%

기타  2명 0.4%

 

이번 조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사항은 연습 기간 중 보수 지급 상황이다. 이에 대해 책임연구자인 이계창 교수는 “43.7%가 공연 기간에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연습 기간이 보통 1개월~2개월 미만(67.6%)인데 그동안 수입이 없어 배우들의 삶이 불안정하다”며 이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를 밝혔다. 연습 기간에 보수를 지급하는 제작사의 경우라도 공연 때와는 다르게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체 출연료를 여러 차례 나누어 주는 지급 방식이 56.8%로 가장 많았는데 이 경우 세 번 지급액을 균등하게 책정하기보다는 공연 전은 계약금 정도로 적은 비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보유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배우는 연습 기간 중 생활의 곤란을 겪는 것이다. 

출연료를 올리지 않더라도 지급 방식을 바꾸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연습 기간을 포함한 계약 기간에 균등하게 지급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연 전에 초기 제작비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인건비는 가급적 티켓 판매가 왕성하게 발생하는 공연 오픈 후로 미루려는 경향이 있다. 제작사의 경제적 여건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공연 제작에 필수적인 비용 이외에는 가급적 공연 오픈 후로 미루려고 한다. 미약하겠지만 현재 상용하는 표준계약서에 연습 기간 중 보수 지급에 관한 원칙을 밝혀서 배우들의 삶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배우 개런티가 회당 출연료로 책정되는 방향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많은 배우들(여러 차례 나눠서 지급 56.8%, 종료 후 한 차례 지급 9.3%, 총 66.1%)이 작품 전체 출연료를 몇 차례에 나누어서 지급받고 있었다. 주나 월 단위로 보수를 지급받는다는 의견이 전체 31.7%였는데 아마도 이와 가까운 비율이 회당 개런티를 받는 비중일 것이다. 이번 설문의 참여 배우가 경력 10년 미만의 앙상블이나 조역 배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도 이들 배우들은 회당 개런티가 아닌 전체 출연료를 나누어서 지급받는 방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계창 교수는 “대형 뮤지컬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의 경우는 앙상블이라고 하더라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출연료를 받지만, 열악한 제작사의 작은 작품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해(2017년) 뮤지컬 작업을 하지 않은 기간

0~1개월 미만 64명 15.7%

1개월 20명 4.9%

2개월 29명 7.1%

3개월 55명 13.5%

4개월 28명 6.9%

5개월 39명 9.6%

6개월 47명 11.5%

7개월 19명 4.7%

8개월 28명 6.9%

9개월 16명 3.9%

10개월 23명 5.7%

11개월  7명 1.7%

12개월 32명 7.9%

 

한 해 동안 실업 기간을 묻는 질문에 1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이 15.7%로 가장 높았다. 1년 중 절반 이상 뮤지컬 공연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30.8%가 6개월 이상 뮤지컬 연습을 하거나 공연을 하지 않았다. 공연을 하는 동안 보수를 높게 받는다면 개미처럼 여름에 모아서 겨울에 쓰련만, 많은 뮤지컬배우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이번 조사에서 일반적인 통념을 깬 것 중 하나는 뮤지컬배우의 총 소득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 출연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작업을 하지 않는 동안 경제적인 목적으로 다른 일을 했는가?’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74%, ‘아니요’라는 응답이 26%였다. 뮤지컬배우들은 불안한 고용과 적은 소득 때문에 상당수가 공연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작품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다른 활동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34.2%가 개인 레슨, 연극 교사, 강사, 강연 등 교육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뮤지컬 이외의 다른 문화 예술 분야의 활동을 한 배우가 22.6%였다. 대략 60% 정도가 전공을 살려 수익 활동을 했지만, 34.2%는 전공과는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뮤지컬배우 출연료

구 분 총 소득 공연 소득 공연 외 소득

응답자 수(명) 비율(%) 응답자 수(명) 비율(%) 응답자 수(명) 비율(%)

없음 0 0 0 0 39 9.6

100만 원 미만 11 2.7 34 8.4 34 8.4

100만 원~500만 원 미만 44 10.8 80 19.7 116 28.5

500만 원~1000만 원 미만 92 22.6 80 19.7 100 24.6

1000만 원~2000만 원 미만 106 26.0 98 24.1 68 16.7

2000만 원~3000만 원 미만 62 15.2 44 10.8 16 3.9

3000만 원~ 4000만 원 미만 32 7.9 23 5.7 12 2.9

4000만 원~5000만 원 미만 15 3.7 12 2.9 6 1.5

5000만 원~7000만 원 미만 13 3.2 14 3.4 5 1.2

7000만 원~1억 원 미만 14 3.4 9 2.2 5 1.2

1억 원~3억 원 미만 14 3.4 9 2.2 3 0.7

3억 원~10억 원 미만 3 0.7 4 1 3 0.7

10억 원 이상 1 0.2 0 0 0 0

총 계 407 100 407 100 407 100

2017년도 뮤지컬배우 일인당 총 소득(n=407)

 

출연료 조사 항목에 따르면 공연으로 인한 연 소득이 1천만 원도 되지 않은 배우들이 36.1%로 상당히 많았다. 소위 문화 산업으로 분류되는 뮤지컬 출연자의 실정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앞서 말한 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극장 공연의 출연자는 앙상블이라 할지라도 생활이 유지될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다. 하지만 열악한 소극장 공연의 경우 개런티도 적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한 해 서울에서 올라가는 뮤지컬 작품 수가 대략 200여 편, 이 중 60% 이상이 소극장 뮤지컬이다. 

뮤지컬배우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자 브로드웨이처럼 최저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배우들의 권리를 대변할 배우 조합도 없고, 제작사들의 권리를 보호할 제작사 조합도 없는 국내 여건상 최저임금제를 실현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이계창 교수는 “배우로서 개인의 권리보다 출연 자체를 기회로 생각하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인력이 많은 구조에서 최저임금제가 실현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대학에서 뮤지컬배우를 배출하는 학과는 무수히 늘었다. 이들 학교에서 한 해 배출하는 졸업생이 수천 명에 이른다. 연극학과, 성악과 등 인접 학과까지 확장시키면 몇 배로 늘어난다. 이러한 인력의 과잉 공급이 앙상블 출연료의 상승을 막고, 작품의 과잉 공급이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를 무한 상승시키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양극화와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남녀 출연료 차이였다. 거의 모든 집단에 만연해 있는 남녀 임금 차이가 뮤지컬배우의 소득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공연 소득과 공연 외 소득을 포함한 총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인 비율은 남자 배우의 경우는 39.2%인 반면, 여자 배우는 절반이 넘는 58.9%였다.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까지 확대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남자 배우 중 62.9%가 2,0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고 여자 배우는 83.5%가 그렇다고 답했다. 게다가 연 소득이 높은 항목으로 가면 3억~10억 원 미만 그룹을 제외하고는 남자의 비율이 여자의 비율을 모두 앞선다. 3억~10억 원 미만의 모집단 인원이 총 4명이라 유의미한 수치로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연 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을 받는 배우의 비율은 모든 그룹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높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임금 체불 경험 48.2% 있다

임금 체불 경험했다 196명 48.2%

경험하지 않았다 211명 51.8%

임금 체불 경험 유무(n=407명)

 

응답자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이 임금 체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적은 출연료에 그마저도 제때에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을 한 배우가 두 명 중 한 명꼴인 셈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임금 체불을 경험해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해결할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임금 체불 등 계약상의 내용을 불이행 시 행한 조치를 물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뮤지컬협회 등 기관에 도움 요청 13명 6.6%

개인 또는 집단으로 제작사 고소 38명 19.4%

끈질기게 지급을 종용하며 기다림 110명 56.1%

제작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포기  76명 38.8%

기타   8명 4%

계약 불이행 시 조치(n=196, 중복 응답 허용)

 

기타 의견까지 세분화하여 전체 의견 중 제작사의 계약 위반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의견은 27%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종용하면서 기다리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극적 대응이 적은 이유는 고용 관계에 있는 제작자와 불편한 관계를 꺼려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후 함께할 가능성이 있는 관계를 고려하면 매몰차게 법적인 절차까지 밟는 행위는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이계창 교수는 이와 더불어 중요한 원인이 “법정 절차까지 가더라도 성공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우들이 법적 소송 절차까지 밟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이 말끔하게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다보니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임금 체불 등 불공정 행위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물었더니,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58.2%로 월등히 높았다. 일부 해결 33.2%, 완전 해결 8.2%로 완전히 해결되는 경우는 10%에 못 미쳤다.

 

열악한 복지 체계

보상을 받지 못함(본인이 비용 처리) 93명 41.2%

피해를 끼친 당사자가 개인 비용으로 보상 5명 2.2%

제작사 측의 담당자가 개인 비용으로 보상 20명 8.8%

제작사 측 보험으로 보상(상해보험) 104명 46%

공연이나 연습 중 일어난 상해 처리(n=226)

 

이번 조사는 뮤지컬배우들의 복지를 묻는 질문에 연습 중 일어난 상해나, 공연 이후의 후유 장애의 보상 문제도 다루었다.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에 상해보험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3년 연구된 공연예술 표준계약서는 배우의 경우 계약 기간에 상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제작사가 보험료를 적게 내려는 목적으로 계약 기간을 공연 기간으로 한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연습 기간까지 포함하는 안을 두었다. 실제 연습 기간에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나기 때문에 몸이 재산인 배우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보상을 받지 못함(본인이 비용 처리) 97명 82.9%

피해를 끼친 당사자가 개인 비용으로 보상 2명 1.7%

제작사 측의 담당자가 개인 비용으로 보상 2명 1.7%

제작사 측 보험으로 보상(산재보험) 15명 12.8%

공연이나 연습 상해 후유증에 대한 보상(n=117)

 

표준계약서의 별도 항목으로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나 연습 도중 상해가 일어났을 때 제작사 측 보험으로 해결했다는 응답이 46%에 불과했다. 그에 못지않은 41.2%가 보상을 받지 못해 본인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응답했다. 솔직히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의심하게 하는 결과였다. 

 

공연이나 연습 당시 입은 치료는 그나마 절반이 넘는 비율로 제작사 측에서 치료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면 이마저도 유지되지 않았다. 공연 이후 후유증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는 82.9%가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표준계약서가 의무 사항이 아니라 구속력이 약하지만 표준계약서 개정 시에는 연습이나 공연 기간 중 입은 상해에 대한 후유증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있도록 성문화할 필요가 있다. 배우는 몸이 재산인데 공연을 마친 후 일을 하는데 지장을 준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한국뮤지컬연구회의 연구의 해결책은 뮤지컬배우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의 필요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와 같은 배우 조합이 가능할까. 이계창 교수는 “배우들의 권익을 침범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명확하지 않다. 갑의 위치인 제작사라 할지라도 제작사마다 입장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결집해야 할 상대 집단이 불분명해서 배우 조합이 결성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계창 교수는 이번 조사는 뮤지컬배우를 특정하여 대규모 조사를 벌인 거의 첫 예로 양적 조사의 하나의 기준 데이터를 제공한 논의의 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한 질적 연구가 이어지길 희망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0호 2019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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