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박규원·양지원
포기할 수없는 무엇
2017년 <최후진술>을 통해 뮤지컬계에 새롭게 포착된 이후 한 번도 레이더망을 벗어난 적 없는 두 배우. 비슷한 템포로 다른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박규원과 양지원이 초연 창작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다시 한 번 같은 무대에 선다. 뮤지컬 잡지에 나란히 실리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하다는 두 배우에게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들어보자.
기대할 수 있는 무대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처음 들었어요?
양지원_ 지난봄 <록키호러쇼>를 하고 있을 때 회사에서 하반기에 이런 작품을 할 거란 소식을 들었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론 창작진분들은 처음에 저를 그레이맨 역으로 염두에 두고 계셨대요. 아무래도 전작 <천사에 관하여>나 <미드나잇>에서 악역을 해서 그랬나 봐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저한테 페터가 훨씬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페터라는 인물에 더 흥미가 갔고요. 페터가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며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특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맡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스케줄상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겠지만, 이 작품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았죠.
박규원_ 저는 출연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을 때 작품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막연하게 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계속 찾아준다는 건 기쁜 일이니까요. 그리고 아주 솔직히 언제 기회가 되면 대극장 무대에 서 보고 싶었는데, 마침 큰 극장에서 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정식 제안을 받았을 때는 “왜 나를?”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아무래도 알앤디웍스에서 제작하는 작품에는 소속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기 마련이고, 이전에 알앤디웍스와 작업했던 외부 배우들은 저보다 훨씬 유명하고 잘하는 분들이었으니까 걱정이 앞섰던 거죠. 괜히 개막도 하기 전에 작품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요. 그래도 욕심을 좀 내서 잘해보자 싶었어요.
새로운 제작사와 작업하게 되면 배우 입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아요. 제작사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박규원_ 저한테 알앤디웍스라는 제작사는 세련된 이미지였어요. 알앤디웍스가 제작하는 작품들은 특유의 세련된 느낌이 있거든요. 그게 뮤지컬 마니아 관객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 친숙할 수 있는데, 이걸 뒤집어 생각하면 관객들이 작품 내용을 알고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팀에 합류하게 됐을 때 알앤디웍스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특히 제가 기대하는 세련됨이 이번 무대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궁금했어요. 어떤 작품으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지원 씨의 경우에는 소속된 제작사가 제작하는 작품에 출연할 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나요?
양지원_ 대본과 음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아닌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배우들이 비슷하지 않을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저희 회사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에 어떤 공연을 같이하자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감사해요. ‘저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이죠. 저희 회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알앤디웍스가 제작하는 작품은 완성도 면에서 퀄리티가 높거든요. 헌데 알앤디웍스에서 제작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소속 배우들이 반드시 출연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소속사와 배우들, 양쪽 모두에게 선택권이 있죠. 물론 소속 배우이기 때문에 우선권이 주어지는 혜택은 분명 있겠지만요.
그럼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어떤 점에서 매력적이었나요?
양지원_ 저는 요즘에 열린 결말보다 단순명료한 주제를 지닌 이야기가 좋아요. 누가 공연을 보더라도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요. 제 생각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굉장히 명확해요. 물론 극 중에서 페터가 신비한 존재 그레이맨에게 돈을 받고 파는 그림자에 대한 해석은 생각하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누군가에겐 양심일 수도 있고, 정체성일 수도 있고, 가치관일 수도 있죠. 크게 보면 이 작품은 결국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일반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편견일 수 있지만, 누군가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틀렸다’고 할 순 없잖아요.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이 작품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려 하는 우리 모습을 꼬집는 이야기 같아요.
박규원_ 저도 지원이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제가 관객 입장이 될 때는 한 번 보면 바로 이해되는 공연이 좋아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해서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대본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는데, 왜냐면 전 이 작품이 욕심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거든요. 페터가 그레이맨에게 그림자를 팔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지만, 그 댓가로 황금 주머니를 얻고 난 다음에는 자기가 필요했던 것 이상으로 돈을 쓰거든요.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흥청망청 쓰죠. 인간이 지닌 끝없는 욕심을 지적하는 작품 아닐까 싶어요.
페터가 황금 주머니를 손에 넣으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혹시 과거에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요?
박규원_ 이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저는 예전에 공연으로 꽉 찬 스케줄이 너무 갖고 싶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공연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매일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굉장히 간절했죠. 그런데 지난 일 년 반 동안 너무 바쁘게 공연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게 내가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지 그 마음을 잊을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제 <블랙슈트> 공연이 끝나서 <그림자를 판 사나이> 개막 때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이 작품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한 번에 한 작품만 하는 게 거의 일 년 반 만이에요. 물론 공연하는 동안에는 너무너무 행복하게 무대에 섰지만, 돌이켜 보면 체력적으로 지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바쁜 상황을 불평했던 거죠. 저희 작품 페터의 이야기도 자기가 원했던 걸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되는데, 페터가 변하는 모습에서 제 모습이 겹쳐져 웃음이 나더라고요.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구나 싶어요.
양지원_ 예전에 한창 가수가 되려고 준비할 때는 가수만 되면 바랄 게 없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거 말고는 또 뭐가 있더라…,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서 좋은 차를 사고 싶었던 거? 사실 이렇다 할 에피소드는 딱 안 떠오르지만,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근데 저는 만약 그레이맨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갖고 싶은 게 없다고 할 것 같아요. 뭐든 가지면 가질수록 욕심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규원 형 말대로 배우로서 작품을 많이 하게 되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지금 내가 작품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작품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웃음)
서로를 향한 끝없는 신뢰
소설을 뮤지컬로 옮기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테죠? 이미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한 배우가 그레이맨과 벤델을 동시에 맡는다고 하던데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요.
박규원_ 원작 소설에서 ‘회색 옷을 입은 사나이’로 표현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저희 작품의 그레이맨이고, 말씀하신 대로 그레이맨을 맡은 배우가 페터의 집사 벤델까지 1인2역을 담당해요. 아직 캐릭터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단계지만, 저는 벤델이 실은 페터의 눈에만 보이는 상상 속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페터의 또 다른 자아 또는 욕심이 인격화된 존재요. 왜냐면 벤델은 페터를 전적으로 따르는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페터의 욕망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거든요. 페터가 벤델한테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게 자기합리화 같기도 하고요.
그럼 그레이맨과 벤델을 전혀 다른 두 캐릭터로 표현할 예정이에요? 연기 노선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박규원_ 지금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그거예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그레이맨과 벤델의 톤앤매너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 중이죠. 관객분들은 한 명의 배우가 그레이맨과 벤델을 번갈아 연기하고 있단 사실을 이미 알고 공연을 보지만, 극 중 페터는 이 사실을 몰라야 하니까요. 저랑 트리플 캐스트인 (김)찬호 형, (조)형균 형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며칠 전엔 셋이서 아예 노선을 다르게 연습해 보잔 이야기도 했어요. 찬호 형이 그레이맨과 벤델에 거의 차이를 두지 않고 연기하면 저는 두 캐릭터를 아예 다르게 표현해 보는 거죠. 형균 형은 그 중간 지점을 찾아서 연기해 본 다음에 뭐가 더 효과적인지 찾자고요.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갈진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두 캐릭터가 명확하게 구별됐으면 좋겠어요.
두 분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했잖아요. 현재까지의 연습 과정을 지켜봤을 때, 이번 작품에서 서로 어떤 장점이 발휘될 것 같아요?
양지원_ 전 배우로서 서로에게 갖는 신뢰가 무대에서 굉장히 좋은 시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연습 과정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랑 형은 워낙 친하다 보니, 저희 둘 사이의 친밀함이 객석에도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상대 배우하고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게 조심스러울 때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저한테 규원 형은 아주 편한 존재예요. 뭐든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박규원’ 하면 노래잖아요. 저희 작품 뮤지컬 넘버들이 상당히 고난도 테크닉을 요하는데 형의 최고 장점인 노래 실력이 잘 발휘될 것 같아요.
박규원_ 저도 공연할 때 지원이랑 같이하면 즐겁고 편해요. 비록 이 친구가 저보다 세 살 어린 건방진 동생이긴 하지만요. (양지원 서른 살 이후로는 다 친구잖아요?) 그치, 세 살 차이면 친구지. 너도 앞으로 너보다 세 살 어린 너 같은 동생을 만나 봐야 할 텐데. (일동 웃음) 이건 예전에 지원이한테도 했던 말인데, 저는 지원이랑 만난 첫 작품에서 저 친구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기 식으로 잘하겠단 인상을 받았어요. 얘는 사람이 좀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웃음) 저는 그게 배우로서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라는 건 결국 관객 설득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싸움인 것 같은데, 어떤 캐릭터든 배우가 자기 생각대로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이면 관객들은 그걸 받아들이거든요. 지원이는 공연 중에 무대 사고 같은 돌발 변수가 생겨도 끝까지 정신을 잘 붙잡고 갈 거라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의지가 돼요.
이번 작품에 뮤지컬배우로서 이런 노래를 부르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 싶은 뮤지컬 넘버가 있을까요?
박규원_ ‘어둠이 내려와’라는 곡이요. 그레이맨이 페터를 잠시 잠재우고 나서 부르는 노래인데,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웃음) 이 뮤지컬 넘버에 가슴이 뛸 정도로 곡 자체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클래식한 발성과 록 보이스를 둘 다 보여줘야 하는 곡이라… (양지원 형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뻔뻔한데, 나는 너처럼 뻔뻔하지 않잖아. (양지원 형은 뻔하지.) 아, 정말, 얘랑 있으면 이렇게 피곤해져요. 어쨌든 ‘어둠이 내려와’는 클래식하면서도 록킹한 곡이라 관객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양지원_ 저는 마지막 뮤지컬 넘버인 ‘널 나에게서 추방한다’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2막 끝에 페터가 모든 걸 다 잃은 상태에서 그레이맨의 마지막 제안을 거절하고 너를 나에게 추방한다면서 부르는 노래예요. 마지막으로 모든 걸 다 쏟아내는 곡이죠. 아마 공연을 보시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박규원_ 제가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널 나에게서 추방한다’는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지원이는 음색도 좋지만 무엇보다 호소력 있게 노래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통해 재평가를 받을 것 같아요. ‘저 배우가 저렇게 노래를 잘했나’ 하고요. (양지원 부담스럽게 왜 이래. 이래 놓고 못하면 어떡하라고!) 그럼 내가 좋은 평 써줄게. (일동 웃음)
생각해 보면, 두 분은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해서 최근 2년 사이에 배우로서 입지가 전과 굉장히 달라졌잖아요. 힘든 시기를 함께한 만큼 남다른 전우애가 있을 것 같아요.
양지원_ 안 그래도 아까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할 때 형이 기분이 묘하다 그러더라고요. 사실 저도 신기하긴 해요. 모든 게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불과 2년 전에는 지금과 상황이 너무 달랐으니까요.
박규원_ 2017년 여름에 공연한 <마르틴 루터>가 저희가 처음 같이한 작품이에요. 당시 제가 어떤 상황이었냐면, 그해 겨울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최후진술>이 제 인생의 마지막 뮤지컬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최후진술>의 김운기 연출님께서 너랑 같이 공연할 만한 짝꿍이 있으면 한번 데리고 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누구를 추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르틴 루터> 프로필 사진 촬영장에서 지원이를 만나게 됐는데, 저 친구랑 <최후진술>을 같이하면 왠지 잘될 것 같단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날 지원이를 처음 만난 거라 이전에 지원이가 공연하는 걸 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원이한테 의사를 물어봤더니 얘도 좋다기에 연출님께 전화를 드렸죠. “연출님, 짝꿍 찾았습니다” 하고요. (웃음)
양지원_ 사실 그때 저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너무 좋다고 그랬어요. 한 작품, 한 작품이 저한테 너무 소중할 때였으니까요.
박규원_ 저는 그날 그때 이 친구한테 “나랑 이거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고 이야기했던 게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했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에 나는 너 때문에 잘됐고, 너는 나 때문에 잘됐다 그래요. 최근에는 지원이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앞으로 살다 보면 분명 서로에게 마음이 상할 때도 있겠지만, 어차피 우린 평생 가야 하는 사이니까 어디 가서 서로 욕하더라도 적당히 안 걸릴 만큼만 하자고요. (웃음)
양지원_ 저는 형한테 이런 이야기 잘 안 하는데, 형은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많이 해요. (웃음) 지원아,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해 같은 조언도 잘 해주고요. 사실 제가 눈치가 좀 부족한 편이거든요. 그런 점을 형이 세심하게 잘 챙겨주죠.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저랑 형은 오만 가지 일을 함께 겪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여러 모습을 봤기 때문에 진짜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로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관계죠. 저보고 어떤 배우랑 제일 친하냐고 물어보면 고민 없이 규원 형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형, 갑자기 왜 웃어? (박규원 난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지난 번에는 분명히 나랑 제일 친하다며! 저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나 봐요. 그럼 저도 제일 친한 사람 다른 사람으로 바꿔 말할게요. (일동 웃음)
두 분 다 매일 공연할 수 있는 배우가 되자는 꿈을 이룬 만큼 앞으로는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싶나요.
박규원_ 이렇게 공연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공연하는 게 쉽게 주어지는 기회도 아니고, 요즘처럼 오디션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는 저라는 배우를 찾아주는 곳이 없으면 무대에 서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포기가 잘 안 돼요. 최근 일 년 반 동안 쉼 없이 계속 공연을 하면서 사실 중간에 잠깐 몸이 아팠던 시기가 있었어요. 당연히 주위에서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 어린 이야기를 들었어요. 팬분들에게도 너무 쉬지 않고 공연해서 걱정된다는 편지를 많이 받았고요. 몸이 아파서 링거를 맞아가며 공연 스케줄을 소화할 때는 저도 제 자신을 너무 소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제가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역시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일단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나은 것 같아요. 뭐든 해봐야 이걸 하길 잘했다 또는 하지 말걸 그랬다 같은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잖아요. 하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판단조차 할 수 없죠. 중학생 때부터 ‘최선을 다하되 후회하지 말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데, 앞으로도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참여할 거예요. 뮤지컬배우로서 후회 없도록이요.
양지원_ 저 역시도 제가 쉬지 않고 공연할 수 있도록 저를 계속 찾아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뮤지컬이 앞으로 펼쳐질 제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그렇게 생각할수록 오히려 무대에 대한 욕심만 커질 것 같아서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인생에 대해 배우게 되고 제 자신도 성장하는 데, 앞으로도 제게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나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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