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포착된 빛나는 얼굴들
새해의 첫 달을 기념해 지난 한 해 동안 무서운 기세를 보여준 신인 배우 네 명과 만났다. <더뮤지컬>은 신년 초 눈여겨볼 신인 배우들을 주목하는 특집 인터뷰, 일명 ‘라이징 스타’ 코너를 한동안 쉬었다. 그런데 신인에게 기대하기 힘든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 배우들은 주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양희준, 호기로운 에너지
2019년 여름 첫 정식 무대에 오른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가 입소문으로 객석을 채워가기 시작한 데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양희준’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 뮤지컬 데뷔 무대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만큼 호기롭게 무대를 휘젓는 신인 배우의 등장은 마니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 어떤 소문보다 빠르게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초연 당시 ‘싱어롱데이’를 진행하며 팬덤을 견고히 해 오는 2월 앙코르 공연을 확정 지은 <스웨그에이지>는 잘 알려진 대로 서울예대 공연 창작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학교에서 출발한 작품. 당시 연기과 학생이었던 양희준은 위아래가 명확히 나뉜 세상에서 자유의 반란을 일으키는 천방지축 주인공 단으로 그 시작을 함께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마추어 작품이 상업화됐을 때 경험 없는 배우에게 같은 기회가 쥐어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는 제가 진짜 배우가 될 줄 몰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이쪽 일에 뛰어들 용기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학도 취직하기 좋다는 경영학과에 들어갔는데, 한 학기를 마치고선 이대로 살면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원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군 복무를 마친 후 다시 예대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일 년.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굳은 각오로 결정을 내린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래도 부모님께서는 제가 안정적인 길을 두고 굳이 불안정한 길을 가려고 하니까 걱정이 되셨나 봐요. 스스로 내린 결정인 만큼 부모님께 제 힘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중간에 잠깐 청원경찰 일을 한 적도 있어요. 입시를 준비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는데, 청원경찰 월급이 셌거든요. (웃음)”
지난해 <스웨그에이지>를 마친 후 반 년 가까이 휴식기를 보내고 돌아온 양희준. 무섭게 떠오른 그에게 작품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섣불리 출연 목록을 쌓기보다 그에 걸맞은 실력을 쌓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단다. 열심히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말이다. 무대 위의 캐릭터가 아닌 인터뷰로 마주한 배우 양희준은 예상외로 차분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단 한 작품으로 스테이지톡 2019 SACA 어워즈(100퍼센트 관객 투표로 후보가 선정되는 시상식) 신인상 후보에 당당히 올랐음에도 별다른 들뜬 기색이 없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솔직히 저는 실감이 잘 안 나요. 부모님께, 그리고 소속사 대표님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죠. 저는 저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거든요.” 그의 이러한 답변에 혹시라도 속상해하지 말 것. 오는 2월 <스웨그에이지>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설 그가 가장 보답하고 싶은 존재는 관객이니 말이다. “작년에 많은 무대에 서지 못해서 저를 응원해 주신 관객분들에게 내년에는 꼭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올해 그 약속을 확실히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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