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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모차르트!>, 기적의 뮤지컬 [No.197]

글 |박보라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20-02-28 9,133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스테디셀러 

2010년 1월 20일, 2010년 8월 14일, 2010년 10월 15일. 세 날짜는 각각 <모차르트!>와 <서편제>, <마마, 돈 크라이>가 대망의 막을 올렸던 초연 첫 공연날이다. 어떤 작품은 초연부터 재연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단한 흥행을 거뒀고, 어떤 작품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10주년의 역사를 만들어온 작품들의 그 역사를 돌아본다.  

<모차르트!>, 기적의 뮤지컬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다섯 시즌에 걸쳐 공연한 <모차르트!>는 천재 모차르트를 인간적인 시선에서 풀어낸 혁신적인 작품이다. 한국 관객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모차르트의 이야기, 아름다운 음악,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의상과 무대는 10년 동안 꾸준히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주요 요소다.



순탄치 않았던 과정  
<모차르트!>는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독일어권 뮤지컬을 대표하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이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작품은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5년 EMK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일본 도쿄 공연을 관람한 후 이듬해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건너가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의지를 다지면서 <모차르트!>의 국내 여정은 시작된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2008년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됐지만, 오리지널 제작사 오스트리아 비엔나 극장 협회(VBW) 측의 까다로운 선정 기준에 맞는 극장을 바로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관에 난항을 겪으면서 예정된 2009년 공연 계획은 무산된다. 이후 EMK뮤지컬컴퍼니는 세종문화회관 대관을 위해 다방면 노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2010년 <모차르트!>의 첫 번째 막이 오른다.  



인간 모차르트의 이야기 
<모차르트!>는 하늘이 내린 괴팍한 천재 모차르트의 모습보다는 귀족과 성직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18세기 예술가이자 자의식을 가진 인간 모차르트의 성장통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초연은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아버지, 연인, 누나 등 주변 캐릭터를 통해 그의 굴곡진 인생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했다. 여기에 5백여 벌의 화려한 의상과 가발, 섬세한 소품과 무대 디자인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달했다. 화제가 된 것은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고 있는 출연진 사이에서 레게머리에 청바지 차림인 모차르트의 모습이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모차르트의 파격적인 모습은 록과 재즈 등 현대 음악과 어우러져 사랑, 자유를 향한 그의 열망을 강조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세 시즌의 무대는 음악적인 이미지를 살렸다. 기본 무대인 계단식 오르막 경사를 오선지로 형상화했다. 1막 시작과 2막 끝에 아마데가 탄 피아노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는 장면은 한국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이다. 큰 우주 속 하나의 별에서 모차르트가 지구로 오고, 죽어서 우주로 다시 떠난다는 의미다. 그리고 관객은 그 별을 바라보며 모차르트를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색다른 변화를 위한 시도
2014년, 네 번째 시즌에는 ‘ALL New MOZART!’라는 부제가 붙었다. 대대적인 변화를 위해 새로운 창작진이 합류했고, 각색, 연출, 무대 디자인까지 현대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가는 천재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길 원했던 모차르트에 주목했다. 자유로운 음악 활동에 대한 욕망 대신 사회의 억압 속에서 정해진 창작 활동을 해야만 했던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을 주목했다. 꿈과 사랑, 가족과 친구 사이의 갈등 등 보편적인 인생의 문제를 다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액자와 거울을 통해 모차르트의 정체성을 표현했고, 무대 전체를 감싸 안는 곡선을 활용해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무대 효과를 보여줬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기존 곡을 편곡하거나 일부 가사를 수정했다.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등의 새롭게 추가된 곡은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 모차르트의 빨간 재킷과 레게머리도 전과 다르게 활용됐다. 대주교 콜로레드와 아버지 레오폴드 사이에서 억압받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빨간 재킷을 통해 구현하고, 이후 독립적인 개성을 드러낼수록 빨간 재킷을 입는 횟수를 줄여 심리적 변화를 드러냈다.

2016년에는 코이케 슈이치로 연출가를 필두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코이케 슈이치로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연출가로 2002년 <모차르트!> 일본 초연의 연출과 가사 번역을 맡았다. 해당 시즌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의 존재를 부각했다. 모차르트의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표현된 시즌으로, 순수하고 자유로움을 갈망했던 음악가의 모습이 강조됐다. 모차르트의 가족 이야기가 자세하게 덧붙여졌는데, 아버지 레오폴드가 성공에 대한 확고한 목적을 띠는 지점이나 누나 난넬이 자신의 재능을 희생하는 에피소드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중앙 무대와 연결된 은교라는 명칭의 작은 무대가 설치된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무대 형식은 대형 공연장에서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수단으로 쓰인다. 2막 엔딩에서 피아노에 앉은 모차르트가 객석 앞쪽으로 서서히 나와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2014년에 이어 무대 디자인을 맡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시대극에 잘 쓰이지 않았던 LED 조명을 무대에 활용한 것도 볼거리다. 외부 프레임과 계단의 외곽마다 LED를 삽입했고, 국내 뮤지컬 최초로 키네틱 라이트를 사용했다. 갓 형태의 키네틱 라이트가 빨강, 파랑,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세련된 장면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스타 캐스팅의 시작
<모차르트!>는 국내 뮤지컬계에 본격적인 스타 캐스팅을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초연의 유희성 연출가는 모차르트를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인물이라고 정의하며 록스타 혹은 아이돌 이미지의 배우를 원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외모나 목소리를 지닌 배우를 찾은 이유다. 초연은 뮤지컬배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던 임태경, 박건형, 박은태와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당시 활동명 시아준수)가 출연했다. 각각 팝, 뮤지컬, 성악에 강점을 지닌 배우들이 고루 섞여 초연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김준수의 첫 뮤지컬 데뷔는 뮤지컬계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모차르트!>의 티켓 오픈날 예매 사이트 서버가 다운됐고, 김준수가 출연하는 모든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결국 3차 티켓 예매부터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로 시간을 나눠 티켓을 오픈하기도 했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모차르트!>는 뮤지컬배우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을 기용했다. 2012년에는 그룹 비스트의 장현승이 뮤지컬 데뷔작으로 작품에 합류했고, 2014년 가수 박효신이, 2016년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출연했다. 2016년에는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룹 엠씨더맥스의 멤버 이수가 캐스팅됐다. 그러나 관객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하차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즌마다 주목을 받은 <모차르트!>의 캐스팅인 만큼 10주년을 맞은 올해 또한 모차르트로 합류할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7호 2020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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