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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TWEETVIEW] 가르시아의 가면을 쓰고, <카르멘> 에녹 [No.124]

진행·정리 | 안시은 2014-03-12 6,238

악역으로 시작해 악역으로 끝맺은 한 해였다. <레베카>의 잭 파벨, <스칼렛 핌퍼넬>의 쇼블랑, <카르멘>의 가르시아까지 악역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남긴 에녹이었던 만큼 그에게 쏟아진 질문들도 뜨거웠다. 악역으로 인한 변화, 출연 중인 <카르멘>의 강렬한 분장과 에피소드, 캐릭터에 대한 질문까지 더뮤지컬 트위터(@lovethemusical)로 보내온 다양한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한 에녹의 이야기.

 


일관성 있게 보낸 2013년
@sin_ji17
<레베카>, <스칼렛 핌퍼넬>과 <카르멘>까지 악역을 잘 표현했는데 실제 성격이 궁금해요! 악역 같은 면이 있나요?
@lovethemusical
분명히 저에게도 있는 성격이겠죠? 실제로도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흑흑.
“악역을 맡으면 아무래도 평소 말투나 표정이 전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데 특히 늘 보는 어머니께서 체감을 많이 하시죠. 저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말 좀 예쁘게 할 수 없니?”라고 하세요. 배우는 대본을 수십 번, 수백 번 읽잖아요. 평생 쓰지 않던 대사가 실생활에서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쓰고서도 ‘내가 왜 그런말을 했지?’ 할 때가 있어요. 혹시나 물들까봐, 한 역할을 하고 다음에 벗어나야 하는데 못 그럴까봐 걱정할 때도 있고요.”

 

@stei1229
선한 인상과는 다르게 세 번 연속으로 악역을 맡고 계신데, 혹시 일부러 악역만 맡고 계시는 건가요? 아니면 우연의 산물?
@lovethemusical
저도 이제 착하게 살고 싶습니다.

 

@08dreamer
순한 이미지인데 강한 가르시아 역을 소화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역할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은요?
@lovethemusical
굉장히 어렵습니다. 역할을 위해 노력한 점이라면 말투나 제스처 등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상도 많이 보고 영화나 소설을 참고하면서 상상했죠.

 

@hanu_2
LG아트센터에서 세 작품을 하고 계신데 정이 많이 들었겠어요.
@lovethemusical
누가 LG(아트센터) 직원이냐고 그럴 정도예요. 환경도 좋고 하면서도 행복했죠. 감사해요. 주차부터 분장실, 무대 환경, 멘트 해주시는 하우스 매니저님. 정말 좋아요.

 

 

 

가르시아에 스며드는 시간
@sweet_kyh
가르시아는 한번 나올 때마다 격렬한 동작들이 많아서 힘들 것 같아요. 연습도 그만큼 치열하게 하셨겠죠?
@lovethemusical
다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올라가기 전에 배우들과 몇 번을 맞춰보고 올라가요. 그래도 장면 끝나고 오면 여기저기 멍들어있고 긁혀있고 그렇더라고요.

 

@younk0571
가르시아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lovethemusical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거울을 보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갖습니다.
“<카르멘>은 서커스 때문에 다른 작품보다 분장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네 시간 전부터 하니까요. 저는 등장 시간이 늦어서 공연 30분 전부터 분장을 시작해요. 그러다보니 공연 전 모두 모여 파이팅 할 때를 종종 놓쳐서 공연하다가 “오, 왔어?”라고 인사 받기도 해요. 처음엔 분장을 일찍 받던 습관이 있어서 불안했는데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어요. 그렇게 분장을 다 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꽤 돼요. 공연 중인 배우들과 호흡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 꽤 오랫동안 집중하죠. 등장 전 미리 나가서 무대 환경과 관객 분들도 살짝 보기도 하고요.”

 

@Autumn_220
<스칼렛 핌퍼넬>의 쇼블랑에 이어 <카르멘>에서 가르시아를 맡게 되셨는데요! 두 배역의 연기 포커스가 궁금해요! 상대 캐릭터에 접근할 때 어떤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시나요?
@lovethemusical
인물에 접근할 때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그 인물의 과거에 꽤 오랜 시간 공들여 집착을 합니다. 그 시간이 길수록 피상적인 악역이 아니라 하나의 인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면을 썼다고 생각하면서 ‘그 속에 느껴지는 이미지 혹은 과거를  떠올려 봐요.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이런 옷을 입었고 얘는 왜 칼을 들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역할 몰입에 도움을 주죠.”

 

@june252525
전보다 살이 엄청 빠진 것 같던데 다이어트 비법은 뭔가요?
@lovethemusical
비법은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겁니다.
“운동은 조금씩 하고 있었어요. 앞 작품에선 좋은 컨디션으로 공연하지 못해서 이번엔 작정하고 노력을 많이 했죠. <카르멘> 쇼케이스 때 예정에 없이 상의 탈의를 한다고 약속을 하는 바람에 태닝도 하게 되었고. 몸이 아파 먹은 약이 잘못되어 살이 쪘던 거라 약을 바꾸면서 몸도 단련하고 살도 많이 뺐어요. 가르시아가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일 수도 있겠단 생각에 상처도 그려 넣었어요.”

 

@younk0571
공연 중 객석을 지나갈 때 관객들을 터치하는 기준이 있나요?
@lovethemusical
관객 분들 중에 긍정적인 눈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요. 크크크.
“분명히 뒷모습이 여자라 손을 댔는데 뭔가 까끌까끌한 게 느껴져서 보니 남자 분인 거예요. ‘뭐야?’란 눈빛에 민망했던 적이 있고. 1열과 2열 사이로 제가 지나가는데 1열은 고정석이 아니다보니 앉으신 분들은 공연 보기 불편해서 의자를 뒤로 미세요. 하루는 의자를 너무 뒤로 많이 밀어서 지나갈 자리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발 밟고, 무릎 짚고 간신히 지나갔던 기억이 나요. 보통 제가 지나가면 피해주시는데 최근엔 일부러 짓궂게 다리를 벌리고 버티고 계신 분도 있었어요.”

 

 

 

가르시아의 완성은 분장
@luvleena0
<카르멘> 프리뷰 때 가발 쓴 모습과 거친 분장에 깜짝 놀랐는데 최근엔 가발을 안 쓰더라고요. 가르시아가 된 자신을 마주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lovethemusical
저는 굉장히 가발이 마음에 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싫어하시더라고요. 연출부의 요청도 있어 지금은 가발을 벗었죠. 그리고 가르시아가 된 절 보면 저도 무섭습니다. 하하.
“『가면 수업』이란 책이 있어요. 배우가 가면을 쓰면 연기에 굉장히 몰입을 하게 되거든요. 가면에 표현된 특징들이 굉장히 도움을 줘요. 그래서 저도 악역 할 땐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죠. 가발도 그래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가발을 쓰냐 안 쓰냐에 따라 연기 톤도 달라요. 썼을 땐 밑바닥부터 굴러온 듯 찐득거리는 진흙탕 같은 느낌이 묻어 나오더라고요. 안 썼을 땐 날카롭고 샤프한 느낌. 배우들 중에는 가발 썼을 때 이미지가 호흡 맞추기 훨씬 더 좋았다고도 해요.”

 

@june252525
몸에 그려 넣은 무늬들이 인상적이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매번 그리시나요?
@lovethemusical
그림은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봐요. 가르시아는 자기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강한 문신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겠죠.
“헤나 같은 걸 실제로 할까 했는데 금방 흐려지는 문제가 있어서 매번 덜 지워지는 걸로 그리죠. 분장 시간이 꽤 오래 걸려서 제가 주인공도 아닌데 혼자 한 시간을 잡아먹어요. 디테일은 매 공연마다 바뀌기도 해요.”

 

@JudyFreee
가르시아 눈가 칼자국 덕분에 캐릭터의 개성이 더 살아난 것 같아요. 혹시 그 칼자국 분장 배우님의 아이디어인가요?
@lovethemusical
분장 선생님과 상의했습니다.
“칼자국 분장 의견이 여러 개가 있었을 때 전 좋다고 했어요. 칼도 처음에 받았던 칼이 아니라 저도 의견을 내서 지금의 디자인으로 다시 나온 거거든요. 칼은 던지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래서 칼 좀 빨리 달라고 그랬어요. 칼 던지는 장면은 피나는 연습 끝에 완성된 거예요.”

 

 

 

뮤지컬로 쌓은 흔적
@mihos348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lovethemusical
지금 얘기하긴 스토리가 길어요.
“우연찮게 좋은 기회를 통해 <알타보이즈>란 작품을 하게 됐죠. 마지막 공연 때 기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어요. 전 세계를 돌며 콘서트를 한다는 설정은 저희들만 갖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관객 분들이 정말 콘서트에 온 것처럼 플래카드를 준비해오셨어요. 환호성도 엄청나서 누가 공연하는 건지 모를 정도의 감동이었죠. 관객 분들이 만족하면서 돌아가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계속 뮤지컬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때 마침 평생 하려 했던 다른 일을 못하게 되면서, 스물아홉의 나이에 실직자가 됐어요.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디션밖에 없었고, 무대에 서고 싶던 갈망도 더해진 거죠. 오디션도 보고 어떻게 공연을 하는지 알아가게 되면서 조금씩 물들어 갔던 것 같아요. 이런 공동체 작업이 행복해요.”

 

@awPurpleheart
출연했던 작품의 다른 배역이 불렀던 넘버 중 욕심났던 게 있나요?
@lovethemusical
다 욕심납니다. 그게 배우인 것 같아요. 댄버스 부인의 `레베카` 불러보고 싶어요. 홍홍홍.

 

@last_gloryday
했던 작품 중에 유독 애착 가는 배역이 있나요? 전 <사춘기>의 선규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lovethemusical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머큐시오’라는 역을 했는데 꼭 한 번 다시 하고 싶습니다.
“<로미오 앤 줄리엣> 땐 좋은 컨디션으로 하질 못했어요. 대극장은 제가 처음 서보는 거라 부족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그때 배우들과의 끈끈함도 좋았죠. 에너지나 음악도 정말 좋았고. 더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요. 늙기 전에 언젠가는 하고 싶어요.”

 

@yellowpupu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앞으로 꼭 하고픈 배역이 있나요? 팬으로서 바람이라면 <몬테크리스토>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lovethemusical
<몬테크리스토>는 저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되는 역들은 다 해보고 싶죠. 각기 성격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이 들어선 아버지의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하고 싶어요. 한국 아빠들은 겉으론 강한 척해도 속은 약하고 애환도 있잖아요. 이런 복합적이고 극적인 감정을 담고 있는 인물은 악역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역활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나이 들어서만 할 수 있는 역활이잖아요. <빌리 엘리어트>에 나온 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어서 후에 연기를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역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bjiin1119
목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lovethemusical
물을 많이 마십니다. 잘 땐 습도 체크를 위해서 습도계와 가습기를 준비합니다. 커피와 술을 조심하죠.
“제가 유독 술을 못 마시기도 하고 잘 안 마시기도 해요. 저한테 정말 안 맞더라고요. 커피도 안 마시고.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매운 음식도 안 먹어요. 웬만하면 집에서 싸주신 도시락을 먹으려고 하죠. 오늘도 싸왔어요.”

@sthnextto
작품을 고를 때나 배역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lovethemusical
아직은 제가 작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작품이 절 선택해주는 겁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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