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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제19회 의정부음악극축제, 시선을 마주하다 [No.202]

글 |박보라 사진제공 |의정부음악극축제 2020-07-03 4,010

제19회 의정부음악극축제
시선을 마주하다


당초 5월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연기된 제19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8월에 돌아온다. 이번 의정부음악극축제의 주제는 ‘GAZE-서로의 시선’이다. 세대와 계층의 갈등과 편견 속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의미다. 이번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사회적 상황상 국내 팀으로만 라인업을 구성했다. 창작집단 현재가 올리는 <게임회사 중창단>은 2020 경기도 예술진흥공모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직장인 이야기다. 추억 속의 게임 음악이 등장해 재미를 준다. 공간서리서리의 <도공지몽: 도자기의 비밀>은 잊히고 있는 국악기 훈을 소재로 했다. 2020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민간우수프로그램 선정작인 극단 벼랑끝날다의 <음악극 카르멘>은 소설 카르멘을 피지컬 무브먼트, 마임, 마술 등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비극적인 사랑의 파멸을 그린다. 의정부음악극축제의 백미로 꼽히는 야외극으로는 프로젝트 날다의 가 선정됐다. 모빌 트러스 기술을 바탕으로 음악 연주, 조명, 불꽃과 특수 효과로 구성된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를 예고한다. 탁 트인 야외 공원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특별한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이 밖의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멜리에스 일루션: 달에 도착>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움직임에 대하여

 

두산아트센터와 페스티벌 봄이 공동 기획 제작해 2016년 초연한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를 발전시킨 작품이다. 마술적인 관점으로 시네마토그래피(피사체를 촬영하여 만드는 이미지)를 다룬 영화감독이자 마술사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이야기를 다뤘다. 멜리에스의 대표 영화 <달세계 여행>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각색하여 만든 흑백 무성 영화로, 최초의 SF 영화이자 페이드인, 페이드아웃, 스톱모션 등 당시 혁신적인 특수 효과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멜리에스 일루션: 달에 도착>은 마술사 멜리에스가 시네마토그래피라는 새로운 매체를 접했을 때 받은 충격에서 출발한다. 작가 E.G는 디지털 시대에서 가상과 현실, 1·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멜리에스의 영화와 닮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스케치와 스토리보드를 본 멜리에스가 과거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멜리에스의 과거 상황은 가상의 시간을 통해 재배치되고 영화로 탄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은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현재의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두들팝> 

살아 움직이는 낙서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고 다양한 문화권의 아이들에게 다채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며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브러쉬씨어터.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브러쉬씨어터가 선보일 작품은 매직드로잉 가족극 <두들팝>이다.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되어 좋은 평을 받아 베스트쇼에 선정됐다. 이야기는 흰 벽에 그려진 작은 동그라미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우기와 부기가 그린 동그라미는 축구공과 작은 알로 변하고, 그 알에서는 작은 거북이 나와 두 아이를 바다로 이끈다. 거대한 화이트보드 벽에 튄 잉크 방울은 동물들로 그려지고, 곧 프로젝터 영상과 만나 생동감 넘치게 움직인다. 이렇게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낙서들은 하나의 그림이 되다가 사라지고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모양으로 변하며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작품 속에서 얼룩으로 보인 무늬들은 전혀 다른 형태와 모습으로 탄생한다. 아무렇게나 그은 선과 얼룩 하나가 무한한 꿈의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광대가 리골레토>

광대의 슬픈 이야기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가 소리극으로 탄생한다. 판소리는 오페라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데, 두 장르 모두 노래와 대사의 반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학과 음악, 연극이 긴밀하게 결합한 종합 예술로 불린다. <광대가 리골레토>는 이러한 장르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우리 소리와 오페라가 결합한 새로운 레퍼토리가 됐다. 판소리와 무가, 정가가 오페라와 만나 독창적인 매력을 뽐낼 예정이다. 광대 아비는 유일한 가족인 딸 질다를 지키기 위해 권력자 옆에서 남을 짓밟아 왔지만, 딸 질다는 갑작스럽게 죽는다. 딸의 제삿날 선관은 광대 아비 앞에 그녀의 혼령을 불러주는데, 혼령은 광대 아비의 주인인 만토바의 공작도 부른다. 그렇게 마주한 세 영혼은 질다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되짚어본다. 작품은 우리 소리와 제의를 통해 업의 인연을 풀어주는 동시에 현재 사회에서도 유효한 계급 사회와 이중 윤리 등을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풀어낸다.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요 장면들이 색다르게 각색됐다. 오페라 속 아리아를 전통 연희의 다양한 소리로 표현했고, 판소리의 정서는 비극을 강조하는 요소가 됐다. 또 관객을 공연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배치해 놓은 것도 특징이다. 



 

 

이희문과 프렐류드 × 잠비나이 × 브이오엠랩

새로운 융합 예술의 시작

 

전통 소리와 재즈, 포스트 록의 사운드와 미디어 아트가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준비됐다. 이희문과 프렐류드 × 잠비나이 × 브이오엠랩이 꾸미는 무대가 그 주인공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 민요 이수자인 소리꾼 이희문은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음악의 새로운 해석으로 경기 소리를 풀어내고 있다. 프렐류드는 버클리음대 출신의 남성 4인조 재즈 밴드로, 지금까지 총 7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꾸준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잠비나이는 모던 아츠 페스티벌부터 대형 록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 온 밴드다. 이들은 해금, 피리, 거문고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 음악과 프리 재즈, 포스트 록, 하드코어 펑크, 메탈 장르가 뒤섞인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브이오엠랩은 공간의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아트&테크놀로지 그룹으로, 공간에서의 상호 작용을 구현한다. 이번 무대에서 이희문과 프렐류드는 경기 민요와 재즈를 결합한 새로운 소리를, 잠비나이와 브이오엠랩은 창의적인 음악과 첨단 기술을 융합한 역동적인 시간을 꾸민다. 

 

 

MINI INTERVIEW

제19회 의정부음악극축제 최준호 예술감독

 

올해 축제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무엇인가.   올해는 국내 공연 팀들의 무대를 중심으로 관객을 만난다. 원래 계획은 여러 해외 단체를 초청하고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해 공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풀어내려 했다. 물론 장르의 융합을 내세운 국내 작품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지만, 많은 다양성과 매력을 전할 기회를 잃어 안타깝다. 대신 완성도 높은 국내 작품과 경기도에서 공동으로 육성한 공연 단체의 작품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공연 예술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매년 야외 공연을 선보여 왔다. 올해의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의 야외 공연작인 는 다양한 공연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중 예술 콘텐츠로, 프로젝트 날다의 2020년 신작이다. 프로젝트 날다는 국내를 대표하는 공중 공연 단체다. 지난 2018년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에 출연하여 대표성을 인정받은 단체이기도 하다. 작품은 퍼포머들의 공중 움직임, 공중 애크러배틱, 음악이 주는 힘과 관객과의 소통으로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살릴 예정이다. 하늘 아래서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은 관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물할 거라 믿는다.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참여할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전한다면.   축제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짧은 기간이지만 축제는 언제나 활기찬 에너지를 전해 준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어려운 현실에서 잠시라도 빠져나와 축제의 즐거움과 상상력,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기운을 얻어가셨으면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2호 202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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