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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어린 왕자> 야간 비행 [No.223]

글 |정동화(배우) 사진 | Illustrator | 이야기 2023-04-13 669

<어린 왕자> 야간 비행

 

EPILOGUE는 배우가 상상한 결말 이후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코너이다. 이 글은 <어린 왕자>에서 생텍쥐베리 역을 맡은 정동화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생텍쥐베리가 비행 중 실종된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44년 7월 31일 자정. 비행기 계기판은 멈췄고,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지만 또렷이 빛나는 별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내가 별을 쫓아가는 건지 별이 나를 향해 돌진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두려움을 안고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계속 날아갔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어린 왕자에게 들었던 바로 그 ‘이상한 별 옆에 이상한 별’이 나타난 것이다. 별의 주인들은 여전히 분주해 보였고, 몇몇은 자기 별에 들르라며 나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 순간 비로소 확신이 생겼다. 이대로 날아가면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흥분에 사로잡혀 1시간 하고도 20분을 더 비행한 끝에 나는 소행성 B612호에 도착했다. 그곳은 과연 어린 왕자가 나에게 얘기해 준 모습 그대로였다.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작은 화산구 옆에는 내가 어린 왕자에게 그려준 상자 속 양 그림이 놓여 있었다. 나는 서둘러 양에게 씌울 입마개와 꽃 주변에 둘러칠 울타리를 그린 다음, 행복한 마음으로 어린 왕자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어린 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설렘은 점차 불안과 걱정으로 바뀌었다. 혹시 그가 위험에 빠진 건 아닐까? 나는 어린 왕자를 찾기 위해 다시 비행기에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엔진 소리가 소행성 B612호를 뒤덮은 바로 그때, 운전석 창밖으로 밀밭처럼 반짝이는 금색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니 어린 왕자가 창문에 입김을 불고 있는 게 아닌가!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그는 김 서린 창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안녕.’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어린 왕자를 번쩍 안아 올렸다. 어린 왕자는 나를 보며 웃었고 나도 어린 왕자를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옆에서 장미꽃 한 송이가 함께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3호 2023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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