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진출의 마중물
창작뮤지컬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창작뮤지컬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은 한국의 우수한 창작뮤지컬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고, 이들이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지원책을 제공한다. 현재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국가 주관 지원 사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공연관광협회가 창작뮤지컬의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싣는다.
<인사이드 윌리엄> 런던 쇼케이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단계별 지원 체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추진한 창작뮤지컬 해외 진출 관련 지원 사업만 9개에 달한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예술 시장 활성화 기반구축(K-뮤지컬)’ 사업이라는 큰 틀 아래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 사업은 국내외 투자를 활성화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해 한국 창작뮤지컬의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공연예술 시장 활성화 기반구축(K-뮤지컬) 사업의 방향성은 크게 인력 양성과 제작 지원으로 나뉜다. 먼저 인력 양성 분야를 살펴보면, 차세대 뮤지컬 프로듀서를 발굴하는 ‘뮤지컬 예비인력 발굴 및 육성 사업’과 기성 뮤지컬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나란히 운영된다. 뮤지컬 프로듀서를 꿈꾸는 예비 인력에게는 뮤지컬 제작사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현업에서 활동 중인 뮤지컬 제작자에게는 해외 뮤지컬 관계자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기성 프로듀서들이 직접 미국 및 영국을 방문해 현지 시장을 조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향후 해외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이 두 가지 지원 사업은 인적 자원을 강화해 한국 뮤지컬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 지원 분야는 투자 유치부터 공연 유통까지 지원 범위가 다각적이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을 공모작의 해외 진출 준비도에 따라 나누고, 해당 단계에 필요한 지원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K-뮤지컬국제마켓, K-뮤지컬로드쇼 in 브로드웨이, K-뮤지컬 영미권 중기(2개년) 개발 지원, K-뮤지컬 해외 유통 지원이다.
먼저 K-뮤지컬국제마켓은 창작뮤지컬에 대한 국내외 투자 유치를 위해 기획됐다. 참가 대상은 국내외 뮤지컬 종사자 및 투자사다. 2021년 12월 처음 개최된 이 행사에는 600여 명의 국내외 제작자와 투자 관계자 등이 참여했고, 지난해 6월 개최된 두 번째 행사에서는 국내외 760여 명의 관계자들이 교류하는 등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올해는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및 정동 1928아트센터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K-뮤지컬국제마켓에서는 국내외 뮤지컬 시장의 동향을 공유하는 정보 제공 프로그램, 비즈니스 미팅 및 투자 상담회 등 네트워킹, 작품 피칭 프로그램인 ‘드리밈’, 낭독 쇼케이스 프로그램인 ‘선보임’이 진행된다. ‘드리밈’은 해외 진출 및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제작사가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완성 작품은 물론 아직 공연을 선보인 적 없는 미완성 작품 중에서도 지원작을 선정한다. ‘선보임’은 전막 쇼케이스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작은 작품의 경쟁력과 해외 진출 준비도, 신청 단체의 역량을 기준으로 정한다. 쇼케이스 참여작으로 선정되면 최대 2천만 원에 달하는 공연 준비비를 받는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투자사와의 비즈니스 미팅 기회도 주어진다.
올해 선보임 쇼케이스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오는 10월에 열리는 K-뮤지컬로드쇼 in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작품을 선보임 쇼케이스 참여작 중에서 선정하기 때문이다. K-뮤지컬로드쇼는 한국과 중국의 뮤지컬 교류 활성화를 위한 사업으로, 지난 2016년 첫선을 보인 후 줄곧 중화권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개최 지역을 중국과 영국으로 확장했다. 또, 기존에는 한국 배우가 직접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이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스태프와 함께 선정작의 번역 및 각색 작업을 거친 후, 현지 배우가 공연하는 형식으로 진행 방식에 변화를 줬다. 이에 지난해 K-뮤지컬로드쇼 in 런던을 통해 <마이 버킷 리스트> <인사이드 윌리엄> <마리 퀴리> 세 작품이 런던에서 현지 스태프, 배우와 함께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그 뒤를 이어 올해는 브로드웨이에서 창작뮤지컬을 선보일 계획이다. K-뮤지컬로드쇼 in 브로드웨이 참가작은 최대 4천만 원의 공연 준비비를 받는다.
선보임 쇼케이스와 K-뮤지컬로드쇼 in 브로드웨이의 지원 대상이 국내에서 제작 혹은 제작 준비 중인 작품이라면, K-뮤지컬 영미권 중기(2개년) 개발 지원 사업은 영미권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해외 제작사와 함께 현지화를 준비 중인 작품이 지원 대상이다.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작품이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대 2개년까지 지원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원작으로 선정될 경우 1년에 최대 1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K-뮤지컬 해외 유통 지원 사업은 해외 단체 및 창작진과 함께 현지화 과정에 돌입했거나, 해외 단체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을 앞두고 있는 등 이미 해외 공연을 추진 중인 작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 라이선스 수출 공연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동제작 작품에는 최대 1억 원, 초청 공연에는 최대 3천만 원을 지원한다. 두 지원 사업은 선보임 쇼케이스 공모작 심사 기준에 더해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해외 협력처의 역량도 고려한다. 올해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 사업에는 <유앤잇> <인사이드 윌리엄> <크레이지 브레드>가 1차 선정작으로 채택됐고, 해외 유통 지원 사업에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배니싱> <유진과 유진>이 최종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별로 차별화된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창작뮤지컬 해외 유통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해외 진출 준비 과정부터 작품의 유통, 상연까지 지원해 창작뮤지컬의 전략적인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해외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단계를 지원하는 ‘해외 진출 준비 과정 지원’ 유형과 해외 공연을 추진 중인 작품을 지원하는 ‘해외 진출 지원’ 유형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어린왕자> <전설의 리틀 농구단> <마리 퀴리> 등의 작품이 이 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금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해당 사업이 예술경영지원센터로 이관되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사업은 종료됐다. 대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K-뮤지컬 창작활성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우수한 창작뮤지컬을 향한 관심을 증대하고 향후 해외 진출까지 도모하는 허브 마켓을 2024년 신규 사업으로 편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공연관광협회도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들이 진행하는 지원 사업은 앞서 소개한 사업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위해 여러 지원 사업과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콘텐츠 수출 마케팅 플랫폼인 ‘웰콘’을 운영한다. 웰콘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콘텐츠 기업에 해외 사업 및 수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법률, 마케팅 등 해외 진출 시 필요한 실무 상담을 제공한다. 앞선 지원 사업들과 달리 지원 대상이 공연 장르로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르별로 꾸려진 자문단이 전문 컨설팅을 제공해 해외 시장으로 첫발을 떼고자 하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공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공연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공연관광협회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매년 공연 관광 페스티벌인 ‘웰컴대학로’를 개최한다. 지난해 웰컴대학로는 ‘공연관광콘텐츠 디지털 자원화’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을 비롯한 국내 창작 공연의 촬영 및 편집, 공연 영상의 영어 자막 번역, 국내외 관객 대상 공연 영상 송출 등을 지원해 작품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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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3호 2023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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