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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브로드웨이도 사랑에 빠진 <어쩌면 해피엔딩>

글 |이솔희 사진 |. 2025-06-19 151

사진=NHN링크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국내 문화계를 들썩이게 했다. 각종 매체가 수상 소식을 대서특필했으며, 방송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과를 집중 조명했다. 온라인 상에도 관련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한 편의 뮤지컬에 이토록 많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일은 드물다. ‘토니어워즈 6관왕’. 한 번의 시상식에서 여섯 개의 상을 휩쓴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하나씩 되짚어보면 이 수상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박천휴, 작곡가 윌 애런슨의 작품으로, 두 사람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작사, 작곡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윌휴’ 콤비라 불린다. 작품은 2014년 싹을 틔웠다. 2014년 2월 스토리 구상을 시작해 9월에는 우란문화재단 개발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이후 2015년 7월 내부 리딩 공연, 9월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6년 12월 국내 정식 초연을 올렸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2024년까지 총 다섯 시즌 공연됐다. 국내 초연에 앞서 2016년 7월과 10월에는 뉴욕에서 리딩 공연,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일본에서 공연된 바 있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것은 2024년 10월이다. 약 1,000석 규모의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막을 연 이 작품은 유명 원작이 있는 것도, 현지에서 널리 알려진 창작진의 작품도 아니었기에 개막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프리뷰 공연을 거치며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고, 곧 흥행 궤도에 올라 2026년 1월까지 공연이 확정되었다. 현재 티켓 가격은 최고 499달러, 약 68만 원에 이른다.

 

그리고 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 9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 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작곡+작사),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총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노미네이트 된 부문은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오케스트레이션, 남우주연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으로 총 10개. 이번 토니어워즈의 최다 후보작이었다. 이렇게 10개 부문 중 6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이번 시상식 최다 수상작 영예도 <어쩌면 해피엔딩>이 차지했다.

 

토니어워즈는 미국 연극, 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1947년 시작된 이 상은 연극 단체인 아메리칸 시어터 윙, 브로드웨이 제작자, 극장주 단체인 브로드웨이 리그가 주최한다. 토니상의 정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연극상인데, 아메리칸 시어터 윙의 공동 설립자이자 배우, 연출가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페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토니어워즈’라 불리는 이유는 그의 애칭이 ‘토니’였기 때문이다. 토니어워즈는 브로드웨이의 500석 이상 극장에서 공연된 그해 신작을 대상으로 한다. 연극 부문에서 11개, 뮤지컬 부문에서 12개, 통합 부문에서 3개의 상을 수여한다. 영화계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음악계 그래미상, 방송계 에미상과 함께 미국 4대 예술상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했듯 <어쩌면 해피엔딩>은 총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먼저 작품상(Best Musical)은 말 그대로 그해 신작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에게 수여하는, 일종의 대상이다. 리드 프로듀서인 제프리 리처즈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게 도운 일등 공신이다. 이 작품이 2016년 뉴욕에서 리딩 공연을 진행했을 당시,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고 선뜻 손을 내밀어 계약을 진행한 것. 그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의 작품으로 벌써 토니상을 8번이나 수상한 경력이 있는 브로드웨이의 거물급 프로듀서다.

 

작품상 뿐만 아니라,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까지, 핵심적인 부문에서 상을 휩쓴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연출상을 받은 마이클 아든은 연출가 겸 배우로 활동 중이며, 2023년 뮤지컬 <퍼레이드>로 한 차례 토니상을 받은 바 있다. 2014년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을 구상하고 공연을 발전시켜온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창작 콤비는 극본상과 음악상 모두를 거머쥐었다.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단독 프로듀서로 나선 <위대한 개츠비>가 지난해 토니어워즈에서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 공연된 작품이 주요 부문 상을 받은 것, 한국인 창작자가 토니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올리버 역을 맡아 무대에 서고 있는 대런 크리스는 처음으로 토니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가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런 크리스는 뮤지컬 드라마 시리즈인 <글리>로 잘 알려진 배우다. 무대 디자인상은 데인 래프리&조지 리브에게 돌아갔다. 데인 래프리는 <퍼레이드> <크리스마스의 캐롤>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였다. 조지 리브는 <올리버!> <헤어 스프레이> 등에서 영상 디자인을 작업했다.

 

사진=NHN링크

 

이번이 첫 쾌거는 아니다. 박천휴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계가 비평가상, 에미상, 골든 글로브상을 거친 후 오스카 시상식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듯, 공연계 또한 비평가상, 드라마 리그상, 드라마 데스크상을 거쳐 토니상까지 세 달에 가까운 ‘어워즈 시즌’을 보낸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 ‘어워즈 시즌’에 이름이 가장 많이 불린 작품이다.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뮤지컬 작품상을, 드라마 리그상에서 뮤지컬 작품상, 연출상을,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상, 음악상, 극본상, 연출상을,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뮤지컬 작품상, 음악상, 작사상, 극본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을, 도리안 시어터상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받았다. 토니어워즈 포함 6개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대표적인 부문의 상을 모두 수상한 것이다.

 

어워즈 시즌을 마친 박천휴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와 윌 애런슨이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윌 애런슨은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다. 서로의 예술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을 구분하지 않고 늘 매우 가깝게, 유기적으로 함께 작업한다”고 파트너인 윌 애런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처음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 가을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해서 다듬으며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를 썼다”며 “수상 이후 한 명의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또 다른 작품인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도 브로드웨이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박천휴 작가는 “우선 영어로 가사와 대본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고, 뉴욕 현지에서 제작자와 연출 등 좋은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복잡한 작업들이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등의 작품을 구상 중이라는 그는 “그저 어떠한 이야기를,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창작자이고 싶다.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이되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을 향한 관심은 국내 공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오는 10월 30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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