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대중음악의 거장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생을 떠나기 1분 전,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 주인공 명우가 인연을 관장하는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붉은 노을’, ‘옛사랑’, ‘깊은 밤을 날아서’ 등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노래를 통해 재생되는 명우의 삶과 사랑의 여정에 월하와 함께 화음을 맞추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그대들’ 3인방이다. 명우의 추억 여행 속 적재적소에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대들’ 역 임춘길, 이든, 김서노를 서면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대들’은 이름도, 각자의 사연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세 분은 ‘그대들’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며 무대에 오르고 계신가요.
임춘길 저는 설정상 4000살로 월하보다 500살 연장자입니다. 그래서 간혹 월하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모습이나, 어른으로서 지켜주려 하는 행동들을 보입니다. 막걸리 한 잔에 취해 쓰러지는 월하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으이구 저거 언제 사람 되냐’ 하면서요. (웃음) 월하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약간의 능력도 가지고 있는 듯한, 개구지고 통통 튀는 인물입니다.
이든 ‘그대들’은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 마지막을 잘 정리해 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월하나 그대들 또한 그 마지막 길을 걸어왔고, 명우 또한 시간이 지나 월하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그대들은 월하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각각의 에너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월하의 움직임에 잘 반응하고, 월하의 손과 발이 되어주려고 합니다.
김서노 월하와 함께, 난제인 삶에서 축제인 죽음으로 인도하는 인물입니다. 명우의 남은 1분의 시간 속에서, 월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옆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맡은 인물은 왈가닥, 천방지축 같은 모습으로 명우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자, 작업복, 색동 타이, 노리개 등 ‘그대들’의 의상은 저마다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의상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준 부분이 있나요.
임춘길 어깨가 강조된 상의와 헐렁한 한복 같은 하의가 어른스러움과 여유, 편안함을 보여주는 듯해서 마음에 듭니다. 빵모자에서 약간의 귀여움도 느껴지는 듯하고요. (웃음) 팔 부분은 얇은 소재로 만들어져서 웨이브 동작이 잘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이든 고깔모자는 제 캐릭터 그 자체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쓰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공연을 할수록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우가 처음 ‘그대들’을 만날 때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모자나 의상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김서노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 콘셉트인 의상입니다. 저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 의상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멜빵 바지에 색동 넥타이를 매면서 조금 더 활동적이고 중성적인 제스처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또, 사탕 모양의 복주머니가 달린 노리개를 착용하는데, 분장팀에서 헤어스타일도 노리개의 사탕 모양으로 맞춰 주신 덕분에 태어나 처음으로 무대에서 귀여움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세 분은 2024년 네 번째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새롭게 발견한 서로의 모습이 있나요.
임춘길 지난 시즌에는 캐릭터 자체에만 몰입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조금 여유로워지면서 서로를 향한 리액션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캐릭터의 완성도와 팀워크가 좋아졌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붉은 노을’ 직전, 명우가 군대 가면서 수아를 걱정해 줄 때, 그대들은 매일 다른 리액션을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객석에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죠. (웃음)
이든 저희 셋이 함께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즐겁게 공연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대들’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틀이 정해진 연기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셋이 함께 고민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팀워크가 최고였습니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대들’은 명우와 월하의 이야기가 잘 흘러갈 수 있게 서포트를 해주는 역할인 만큼 너무 튀지 않게, 감초 역할을 잘 수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서노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즌에 조금씩 바뀐 장면들이 있는데, ‘그대들’이 같은 멤버로 다시 돌아와서 그런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두 오빠와는 숨만 쉬어도 통하는, 가족과도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공연을 함께 하는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그대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무대 위에서도, 밖에서도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며 임하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월하의 지휘에 따라 명우의 기억 속 공간을 채우고 비우며 무대 위 장면을 완성해야 합니다. 피아노, 육교 등 무대 장치를 직접 움직이면서 연기와 노래를 이어가야 하는데, 유독 긴장되는 순간이 있었나요.
임춘길 아무래도 처음 육교를 움직일 때가 제일 긴장되고 조심스럽습니다. 셋이서 움직이다 보니 호흡이 정말 중요한데요, 지난 시즌 초반에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벽한 호흡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피아노 등장신은 운구하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속도와 간결함을 신경 쓰며 움직입니다.
이든 대부분의 전환, 움직임이 음악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앙상블 배우분들과도 호흡이 너무 좋아서 이제는 돌발 상황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됩니다.
김서노 피아노 전환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게 됩니다. 다른 세트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피아노를 정확한 자리에, 정확한 타이밍에 놓아야만 작품이 잘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하와 함께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월하 역의 배우에 따라 ‘그대들’의 호흡도 달라질 듯한데요, 세 명의 월하, 에녹, 차지연, 서은광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임춘길 차월하(차지연 월하)는 스피드와 에너지가 강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템포도 그에 맞춰 속도감 있게 가져가게 됩니다. 에녹 월하는 조금 구수한 느낌이 있어서, 그 호흡에 맞춰 여유 있게 연기와 리액션을 주고받게 되고요. 은광 월하는 늘 요즘 트렌드에 맞는 노래와 춤을 준비해서 ‘이런 3500살 봤어?’ 하며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때 ‘그대들’도 재미있게 같이 놀 수 있습니다.
이든 월하 세 분이 각각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가져서 공연할 때마다 늘 새롭고 신선합니다. 저는 최대한 월하의 호흡을 따라가려고 노력합니다. 최고의 베테랑 차월하, 섹시와 큐티의 녹월하(에녹 월하), 젊은 MZ 광월하(서은광 월하). 특히 광월하 덕분에 최신 유행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김서노 에녹 월하는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월하입니다. 할아버지 소리 듣는 걸 매우 싫어해서 피부과를 갈지 고민을 하지만! (웃음) 명우를 정말 아기처럼 여기는데, 가끔 투정을 부릴 때면 명우가 월하를 달래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귀여운 면모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지연 월하는 정말 에너제틱합니다. 빠른 속도감 안에서도 시간을 멈추게 하는 호흡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극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은광 월하는 3500살이지만 ‘그대들’이 키우는 것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월하 캐릭터에 맞춰 ‘그대들’도 비슷한 반응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야 월하와 ‘그대들’이 하나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공연 내내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던 ‘그대들’은 마지막에 월하와 함께 모자를 벗고 피아노에 경의를 표하며 명우를 배웅합니다. 이 순간 ‘그대들’은 어떤 마음으로 명우를 바라보고 있나요.
임춘길 앞서 말했듯 저는 이 장면이 명우를 향한 마지막 배웅과도 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작품을 가능케 해준 이영훈 작곡가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이든 세상엔 많은 죽음이 있습니다. 그 어떤 죽음도 가벼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우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 줬다는 안도감과 ‘그대들’로서 수많은 명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아쉬움 등 매 공연 여러 감정이 듭니다. 또, 작품 외적으로는 이영훈 작곡가님 생각이 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좋은 곡을 남겨주신 이영훈 작곡가님께 감사합니다.
김서노 이전 시즌에는 이영훈 작곡가님을 떠올리며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명우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월하, 명우 역의 배우에 따라 좋게 보내주어 기쁘다고 생각되는 날도 있고, 반대로 그의 죽음이 가슴 아프게 느껴져 슬픔으로 다가오는 날도 있습니다.
<광화문연가>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임춘길 시영이 광화문에서 ‘사랑은 한 줄기 햇살처럼’을 노래할 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연인을 떠올리게 됩니다. 속마음을 엿듣게 되는 사랑받는 남자,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든 요즘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은 수아의 친구들이 막걸리 골목에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그대들’도 그 기억 속에 들어와 학생들과 함께하는데, 그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 가슴 아플 때가 있습니다.
김서노 ‘기억이란 사랑보다’ 넘버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명우와 시영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자리(죽음, 남겨진 삶)에서 자신의 기억으로 둘의 사랑을 되살리는 모습이 너무나 슬픕니다.

<광화문연가>에서 ‘그대들’을 눈여겨볼 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을까요. 또, <광화문연가> 서울 공연은 오는 15일 막을 내리는데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임춘길 ‘그대들’은 항상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막걸리 골목 장면을 예로 들고 싶은데요, 테이블에서 막걸리를 따라주거나, 안주를 맛보는 등 저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N차 관람을 하시는 관객분들이라면 한 번쯤 ‘그대들’ 위주로 공연을 관람하시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든 2시간 반의 공연 시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 ‘그대들’이 숨어 있습니다. 때로는 천사의 모습으로, 때로는 명우의 기억 속 이야기의 인물들로 나타납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그대들’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더욱 재미있게 공연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공연 꽉 찬 객석을 보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찾아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서노 세 명의 월하, 두 명의 명우에 따라 호흡과 리액션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보실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실 겁니다. <광화문연가>는 관객 여러분의 박수와 함성으로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오셔서 그저 즐기시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많이 찾아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