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뮤지컬’. 방송으로 들리는 뮤지컬을 공연하는 단체의 이름이자, 스테이지 뮤지컬에 대응되는 새로운 장르이기도 하며, 팟캐스트 방송의 이름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뮤지컬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다. 2012년 1월, 이태원의 작은 삼겹살집에서 불판 위에 젓가락을 모으며 뜻을 같이하게 된 모임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뮤지컬계는 꾸준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객, 창작자, 제작자 모두 힘들다. 관객은 티켓 값이 부담되고, 창작자는 자유로운 발표 기회가 적어 슬프고, 제작자는 치솟는 물가 속에서 수익을 고려하여 제작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삼자의 고민을 해결한 것이 바로 스튜디오 뮤지컬이다. 먼저 기존 창작뮤지컬을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해 소개하는 ‘채널1. 자리주삼’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직접 창작물을 제작, 방송하는 ‘채널2.2013 창작프로젝트’를 시도했다.창작프로젝트는 신인 창작자들의 다양한 뮤지컬을 온전히 그 뜻을 살려 방송에 실연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올해 총 다섯 작품을 3월부터 7월까지 매월 한 작품씩 팟캐스트에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 방송했고 작품당 펑균 3천여 명이 감상했다. 창작프로젝트는 한국문예위가 후원한다. 올해 소개된 다섯 작품을 살펴본다.
창작 1화 <안녕…>은 두 가지의 안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옴니버스 2인극이다. 큰 드라마가 있는 작품이기 보다는 일기 같은 느낌의 소품이었다. 그래서 라디오라는 매체와 더 잘 맞았다. 그래서인지 청취자 중에는 공연을 듣고 마음이 끌려 극 중 배경인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분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다. 1부 ‘사요나라, 도쿄’는 배우 지망생 하나와 일본인 거리의 가수 유지의 꽃 같은 기억을 담은 이야기다. 2부 ‘홈! 스윗 홈’은 건축가 아들과 암에 걸린 엄마가 새집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홈! 스윗 홈’은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 출전해 1위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창작 2화 <이상한 나라의 홈리스>는 벌써부터 무대화를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형성된 작품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한국 근현대사를 접목한 작품이다. 여중생의 시선에서 소소하고 따뜻한 어법으로 격랑의 순간들을 풀어낸다. 시골 홈리스 노인들의 이야기가 앨리스 이야기와 묘하게 얽혀지면서, 주인공 여중생 종희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만의 앨리스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한예종 학생들의 교내 발표작으로 교수 학생 모두 이구동성으로 추천하여 ‘창작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창작 3화 <주그리 우스리>는 현대판 저승사자들이 전하는 가족애 이야기로 해학과 풍자가 담긴 블랙코미디이다. 2012년 DIMF 창작 지원작에 선정되어 공연된 바 있다. 방송 버전에서는 이야기와 넘버 모두 수정되어 색다른 작품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작곡가가 직접 제작한 특유의 코믹한 음향 효과가 힘을 발휘해, 감칠맛 나는 라디오형 코미디 뮤지컬이 무엇인지 그 모범 선례를 남겨주기도 했다. 더 기쁜 소식은 올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앙코르에 진출하여 우수작으로 선정된 것.
창작 4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홀연하게 나타난 사나이를 통해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80년대 <한지붕 세가족> 시절의 시골 다방에서 벌어지는 이 유쾌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연극을 원작자인 오세혁 작가가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것인데, 김용순 작곡가, 김태형 연출가, 이오진 작사가 등 막강 팀이 꾸려져 방송 전부터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이영미, 최연동, 박시범, 조형균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성 배우들까지 가세하면서 무대 공연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내년 5월 동숭아트센터에서 무대화될 예정이다.
창작 5화 <고백>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서스펜스 심리 뮤지컬이다. 하룻밤 사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산행 중 눈보라가 계속되는 악천후 속에서 삶과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는 한 남자, 죽음의 기로에서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고백을 친구에게 한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살아남게 되고, 후회의 고백이 살의로 이어진다. 폐쇄된 산장 안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과 심리적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은 죽음의 위기를 다시 맞는다. 그린피그 단원으로 만난 창작진과 단국대 유망 신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야심찬 시도로, 올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예그린프린지에도 출전했다.
스튜디오 뮤지컬 ‘창작프로젝트’는 2013년 상반기 내내 방송되면서 관객들과 만나왔다. 관객들은 누구보다 먼저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무료로 신작 뮤지컬을 만나볼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었고, 창작자들은 품고 있던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경험했다. 스튜디오 뮤지컬의 멤버들은 관객과 창작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영광 속에 큰 보람을 선물 받았다. 다섯 작품의 청취는 지금도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든 이어폰만 꽂으면 극장이 되는 게 스튜디오 뮤지컬의 장점이다. 지금 팟캐스트 어플을 다운받고, ‘스튜디오뮤지컬’을 검색해보시라.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