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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서울 공연의 영광을 대구로 [No.85]

글| 정세원 2010-11-04 5,886

 

2001년 초연 이후 8년 만에 한국 배우들로 무대에 오른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9월 11일 1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총 401회 공연(프리뷰 포함 시 407회), 동원 관객 33만 명, 총 매출 270억 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오페라의 유령>은 작품의 명성과 강한 흡인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경기 침체와 연말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진 사건들로 인해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공연계 불황을 돌아보면 더욱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2005년 내한 공연 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4개의 오리지널 무대 세트 중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연을 위해 배당된 것은 단 하나. 이것을 한국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프로덕션 일정과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4년여의 기다림 끝에 성사된 공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초연 때 이상으로 높았고, 1천여 명이 응시한 오디션은 2008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원년 멤버 윤영석, 김소현, 김봉환, 서영주, 진용국, 윤이나와, 신예 양준모, 최현주, 홍광호, 정상윤, 손준호 등이 합세한 <오페라의 유령>은 2009년 9월 23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대단원의 막을 열었다. 매달 새로운 작품들이 수없이 무대에 오르는 치열한 시장 속에서도 <오페라의 유령>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완성도 높은 콘텐츠의 명성과 언제 또 한국 무대에 오를지 모를 희소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후 10월 21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처음으로 <오페라의 유령>의 지방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2001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을 뒤바꿨던 <오페라의 유령>이 지방 공연 시장에서는 과연 어떠한 기록들을 세우게 될지 기대가 된다.

 

 

 

 

 

 

 

 

 

 

 

 

 

 

 

 

 

 

Interview 프로듀서 설도윤


서울 공연이 며칠 남지 않았다. 1년간의 여정을 마치는 기분이 어떠한가.
만약에 우리가 2009년 9월부터 공연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분명 또 다른 위기를 맞았겠지만 말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천안함 사건, 월드컵 등 유난히 악재가 많았지만 공연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일 없이 4백 회가 넘는 공연을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어 다행이고 뿌듯하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페라의 유령>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동안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중복 관람객이 많아 매출이 늘었던 것이지 실제로 새로운 관객이 유입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몇 년 사이에 늘어난 새로운 관객은 불과 5퍼센트 미만인 것 같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총 33만 관객의 70퍼센트, 20만 명이 넘는 새로운 관객을 창출해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70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렸다. 1년 공연으로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거둘 수 있는 콘텐츠는 ‘4대 뮤지컬’ 중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뿐이라고 본다. 당분간 어떤 공연도 장기 공연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환경에서 이 정도 성과를 거뒀으니 시장 경기가 좋아졌을 때 과연 국내 뮤지컬 시장의 맥시멈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배우들의 연기나 작품의 완성도는 기대했던 만큼 나왔는가.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 모두 훌륭했다. 홍광호가 처음 팬텀으로 무대에 서던 날 1막밖에 공연을 못해 가슴을 졸이긴 했지만 말이다.(웃음) 특수분장 때문에 피부병에 걸려 고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포기하지 않은 양준모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있다. 우리 배우들 모두가 작품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공연 스케일이 작다’, ‘배우들의 소리가 작다’ 등 관객들의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많이 속상했다. 아무래도 우리 관객들의 취향이 큰 극장, 큰 볼륨을 좋아하는 것 같다.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공연 때와 똑같은 무대 세트인데도 불구하고 이전과 감흥이 달랐다는 거다. 뮤지컬은 작품마다 음향디자이너들이 규정하는 적정한 크기의 소리가 있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마찬가지다. 어쿠스틱한 소리와 클래식한 모든 소리들이 정교하게 배합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절대 시끄러워서는 안 되는 공연이다. 그런데 관객들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작으면 배우의 성량을 탓하고 음향을 탓한다. 요즘 워낙 많은 작품들이 스피커가 터질 듯이 큰 볼륨으로 공연되다보니 초보 관객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관객들이 그렇게 원하던 걸 들어줄걸 그랬다 싶기도 하다. 샤롯데씨어터가 좀 더 컸으면 더 좋았겠고.(웃음) 무엇보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티켓 가격을 좀 더 낮추지 못한 것이다. 2001년 초연과 비교해 1만 원 정도 올렸는데, 인건비가 5배나 오른 것을 감안하면 많이 낮춘 셈이지만 10년 전과 똑같았다면 더 좋지 않았겠나. 모든 코스트가 올라가고 수익성은 점점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주머니 사정 어려운 관객들을 어떻게 극장으로 불러올 것인가는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대구 공연에 대한 전망은.
당연히 잘될 거다. <캣츠> 대구 공연으로 지방 공연의 기록적인 물고를 텄으니 <오페라의 유령>으로 지방 시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관광객의 발길이 가장 적은 도시가 대구다. 하지만 전국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 만큼 총 99회 공연 동안 관객 15만 명, 그중 약 8만 명의 외지인이 대구로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편의 공연으로 어느 정도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대구 공연 이후 설앤컴퍼니의 공연 계획은?
일단 내년 초 국립극장에서 <천국의 눈물>이 올라간다. 캐스팅은 거의 완료됐다. 해외 공연을 목표로 작업한 작품인 만큼 이번 한국 공연은 일종의 트라이아웃 공연인 셈이다. 함부로 브로드웨이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미국 시장을 겨냥했을 때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한국 공연에서 얻어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 공연도 계획 중이다. 그 이후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용했던 설앤컴퍼니 보유의 레퍼토리를 다른 단체가 제작하게 하거나 공동 제작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작품을 제작 대행할 수도 있고. 어쨌거나 제작 편수를 줄일 계획이다. <러브 네버 다이즈> 한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2013년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데 우선 투어 공연이 될 것 같다. 월드 투어에 직접 투자하는 작품이니 한국 공연은 당연히 성사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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