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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V 속 뮤지컬 드라마 [No.83]

글 |정세원 2010-09-07 6,717

TV 속 뮤지컬 드라마

 

뮤지컬을 라이브 공연이 아닌 영화와 TV 드라마의 형태로 제작한 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21세기에 들어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된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가 케이블 TV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십대 청소년들 사이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로는 십대들을 겨냥한 TV 뮤지컬 드라마의 제작 편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해에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기획, 제작에 나서서 눈길을 끈다.

 

 

텔레비전 방송을 위해 제작된 최초의 뮤지컬로 알려진 작품은 1944년 딕 매닝(Dick Manning)이 작곡한 이다. 하지만 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TV 뮤지컬은 히트 곡을 남기기는커녕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1953년 에델 머먼과 메리 마틴이 방송에 출연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이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두 사람이 출연한 TV 뮤지컬은 CBS와 NBC를 통해 60만 명의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1955년 메리 마틴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캐스트가 출연한 <피터 팬>이 NBC를 통해 방송된 이후로,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작품들이 TV용으로 개작되었다.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PBS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실황을 녹화 방송하기 시작했고 CBS와 ABC로 채널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이전까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축소판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TV 뮤지컬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자적으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디즈니 채널의 TV 뮤지컬
2000년 디즈니-ABC텔레비전그룹이 제작한 <제페토(Gepetto)>는 본격적으로 TV에서 방영하기 위해 제작된 뮤지컬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아닌 그를 만든 아빠 ‘제페토’에 초점을 맞춰 코믹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와 <노틀담의 꼽추>, <이집트의 왕자>의 가사 작업으로 디즈니와 인연을 맺은 뮤지컬 작곡가 스테판 슈왈츠가 가사와 곡을 썼다. 제페토 역으로는 드류 케리가, 푸른색 요정 역으로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막강한 자금력과 제작력을 바탕으로 TV 시트콤과 영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온 디즈니 채널은 2003년부터 디즈니 채널용 TV 뮤지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치타 걸스(The Cheetah Girls)>다. 데보라 그레고리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팝 스타를 꿈꾸며 스스로 ‘치타 걸스’라고 이름 지은 네 명의 십대 소녀-갤러리아, 샤넬, 아쿠아, 도린다-들이 교내 탤런트 쇼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호피 무늬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는 주인공들의 생기 넘치는 춤과 노래는 십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즌3까지 이어졌다. TV 뮤지컬로 스타덤에 오른 그룹 치타 걸스는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디즈니 채널의 <하이스쿨 뮤지컬>(2006)은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8세~12세의 트윈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틴에이지 영화와 음악, 그리고 뮤지컬 장르를 접목시켜 제작한 TV 뮤지컬 영화다. 피터 바소치니가 각본을 쓰고 열한 명의 작곡가가 참여해 음악을 만든 <하이스쿨 뮤지컬>은 영화 <더티 댄싱>의 안무가이자 영화 <마이클 잭슨 디스 이즈 잇>, <풋루즈>에 이어 <인 더 하이츠>의 감독을 맡은, 안무가 겸 감독 케니 오티가의 지휘로 완성되었다. 농구부 주장이며 인기 만점인 트로이와 과학 천재이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가브리엘라가 우연히 만나 호감을 느끼고, 전학 온 학교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싹 틔우고 자신들의 숨겨진 끼를 발견해 교내 뮤지컬 공연에 참여한다는 내용은 전반적으로 하이틴 뮤지컬 영화의 고전 <그리스>와 많이 닮은 듯하다. 특히 트로이와 가브리엘라가 각자 친구들에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들려주는 장면은 <그리스>의 ‘Simmer Night’을 연상시킨다. <하이스쿨 뮤지컬>은 무대 뮤지컬처럼 오프닝 곡과 엔딩 곡에 맞춰 학생들의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뮤지컬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드라마가 진행되는 장소(교실, 식당, 농구장, 공연장 등)에 맞춰 화려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뮤지컬 장르 안에서 십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 진로에 대한 고민을 디즈니 스타일로-착하고 단순하고 밝게- 그려낸 <하이스쿨 뮤지컬>은 디즈니 채널뿐만 아니라 미국 케이블TV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미국을 넘어 100개국에서 방영되었다. 잭 에프론과 바네사 허진스를 비롯한 배우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단숨에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십대 청소년들 사이에 신드롬을 일으킨 <하이스쿨 뮤지컬>은 시즌2와 극장용으로 확대된 시즌3으로 이어지는 동안 더욱 감각적인 음악과 춤, 스케일이 커진 무대와 현란한 편집 등으로 흥행을 이어갔고, 이제 트윈무비, TV 뮤지컬의 고전이 되었다.

 

 

 

 

 

 

 

 

 

 

 

 

 

<하이스쿨 뮤지컬>의 영광을 이어간다
디즈니는 <하이스쿨 뮤지컬>의 성공 이후 비슷한 작품들을 계속 선보였다. 록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꿈 많은 십대 소녀 미치의 유쾌한 성장기를 그린 <캠프 록>(2008년)은, 2005년에 결성된 후 디즈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던(원더걸스에게 미국 데뷔 무대를 갖게 해준 콘서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3인조 록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연기 데뷔 무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이스쿨 뮤지컬>이 보여준 뮤지컬 드라마의 공식-잘난 남자(록 캠프에서 댄스 클래스를 진행하는 팝 스타 세인)와 부끄러움이 많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자(록 캠프에 참여한 미치)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우여곡절 끝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세인 그레이와 밴드로 출연한 조와 케빈, 닉은 2008년 한 해 동안 음악 활동 수입만 779억 원을 벌었고, 1억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며 10대 소녀들의 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방영한 조나스 브라더스의 두 번째 TV 뮤지컬 <조나스(Jonas L.A.)>는 그룹 조나스로 인기를 얻었지만 계속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는 케빈과 조, 닉의 이야기를 담은 25개의 에피소드로 소녀 시청자들을 공략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디즈니 채널의 자체 제작 시리즈 또는 영화 중 두 번째로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디즈니 채널의 최신작 <스타 스트럭(Star Struck)>(2010)은 모든 십대 소녀들의 우상인 팝 스타와 평범한 소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중 팝 스타 크리스토퍼가 노래하는 장면 외에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스타와의 만남과, 할리우드 연예인들의 생활과 고충을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이 소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이다.
2008년 이후 디즈니 채널 외에도 TV 뮤지컬을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MTV의 <아메리칸 몰(The American Mall)>(2008)은 <하이스쿨 뮤지컬> 제작팀이 참여한 TV 뮤지컬로, 싱어송 라이터의 꿈을 갖고 있지만 어머니가 물려준 쇼핑몰 내의 음반 가게를 운영하며 지내고 있는 소녀 앨리가 록 스타의 꿈을 품고 있는 조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대형 쇼핑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At The Mall’의 군무 장면이나 앨리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친구들이 부르는 ‘High Quality’는 다소 유치하지만 상황을 한눈에 이해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앨리의 무대 역시 쇼핑몰 한가운데 마련된다. 배우들이 모두 중앙으로 나와 서로를 격려하다 발랄한 댄스 군무를 선보이는 커튼콜 장면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우리 뮤지컬계의 커튼콜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스펀지 밥>으로 유명한 어린이 대표 채널 니켈로디언의 TV 뮤지컬 <스펙타클라!(Spectacular!)>(2009)는 제멋대로인 성격 탓에 록 밴드에서 쫓겨난 니코와 그를 쇼 합창단 스펙타클라에 스카우트한 커트니와의 사랑과 음악 이야기를 그린다. 록 밴드의 콘서트 무대로 오프닝을 여는 <스펙타클라!>는 쇼 합창단 연습을 하던 니코가  커트니를 유혹하고(‘Break My Heart’),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For The First Time’), 대회를 앞둔 쇼 합창단의 다양한 연습 장면 등을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노래와 춤으로 보여준다. 밴드 오디션 제의를 받고 합창단을 떠났던 니코가 이미 공연을 시작한 스펙타클라 무대에 깜짝 등장하고, 밴드 멤버들까지 합세해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외에도 시트콤 형식으로 제작된 TV 뮤지컬을 찾아볼 수 있는데, 록 스타 ‘한나 몬타나’라는 신분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십대 소녀 마일리 스튜어트의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 채널의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2006년) 시리즈나, 니켈로디언의 <빅 타임 러쉬(Big Time Rush)>(2009)가 대표적이다. 켈리 클락슨, 에이브릴 라빈, 브리트니 스피어스, 힐러리 더프 등의 음반을 제작한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이 드라마 음악 제작에 직접 참여한 <빅 타임 러쉬>는 ‘차세대 보이 밴드’를 찾아 나선 음반 제작자에게 발탁돼 L.A.로 건너온 미네소타 출신의 십대 소년 네 명의 이야기로, 평범한 소년들의 우정과 형제애, 그리고 팝 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TV 뮤지컬이 미국에서만 제작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국 ITV는 지난 2008년 끼와 열정이 가득한 브리타니아 공연예술학교의 여섯 학생들의 성장 드라마를 그린 TV 뮤지컬 드라마 <브리타니아 하이(Britania High)>를 제작했다. 노래와 춤, 연기에 재능 있는 학생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각자의 꿈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돕는 브리타니아 하이스쿨처럼, 실제로 <브리타니아 하이>는 대니 역의 밋치 유어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은 방영 1년 전부터 영국 각지에서 진행된 오디션과 워크숍을 통해 선발됐다. 드라마를 위해 작곡한 140곡 중 엄선된 20곡의 노래는 매회 두세 차례씩 뮤지컬 장면으로 연출됐다. 총 9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드라마는 주인공 한 명씩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그들이 일 년간 갈고 닦은 실력은 마지막 회의 쇼케이스로 선보인다(쇼케이스 장면은 실제로 시청자들을 초대해 라이브로 촬영됐다).

 

기존의 TV 뮤지컬과 차별화에 성공한 <글리> 
2010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코미디 TV 부문을 수상한 화제작 <글리>는 앞서 소개한 TV 뮤지컬들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제작된 뮤지컬 드라마다. 2009년 미국 FOX에서 방영을 시작한 <글리>는 오하이주 맥킨리 고등학교의 글리 클럽의 전신인 ‘뉴 디렉션스’의 전 멤버였던 스페인어 교사가 폐지 위기에 빠진 글리 클럽을 되살리기 위해 오합지졸 학생들을 모아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글리>는 십대들을 매혹시킬 꽃남꽃녀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만한 러브 라인 대신 소위 소수자로 취급 받는 흑인, 게이, 아시안, 장애인, 왕따 등 재능은 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노래를 통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보석으로 거듭나는 성공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뮤지컬 드라마들과는 차이를 보인다(인물 간의 관계만 떼어놓고 보면 한국형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리>를 다른 영역의 뮤지컬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극 중의 뮤지컬 장면이 실제 공연이나 리허설 상황에서만 등장하고,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명곡과 히트곡들을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오랜 고민 끝에 선곡한 뮤지컬 드라마 <글리>의 넘버들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반영해준다. <카바레>, <퍼니 걸>, <위키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다양한 뮤지컬 넘버부터, 저니, 리한나, 퀸, 슈프림스, 존 레논, 신디 로퍼, 켈릭 클락슨, 마돈나, 비틀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올리비아 뉴튼 존, U2, 레이디 가가 등 새롭게 편곡해 적재적소에 배치된 노래들과, 여기에 맞춘 새로운 안무를 함께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글리>는 감동적이다.

TV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뮤지컬 스타 배우들의 방송 진출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점에 뮤지컬을 소재로 한 드라마 <왓츠 업>과 <더 뮤지컬>의 제작 소식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지난 7월 초 방송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 두 편의 뮤지컬 드라마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얼마나 담아낼 것인지 알 수 있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우리가 이미 만났던 국내판 뮤지컬 드라마들보다는 발전한 모습이기를 바란다(국내 뮤지컬 드라마에 관한 내용은 다음 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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