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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기획-2] 시대가 부른 신인들 [No.94]

글 |김유리 2011-08-01 4,876

어느 시대든 인물을 원한다. 갑자기 등장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약 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뮤지컬, 1980년대부터 시대의 흐름과 작품에 따라 새롭게 등장해 현재 스타의 위치에 있는 배우들을 알아본다.

 


1980년대에는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뮤지컬을 의미하는 ‘정통 뮤지컬’, ‘본격 뮤지컬’ 스타일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졌다. 1970년대 후반 설립된 현대극장, 민중, 대중, 광장 등 민간 뮤지컬 단체들의 주도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사운드 오브 뮤직>, <에비타>, <아가씨와 건달들> 등이 공연되었고, 이들은 대부분 단원을 뽑아 훈련시키는 단원제의 형태로 운영되었다. 그러다 1981년, 현대극장은 <에비타> 공연을 위한 ‘주역배우 선발대회’를 통해 이경애라는 성악과 출신의 신예 배우를 선발한다. 12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그녀는 운동권 출신인 남편이 투옥되어 영치금을 마련하고자 지원하게 되었던 개인사와 더불어 큰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비록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 아니었지만 국내 초연이었던 이 작품은 1981년 관객동원 3위를 차지하며 1980년대 극단 현대극장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하게 된다.
1980년대 말에는 성악 발성을 하지 않는 전문 뮤지컬 배우가 등장한다. 이는 1989년 7월에 개관한 ‘롯데월드 예술극장’의 역할이 컸다. 당시 개관작으로 뮤지컬 <신비의 거울 속으로>를 준비하기 위해 롯데 측은 롯데월드 뮤지컬 씨어터 스쿨을 마련하여 우리에겐 <코러스 라인>의 리바이벌 버전의 연출 겸 안무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바욕 리(Baayork Lee)를 초빙하여, 배우들을 훈련하고 수차례의 오디션과 8개월이 넘는 준비과정을 거쳐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때 롯데월드 예술극장 뮤지컬 예술단 1기 단원으로 선발된 사람은 당시 스물 셋의 남경주와 고등학교 3학년의 최정원. 이들은 성악 발성을 하지 않으면서, 브로드웨이 식의 춤과 노래를 잘 소화하도록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아 이후 1990년대를 풍미했고, 현재까지도 뮤지컬 배우하면 ‘남경주, 최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영향력을 가진 배우들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는 영미 뮤지컬의 직수입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제작이 성행했던 시기다. <사운드 오브 뮤직>(1992), <캣
츠>(1994), <레 미제라블>(1996) 등이 직수입되는 한편, 기존 극단 중심 체제가 프로듀서 중심 체제로 바뀌면서 정식 라이선스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에이콤의 <아가씨와 건달들>(1994), <페임>(1999),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94), <갬블러>(1999), 삼성영상사업단의 <브로드웨이 42번가>(199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97)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중 삼성영상사업단의 작품은 브로드웨이 스태프진과의 ‘합작’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이다. 이렇게 정식 라이선스인 경우에 원작의 퀄리티를 살리기 위해 해외팀은 경력보다는 실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마련이다. 90년대에는 이런 과도기적 상황으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유학파 이소정, 최주희 등의 배우와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류정한이 주목을 받았다. 이런 1990년대의 큰 흐름 사이 소극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한국적 뮤지컬을 시도하는 극단 학전도 있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과 영국의 윌리 러셀의 를 번안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과 <의형제>을 통해 조승우, 최재웅, 김재범 등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뮤지컬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데뷔가 이루어졌다.
한편 본격적으로 뮤지컬의 대형화, 산업화가 이루어진 2000년대에는 다양한 국적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각 작품이 요구하는 능력과 이미지를 지닌 배우들이 인상적인 데뷔를 보여주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해외 프로덕션은 한국 초연을 앞두고, 원작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엄격히 심사를 진행했다. 캐릭터의 이미지와 작품의 특성상 성악과 뮤지컬적인 발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했기 때문에 성악과 출신의 신인, 류정한과 김소현, 윤영석이 발탁되었다. 한편, 1990년 재단법인으로 재탄생한 관립 ‘서울예술단’은 레퍼토리 선정에 차별화를 시도, 변화를 모색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정 레퍼토리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연수단원과 단원을 거치며 탄탄한 기본기와 고정적인 인지도를 쌓은 조정은, 민영기 등의 배우가 팬 층의 큰 지지를 받았고, 어린 시절부터 넘치는 끼와 열정으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품고 18살에 <렌트>의 미미로 혜성처럼 데뷔한 뮤지컬 키드, 정선아도 있었다. 한편, 탄탄한 연기를 베이스로 하는 오만석, 강필석 등의 한예종 연기과 출신 배우들도 2000년대 초 데뷔하여 스타 대열에 올랐다.
2007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라이선스 공연은 새로운 개성의 신인들이 대극장에 바로 등용된 사례다. 보컬과 댄서를 확실히 구분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상 가수 출신 및 가수 지망생, 심지어는 학생 신분으로 프로 경력이 전무한 경우도 오디션을 통해 선발이 되고, 실제 주역으로 데뷔해 화제를 낳았다. 이렇게 선발된 윤형렬과 박은태, 전동석은 이후, 자신들의 장점이 빛날 수 있는 유럽 뮤지컬과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의 주역을 꿰차며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2000년 중반에는 중·소극장 뮤지컬 중 <그리스>나 <알타보이즈>가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각각 김진우, 김산호, 강동호와 김무열, 이창용, 한지상, 주원, 정동화 등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왔다. 최근에는 <쓰릴 미>와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각각 이율, 강하늘과 김유영, 송상은 등의 가능성이 충만한 신인들을 발굴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4호 2011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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