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호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달 여의 휴가를 내고 1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2월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두번째 단독 콘서트 <홍서트>는 첫번째 <홍서트>와 같은 공간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이야기가 있는 선곡들로 채워졌는데, 홍광호의 추억과 마음이 담긴 곡들로 구성되었다. 곡마다 담긴 홍광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층 콘서트에 몰입하도록 도왔다.
지난 단독 콘서트 영상이 흘려나온 뒤 홍광호의 ‘킴스 나이트메어(Kim's Nightmare)’로 <홍서트>가 시작되었다. 현재 런던에서 출연 중인 <미스 사이공>에서 맡은 투이가 부르는 넘버로 강약을 오가며 역할에 온전히 몰입한 모습으로 한층 깊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런던에서 활약 중인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한 곡이었지만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목마름을 적셔주는 듯한 선물이었다.
막 뒤에만 있던 홍광호는 두 번째 곡인 마이클 부블레의 ‘홈(Home)’에서 런던을 배경으로 했던 포스터를 뚫고 나온 듯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서 객석까지 내려와 곳곳을 누비며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첫번째 콘서트에서 리프트를 타고 객석에 친밀히 다가갔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었다. 런던의 한 한인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흘러 나온 곡이 ‘홈’이었는데 타국에서 지내며 느낀 외로움에 많이 공감해서 콘서트 때 오프닝으로 불러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아이러브유(I Love You)’는 첫사랑에 이 노래를 녹음까지 해서 고백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아픈 기억이 있는 곡이지만 정말 좋아했던 노래라 불렀고, <불의 검>의 ‘그대도 살아주오’와 <퍼페먼트>의 ‘사랑을 믿나요’는 창작 뮤지컬에도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선곡했다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레 미제라블>과 <미스 사이공>은 처음 구매해 들은 뮤지컬 넘버였는데 ‘스타즈(Stars)’는 학창 시절 선배이던 조승우가 무대에서 코트를 껴입고 부르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받은 곡이라 말하며 불렀다. ‘와이 갓 와이(Why God Why)’는 2006년 <미스 사이공> 국내 초연 당시 크리스 커버 배우였지만 크리스 역으로는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다가 막공을 1주일 가량 앞두고 공연 중 이 곡에서 이 역을 맡았던 마이클 리가 컨디션 난조로 등을 보이며 앙상블 연기를 보이고 있던 그에게 결국 기회가 와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미스 사이공>에서 존 역으로 함께 출연 중인 휴 메이나드와의 게스트 무대도 이어졌다. 자신의 초청에 흔쾌히 응해줬다는 홍광호와 듀엣을 부른 뒤 <미스 사이공>의 넘버 ‘부이 도이(Bui-Doi)’를 선보였다. 7일의 또다른 게스트 마이클 리는 홍광호와 함께 <쓰릴 미>의 ‘정말 죽이지(Nothing Like A Fire)’를 불러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홍광호와 <노트르담 드 파리>에 같이 출연했던 그는 같은 작품을 다시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후 솔로곡으로 본 조비의 ‘얼웨이즈(Always)’로 속 시원한 록 감성을 펼쳐냈다.
좋아하지 않던 트로트는 휴 메이나드가 홍광호의 부모님이 왔을 때 부모님을 위해 한국 친구에게까지 물어가며 준비했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 덕에 매력을 다시 느꼈다며 심수봉 스페셜로 ‘사랑밖에 난 몰라’와 ‘그때 그 사람’을 회심의 카드로 불러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했다.
유년 시절 좋아했던, 그러나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반대했던, 동요(노을, 과수원길, 섬집아기)를 선곡하기도 하고, 학창 시절 자주 부르던 가요들(오래 전 그날, 네버엔딩 스토리, 조조할인, 담배가게 아가씨)도 선보였다. 발라드에서 점차 비트가 빨라지는 곡으로 노래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객석은 들썩였고, ‘담배가게 아가씨’에 이르러서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흥겹게 춤을 추며 즐겼다.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 다시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며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불렀던 O.S.T. ‘발밤발밤’을 불렀고, 첫 번째 콘서트에서 부르며 음원으로도 발매했던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을 리프트를 타고 높이 올라가 목소리를 저멀리 깊은 곳까지 전파하듯 깊고 묵직한 음성으로 노래하며 마지막 곡을 소화했다. 이어진 앙코르에서는 ‘서른 즈음에’와 부를지 말지 고민했다던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오프닝처럼 수미쌍관을 이루듯 ‘참 예뻐요’를 부르며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 객석을 돈 뒤 퇴장하며 이날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홍광호는 지난 콘서트의 긴장감은 떨쳐버린 듯 한층 목도, 말도 트인 모습으로 노래도, 멘트도 유려하게 선보이며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특히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관객들이 ‘홍광호’를 쉼 없이 연호하자 “홍광호라 외치는 건 처음 들어봐요”란 말로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첫 번째 콘서트 때보다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인 듯 적재적소에 맞는 조명과 영상, 구성에 더해진 홍광호의 진심으로 두번째 <홍서트>는 관객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사했다. 오랫동안 런던에 머물면서 외로움과 우울감을 많이 느꼈던 홍광호는 공연 말미 이날 콘서트를 하면서 자신이 있을 곳은 다시 한 번 한국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1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만나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그의 말로, 또 표정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두달 간 휴가를 내서 한국에 온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한국 관객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꺼내보였더니 통하더라는 홍광호는 영국에서 느낀 한 가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은 모두가 위를 보고 살아 비교하고 불행해지지만 그곳에서는 행복이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런던에 그를 보기 위해 온 대다수는 성장을 말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임을 강조하며, 2015년의 홍광호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꺼내놓았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쌓은 1년 간의 경험이 던져줄 배우로의 성장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홍광호가 향해 달려갈 행복이란 가치가 그의 또다른 성장을 어떻게 일궈낼지 지켜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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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그리움이 진심으로, 홍광호 두 번째 콘서트 <홍서트>
글 | 안시은 | 사진제공 | 랑 2015-02-10 5,537sponsored ad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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