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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전설의 댄스 클럽, 문나이트 [No.126]

글 |이민선 2014-04-07 5,219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문나이트>는
이 시대 최고의 춤꾼이자 엔터테인먼트 회사 CEO인
주인공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20년 전 댄스 클럽 문나이트에서 만나 함께 꿈을 키우고
이루어온 친구들이 하객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런 극 중 설정을 현실에 적용해본다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예가 있다.
주인공은 YG와 JYP로 통용되는 양현석이나 박진영이 될 테고,
하객들은 이주노와 구준엽, 이현도 등일 것이다.
(물론 <문나이트>가 이들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낯설겠지만,
이들은 실재했던 댄스 클럽 문나이트에서 춤 실력을 다지고
가수로 데뷔해 1990년대 국내 댄스 음악계를 평정했다.
이 시기를 풍미했던 댄스 가수들의 90퍼센트 이상이
문나이트 출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나이트는 대한민국 스트리트 댄스의 성지인 셈이다.

 

 

 

 

1990년대 춤꾼들의 아지트

 

1970년대 고고장과 디스코텍을 지나 1980년대부터 댄스 클럽들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앞선 무도회장과의 차이라면, 댄스 클럽은 테이블에 앉아 기본 안주와 술을 시킬 필요 없이 저렴한 입장료만 내면 스피커와 플로어가 내 것이 된다는 점! 춤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친교나 유흥의 목적이 아니라 작정하고 춤만 추러 가도 되는 곳! 이들 클럽은 춤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문 DJ를 들이고 전문 댄스 클럽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춤꾼들이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이 이태원의 문나이트이다.
처음에 미군을 대상으로 하던 문나이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내국인의 출입도 허용하면서 댄서들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었다. 이태원은 미군 부대 근처고 외국인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1950년대 후반부터 클럽이 생겼고, 댄서들에게는 해외의 댄스 문화를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당시에 춤 좀 춘다는 댄서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문나이트는 단순히 춤을 즐긴다기보다는 춤 실력을 과시하고 연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여기서 열린 댄스 배틀에서 돋보이기 위해 댄서들은 남몰래 연습을 했으며, 이곳에서 첫선을 보이고 인기를 얻은 춤들은 방송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에 대표적으로 히트를 쳤던 춤으론 ‘토끼춤’ 되시겠다.) 그리고 이곳에서 춤을 추다 안면을 트고 친해진 이들은 팀을 짜 전문 댄서로 활동하거나 가수로 데뷔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클론, 룰라, 박진영 등이다.
클럽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춤꾼들이 가수로 데뷔하며 문나이트를 떠났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댄스 가수를 꿈꿨던 이들은 클럽 대신 댄스 경연 대회나 오디션을 통해 들어간 연예 기획사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되었다. 댄서들의 활동 영역 변화와 국내 클럽 문화의 지형 변화로 문나이트는 쇠퇴기를 걷는다. 1990년대 중반 홍대에 록카페로 시작한 소규모의 개성 있는 클럽들이 생겨나고 정통 댄스 클럽들이 다수 문을 열면서, 이곳이 클럽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강남에 고급스러운 대규모 댄스 클럽들이 등장해 클럽 문화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이후 이태원은 다른 지역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게이클럽과 내외국인이 파티 스타일로 자유롭게 즐기는 라운지 클럽으로 지역색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댄스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다

2011년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Mnet에서 방영한 <문나이트90>과 2014년 뮤지컬 <문나이트> 등으로 문나이트와 당시의 댄스 음악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근 1990년대를 타깃으로 한 복고 유행의 영향도 있지만, 문나이트 출신의 댄스 가수들이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댄스 음악 시장의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K-POP의 시작에 그들이 있었다. 현재 아이돌 그룹들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990년대 후반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있고, 그 이전에 이름난 춤꾼에서 가수로 우뚝 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이 있다.
댄서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가수가 되는 데는 1980년 컬러 TV의 등장이 한몫했다. 전보다 더 화려한 쇼를 보여주는 데 단체 댄스만 한 아이템도 없기 때문이다. 방송에 출연할 댄서 인력의 요구가 많아지자 실제로 이 시기에 전문 댄스 팀들이 다수 결성되었으며, 춤꾼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소문난 문나이트는 매의 눈으로 스타의 가능성을 점치는 음반 및 방송 관계자들의 캐스팅 장이 되기도 했다.
한편, 세계적인 춤꾼 마이클 잭슨의 등장은 (다른 나라는 물론)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댄서의 꿈을 심어주었다. 문나이트를 드나들며 실력을 키워가던 댄서 유망주들은 가수의 백업 댄서로 차근차근 꿈을 이루기 시작했다. 댄서 출신으로 1988년에 솔로가수로 데뷔한 박남정은 ‘박남정과 친구들’이라는 개인 전속 댄스 팀을 꾸렸는데, 그 ‘친구들’ 멤버가 이주노와 양현석, 이후에 R.ef의 멤버가 되는 박철우 등이다. 1990년에 데뷔한 현진영 역시 ‘현진영과 와와’라고 불리는 전문 댄스 팀을 두었다. 와와의 1기 멤버가 구준엽과 강원래이며, 2기가 이현도와 김성재, 3기에는 션이 포함돼 있다. 백업 댄서로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은 점차 전면에 나서는 가수로 거듭나게 된다.
문나이트 출신의 가수로는 먼저 현진영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이 배출한 첫 번째 가수가 바로 현진영이다. 그리고 록커로 활동하다 새로운 음악을 하고자 춤을 배우고 싶어 했던 서태지에게 춤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문나이트를 추천한 양현석과 이주노가 함께 결성한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에 데뷔해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꿔놓는다. 1993년에 듀스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힙합 댄스를 보여준 이현도와 김성재, 1996년 클론으로 가수 생활을 시작한 구준엽과 강원래도 문나이트 출신이다. 어린 나이에도 문나이트에서 춤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던 박진영도 김건모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다 1994년에 솔로로 데뷔한다. 한때 작은 댄스 클럽 문나이트에서 서로 경계하며 춤 실력을 과시했던 이들이 20년 후에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라이벌 프로듀서가 되리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문나이트는 그런 곳이었다.

 

                                 

 

 

              문나이트(Feat. D.O.) 작사·작곡·노래 UV                  
A-Yo Baby 애기 내 얘기 들어봐
전설의 춤꾼 이야기
니네들이 추는 그 춤 이야기
그거 다 옛날에 있던 춤이야

아름다운 이태원 금수강산에
현진영고 진영고 터잡으시고
양군아저씨와 주노 사라지더니
서태지와 아이들로 돌아오셨네

미국에서 오셨다는 Deux forever
히비리 디비리 히비리 디비리 힙합
Deux forever Deux gotta going on
아픈 내 가슴을 이 비에 씻으려

꿍따리 샤바라 빠빠
흥겨운 노래의 아빠
클론 is 복제인간
돌아와 클론 돌아와

DJ 뮤지, 아하, 누가 음악 잘 틀었지? 신철
신철하고 누가 있지? DOC
DOC 말고 누가 있지? 김기덕

Moonnight Delight Boogie Woogie Night
(back to the oldschool)
Moonnight Delight Boogie Woogie Night
(back to the oldschool)

그때까진 잘 몰랐지 JYP
춤추는 학생회장 JYP
Moonnight안에서 우린 추억을 나눴지
날개 잃은 천사 룰라 이상해 궁금해
나나나나나 잼 나나나나나 잼
Moonnight 여자 얘기 들려줄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내게 말해봐
이름이 촌스러워 못 말하겠어
차라리 미애라고 내게 말해줘
(후략)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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