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더 뮤지컬 어워즈의 후보들이 공개됐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축하 행사는 생략하고 6월 2일 결과만 지면으로 발표한다고 한다. <더뮤지컬> 기자들에게 발표된 후보들 중 열 부문의 수상작(자)에 대한 예상을 들어보았다. 모든 시상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 결과 역시 <더뮤지컬> 기자들의 주관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각 기자들의 개성과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가장 실제 수상 결과에 가까운 답을 내어놓았을까.
올해의 뮤지컬
후보작 <고스트> <공동경비구역 JSA> <위키드> <프랑켄슈타인>
<위키드>
스토리, 음악, 무대,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 거기다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명작의 감동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자체가 환상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윤정
재미와 감동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지난해 해외 팀의 공연도 뛰어났지만 올해 국내 캐스팅은 그에 못지않게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했고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박병성
오랜만에 뮤지컬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 수작이다. 음악, 드라마, 캐릭터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두루 빛났다. 각 배우들의 역량 또한 뛰어났고, 배우별로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고른 매력을 보여주는 데도 성공했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었다. 송준호
<고스트>
1990년대 올드한 사랑 이야기를 현대의 대형 무대로 옮겨오면서 하이테크 기술을 첨가했다. 이 선택은 영리했다. 아날로그 정서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훌륭했는데, 특히 간단한 트릭을 사용해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 무대 미술이 돋보였다. 배경희
올해의 창작뮤지컬
후보작 <공동경비구역 JSA> <날아라, 박씨!>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기획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대극장 창작 초연이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작품을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특히 개성 강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시너지가 큰 에너지를 발산했다. 나윤정
관객들이 대형 뮤지컬에 기대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잘 포장된 선물을 선사했다. 음악의 완급 조절, 감정이입이 어려웠던 빅터, 감정 과잉 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올해의 창작뮤지컬로 뽑을 만하다. 박병성
지금까지 모든 창작뮤지컬을 통틀어 최고의 무대 비주얼을 보여준 작품. 무대 세트와 조명, 이를 한 무대에 잘 버무려 놓은 연출, 완성도 높은 만듦새는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을 덮을 만했다. 배경희
관심이 높았던 <공동경비구역 JSA>와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은 뚜껑을 열자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기본적으로 빈틈이 많은 작품이다. 하지만 창작뮤지컬로서 이 작품이 기록한 이례적인 흥행은 단순히 물량 공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송준호
남우주연상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박은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괴물 그 자체였다. 몸짓과 울부짖음만으로도 역할의 처절함이 잘 표현되었다. 나윤정
괴물의 고독과 외로움이 피가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이미지와 만나 시너지가 났다. 한지상의 뜨거운 괴물도 인상적이었지만 북극의 날씨처럼 깨끗하고 차가운 미친 고음이 돋보였던 박은태의 손을 든다. 박병성
또래 배우들 중 가창력에서 단연 톱이라는 사실을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깔끔하고 파워풀한 그의 고음을 듣고 있으면 희열이 느껴진다. 배경희
콰지모도와 괴물 콤비의 대결 양상인데, 괴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두 괴물 중 캐릭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쪽은 한지상이다. 그러나 박은태는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기괴함을 새롭게 창조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프랑켄슈타인 앞에 선 박은태의 괴물은 종종 인간을 내려다보는 초월적 존재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송준호
여우주연상
<위키드> 옥주현
엘파바 하면 바로 옥주현이 떠오를 만큼, 그녀는 이제 엘파바의 표본이 되었다. 옥주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엘바파에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시키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나윤정
옥주현의 연기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엘파바의 대사 하나하나를 정확히 살려내는 연기에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박병성
<위키드> 김보경
엘파바와 글린다의 활약이 유독 돋보였던 한 해였다. 노미네이트된 배우들은 백중지세의 기량을 뽐냈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옥주현이나 정선아일 터. 하지만 그런 두 콤비의 강력한 존재감 사이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각인시킨 김보경이 돋보인다. 올해만큼은 그녀가 새로운 헤로인이 되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송준호
남우조연상
<공동경비구역 JSA> 임철수
보기만 해도 긴장이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임철수. 북한군이 뿔이 난 도깨비라고 반공 교육을 시켰던 적도 있다는데, 북한군 임철수는 그 자체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박병성
캐릭터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연상되는 이름이 이 상의 주인공일 것이다. 그 배역에 ‘대체 불가능한’ 인물에는 딱 한 사람이 떠오른다. 임철수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이어 또 다시 ‘북한군 전문 배우’로서의 위용을 뽐냈고 그건 정말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 송준호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이어 다시 북한군 캐릭터를 맡은 임철수. 전작과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맡아 사랑스럽고 정감 넘치는 인물을 보여줬다. 앞선 두 작품을 통해 북한군 전문 배우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 신인 배우의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배경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이주광
이주광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중 하나인 에드거를 더욱 인상적인 인물로 펼쳐냈다. 나윤정
여우조연상
<고스트> 최정원
우피 골드버그의 오다메를 뛰어넘는 한국판 오다메의 탄생! 그녀의 재기 발랄한 쇼맨십은 신나고 유쾌했다. 나윤정
박수받아 마땅한 관록의 힘. 최정원은 그녀가 지금껏 주로 맡아왔던 역할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코믹한 엉터리 점성술사 오다메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배경희
<위키드> 김영주
<고스트>의 두 오다메와 <위키드>의 김영주, 셋 중에서 선택을 못하겠다. 셋 다 주면 안 될까. 굳이 한 명을 선택하라면 해외 팀도 칭찬했다던 닥터 모리블 김영주. 박병성
<고스트> 정영주
두 ‘영주’의 개성과 역량이 선택을 어렵게 하지만, 공연 내내 드라마의 중심에 있으면서 끊임없이 디테일한 내공을 선보인 정영주를 선택하겠다. <고스트>의 주인공은 샘도, 몰리도, 화려한 조명도, 첨단 마술 기법도 아닌 정영주의 오다메였다. 송준호
남우신인상
<서편제> 지오
세 후보 모두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다. 올해 가장 돋보였던 건 지오였다. <서편제>에서 지오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프리미엄 또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송용진, 마이클 리라는 걸출한 두 선배에게는 없는 ‘풋풋한 동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는 연예인에게서 느껴지는 스타성보다 배우에게서 풍기는 진중한 맛이 발견된다. 송준호
<공동경비구역 JSA> 강정우
강정우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이다. 튀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좋은 배우다. 나윤정
<공동경비구역 JSA> 최명경
연극판에서 관록을 쌓은 그를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영 예의가 아닌 것 같지만, 최명경이 보여준 안정된 연기에 한 표를 던진다. 박병성
여우신인상
<프랑켄슈타인> 안시하
<아이다>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확실히 자신의 입지를 굳힌 듯하다. 특히 까뜨린느를 열연해 바닥 인생의 비극을 잘 전달해주었다. 나윤정
안정된 가창력과 연기, 작품과 캐릭터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듯. 박병성
안시하가 이 부문의 예상 수상자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건 비단 작품 덕만은 아니다. 안시하는 <아이다>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고 이번 작품에서 그 싹을 확실히 만개했다. 그녀는 이제 신인을 넘어 차세대 주역 배우로 향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그 목표를 위한 한 과정이다. 송준호
신데렐라 스타가 아닌, 앙상블과 조연, 주연이라는 정석의 코스를 밟아 주연 자리에 오른 안시하. 오랜 시간 무대에서 훈련된 배우답게 기본기가 탄탄한 무대를 보여줬다. 배경희
작곡/작사상
<서편제> 윤일상
음악으로 감동이 먼저 다가오는 작품이 흔치 않은데, <서편제>가 그런 경우다. 이 작품은 ‘살다 보면’ 등 음악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넘버들이 많다.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악기들을 사용해 익숙한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나윤정
<서편제>가 왜 이제 후보가 되는 건지 알 수 없으나 후보 중에서라면 단연 <서편제>의 음악. 하루종일 어떤 멜로디를 흥얼거린 적이 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송화가 눈먼 후 ‘내 머리가 어떤가’ 하고 조용히 읊조리는 노래였다. 박병성
<공동경비구역 JSA> 맹성연/이희준
영화보다 뮤지컬로 먼저 떠올린다면 그건 온전히 노래의 힘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각 넘버들은 수많은 생략과 축약으로 이루어진 신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 인물과 인물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보충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종종 대사보다 효과적이다. 송준호
극본상
<공동경비구역 JSA> 이희준
이희준의 극본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각색은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주었다. 나윤정
복잡한 퍼즐 조각을 논리적으로 잘 짠 <셜록홈즈2>에 마음이 가다가도, 남북한 군인들의 우정과 이들이 겪는 비극적 사건을 베르사미의 아버지, 그리고 훈련된 군견의 이야기로 의미를 풍성하게 했던 <공동경비구역 JSA>에 한 표. 박병성
전작 무비컬을 통해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이희준. 묵직한 주제의 드라마를 무대로 잘 옮겨 왔을 뿐 아니라, 원작 영화의 명성을 넘어서는 작품을 썼다. 배경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김은정
오래 기다린 만큼 관객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치밀한 장면 구성과 급박한 내용 전개로 관객을 압박했던 스릴러 드라마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송준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