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유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적지 않다. 하지만 관객을 더 오싹하게 만드는 것은 작품 속이 아닌 현실의 존재들이다. 밤 공연, 무대 뒤, 극장 건물 이곳저곳 등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되는 ‘그들’의 존재는 입소문을 거쳐 ‘괴담’으로 불거진다. 대부분은 단순한 루머이거나 관계자를 잘못 본 것에 그치지만, 가끔씩은 실시간으로 괴현상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극장 측이 마련한 자체 에어컨 효과일까. 마니아들의 제보를 위주로 모아본 극장별 ‘그들’에 관한 이야기.
그들이 즐겨 찾는 단골 극장들
코엑스아티움
아트원씨어터
출몰작 <여신님이 보고 계셔> <트레이스 유>
‘마니아의 성지’ 아트원씨어터는 귀신 목격담도 다양하다. 가히 ‘귀신님이 보고 계셔’라고 할 만하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서늘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되는 이곳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때부터 귀신 목격담이 전해지곤 했다. 얼마 전 공연을 마친 연극 에서는 가부키 귀신의 출현이 화제가 됐다. 르네의 재판 장면에서 왼쪽에 가부키 화장을 한 여자 얼굴이 보였다는 것. 당시 이를 목격한 관객들은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확인 결과 아니었다고. 현재 공연 중인 <블랙메리포핀스>도 이런 목격담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어서 흥미를 자아낸다. 스스로를 ‘지박령’이라고 부른다는 아트원씨어터 애호가들은 ‘귀신들도 우리처럼 마니아였을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두산아트센터
전통의 괴담 극장과 떠오르는 출몰지
동숭아트센터
출몰작 <우먼 인 블랙>
동숭아트센터의 극장들은 오랜 역사만큼 괴담의 종류나 장소도 다양하다. 다른 극장들처럼 화장실 귀신은 물론이고 특히 대기실 귀신이 배우들 사이에서 한 번쯤은 목격됐다는 경험담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귀신이 출현해도 이상할 것 없는 심리 스릴러 연극 <우먼 인 블랙>이 소극장에서 공연될 때도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로 그런 괴담들이 퍼진 바 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위에 아무도 없을 때, 무대 뒤 쳐진 커튼 앞으로 길고 평평한 다리가 순간적으로 지나간 걸 목격한 관객도 있다.
대학로 자유극장
출몰작 <모범생들>
연극 <모범생들>에서는 움직이는 캐비닛 위에서 사람 머리의 형상이 발견돼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른 사례들처럼 어둡고 멀리 있는 것이어서 잘못 보거나 스태프일 가능성이 있지만, 캐비닛의 높이도 꽤 높은 데다 공연 도중에 스태프가 그 위에 올라갈 일이 뭐가 있을까.
충무아트홀
출몰작 <프랑켄슈타인>
극장이 있는 ‘신당동(新堂洞)’은 옛날에는 무당들이 많이 살아서 원래는 귀신 신(神)자를 쓴 ‘신당동(神堂洞)’이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시구문(屍口門) 밖으로 보내 화장했는데, 시구문이 지금 극장의 인근에 있는 광희문이다. 이런 기운 탓인지 충무아트홀도 이전부터 종종 귀신 목격담이 전해지곤 했다. 화장실에서 혼자 손을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일화는 관객들을 섬뜩하게 한다. <프랑켄슈타인> 때는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 뒤로 사람 형상이 아른거리는 게 목격돼 제작사에서도 대박 조짐을 예상했으나, 제때 퇴장하지 못했던 스태프가 나중에 사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촌극으로 끝났다.
유니플렉스
출몰작 <트레이스 유>
개관한 지 얼마 안 되는 유니플렉스는 최근 <트레이스 유>를 통해 벌써 괴담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빈의 넘버 중 ‘어느 소년 이야기’에서 배우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건이다. 그것도 잠시 부르는 게 아니라 코러스처럼 한참 동안 들릴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들은 관객들은 대부분 왼쪽 사이드에 앉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페어보다 서경수·이지호(일명 <헤이, 자나> 페어)의 출연분에서만 주로 들린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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