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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역사에 남을 뮤지컬 실수담 [No.131]

글 |편집팀 2014-10-15 5,613
세상에 ‘완벽한’ 공연이란 없다. 관객들도 그 정도는 감안하고 본다. 배우들의 음 이탈이나 대사를 버벅대는 실수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대사 전체를 잊어버려 ‘멘붕’이 된다거나 갑자기 조명이 꺼진다거나 마이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의 일은 실수를 넘어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실수담들은 대개 이런 애교와 사고 사이에 있는 해프닝들이다. 그동안 무대에서 벌어진 인상적인 실수담들을 모아봤다.



<스위니 토드>
이 작품에서 섬뜩함이 빛나는 장면은 스위니 토드가 이발소에서 손님들을 살해하는 대목이다. 그가 손님들의 목을 면도칼로 베면 이발소 의자에 설치돼 있던 비밀 문이 열리면서 시체가 1층 공간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공연 첫날부터 비밀 문이 열리지 않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살인을 저지르고 광기로 번뜩여야 하는 스위니 토드는 공연 도중 비밀 문이 열리지 않자 몹시 당황했다. 그 짧은 순간 의자를 작동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지만, 배우의 힘으로는 수습할 수 없는 상황. 결국 피 칠갑을 한 시체가 제 발로 걸어 내려와 퇴장해야 했다.



<그날들>
김광석의 명곡 ‘사랑했지만’이 더욱 애절하게 들리는 <그날들>의 명장면. 무영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무영은 ‘사랑했지만’을 열창한 뒤 라이터를 켠다. 그러면 송화가루에 불이 붙으며 무영이 있는 곳이 폭발한다. 폭발음과 함께 빨간 조명이 내려오면, 무영은 그때 보이지 않게 퇴장하면 된다. 오종혁은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라이터를 켜며 빨간 조명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문득 느낌이 이상해 살짝 눈을 떠보니 라이터를 든 손이 실 커튼 밖으로 저만치 나가있더란다.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너무 앞쪽에 서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 빨간 조명이 들어온 상태에서 관객들에게 덩그러니 손만 보이게 된 난감한 상황이었다. 곧 퇴장해야 하는 그는 티가 나지 않게 진땀을 흘리며 조금씩 조금씩 손을 커튼 안으로 빼내야 했다.



<오페라의 유령>
극 초반 크리스틴이 공연을 마친 후 분장실에서 라울과 만나는 장면. 라울은 어릴 적 친구 크리스틴을 만나 반갑다. 밖에서 크리스틴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크리스틴은 음악선생이 허락하지 않을 거라며 머뭇거린다. 라울은 남자답게 모자를 가져올 테니 바로 준비하라며 외출 채비를 위해 자리를 뜬다. 그 사이 크리스틴은 팬텀에게 이끌려 거울 뒤로 사라진다. 외출 준비를 하고 온 라울은 분장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지만 열리지 않는다. 공연은 원래 이렇게 진행되어야 했지만, 이날은 라울이 두드리기도 전에 그만 문이 열린 것이다. 당황한 라울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는, 한쪽 손으로 다시 열리지 않도록 문을 움켜쥐고 두드려야 했다. “크리스틴, 크리스틴!” 라울은 울고 싶었다. 



<미녀와 야수>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해피엔딩을 위해 야수가 왕자로 변신하는 장면. 이 마법 같은 변신 장면은 의외로 간단한 트릭으로 이뤄진다. 배우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조명이 밝아지는 순간 재빠르게 관객들이 안 보이는 쪽으로 가면을 벗어 던지는 것이다. 이 장면이 연출되기 위해선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왕자로 변하기 바로 전 장면에서, 특수 분장을 지우고 야수의 얼굴과 똑같은 가면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기계의 오작동으로 배우가 허공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척 당황해서 움찔대던 우리의 야수. 잠시 돌처럼 굳어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가 꿈틀거리며 일어나 공연을 진행했다. 그런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가면을 무대 밖으로 던지지 못하고 발밑에 떨어뜨렸다고. 



<블러드 브라더스>
총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 일명 총 불발 사고로 배우들이 당황하는 일이 종종 있다. <블러드 브라더스> 역시 2004년 공연에서 비슷한 해프닝을 겪었다. 이건명이 총의 방아쇠를 당겼는데 소리가 나지 않아 직접 “빵” 하고 총 소리를 낸 것. 이번 공연 역시 불발 사고를 피할 수 없었는데, 미키 역의 조정석이 에디 역의 오종혁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총소리가 나지 않았다. 달칵 하는 빈 총소리에 당황한 배우들. 게다가 오종혁은 총을 겨눌 때 이미 반사적으로 총에 맞은 연기를 시작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조정석은 계속 달칵달칵 빈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다행히 마침내 “빵” 하고 터진 총소리에 오종혁은 그제서야 바닥에 쓰러질 수 있었다.



<삼총사>
총뿐만 아니라 격렬한 칼싸움 장면이 등장하는 뮤지컬도 칼이 부러지는 사고가 종종 나온다. 문제는 이게 어떤 부분에서 발생하느냐인데,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칼싸움도 하기 전에 부러지는 때다. 김무열이 달타냥을 맡았던 공연. 삼총사와 달타냥의 시계탑 앞 대결 장면에서 그의 칼이 갑자기 동강이 났다. 그 뒤에 삼총사끼리 노래하는 파트여서 그는 조용히 검을 바꿔서 다시 등장했지만, 잠시 후 이어질 쥬샤크와의 대결 장면에서 부러졌으면 공연을 망칠 뻔했다. 당시 김무열이 워낙 당황하는 기색을 보여서 관객들도 같이 당황했다는 감상이 전해진다. 


그밖의 유명한 해프닝
<오페라의 유령> 초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샹들리에 하강 신에서 샹들리에가 내려오지 않았던 사고는 이미 유명하다. 이때 제작사에서는 항의하는 관객들에게 다른 날 티켓으로 교체해주거나 일정 액수의 환불로 불만을 달랬다. 음향 사고도 잦은데 <몬테크리스토> 때는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스피커로 전달되지 않아 전액 환불 조치를 하는 사태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웃음을 자아내는 실수도 있다. 지난해 <레 미제라블> 공연에서 장발장이 자베르를 풀어주는 장면에서 정성화의 단추에 문종원의 가발이 걸린 것. 가발이 반쯤 벗겨진 채로 열연하는 문종원이었지만 객석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고. 마침 당시 대사도 “무슨 짓인가, 장발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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