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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더뮤지컬> ‘크리에이터’ 강좌 - 최종윤 작곡가 편 [No.132]

글 |나윤정 2014-10-18 5,504
뮤지컬 작곡가는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사람 



더뮤지컬과 BBCH홀이 공동 기획한 ‘코리안 뮤지컬 크리에이터’ 강좌가 지난 8월 18일 두 번째 시간을 열었다. BBCH홀 1층 카페 루체포레에서 열린 이번 강좌의 주인공은 <셜록홈즈 1,2>, <프라미스> 등으로 정교하고 세련된 음악을 선보인 최종윤 작곡가다. 이번 강좌는 최종윤 작곡가의 마스터 클래스와 함께해 뮤지컬 작곡을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뮤지컬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막연하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뮤지컬 작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종윤 작곡가는 “먼저 캐릭터를 만들어보라”는 실질적인 조언을 했다. “뮤지컬 작곡의 첫 단계는 캐릭터 구축이에요. 이 인물은 누구인가? 내가 쓰는 방법은 생년월일부터 시작해 본적, 학력 등 캐릭터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아 그의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죠. 캐릭터를 잘 알아야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는 무엇보다 캐릭터에 신경 쓰고, 캐릭터와 음악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최종윤 작곡가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스터 클래스를 시작했다. 첫 순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I Feel Pretty’로 뮤지컬 작곡을 알아가는 시간. 먼저 관객들은 김려원 배우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왈츠풍의 밝은 노래에서 10대 소녀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느끼셨나요?” 
연이어 최종윤 작곡가는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전혀 다른 느낌의 ‘I Feel Pretty’를 소개했다. 국민대 배나경 학생이 원곡의 가사에 새로운 선율을 입힌 곡이었다. “이 노래는 어떤 캐릭터가 부르는 것 같아요? 재즈풍의 음악이라 10대의 노래로 들리진 않죠?” 관객들은 이 노래의 주인공이 30~40대 여인일 것이란 공통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때 잘나갔던 40대 여인이 거울을 보며 부르는 노래 같다며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맞춘 관객도 있었다. 실제 작곡자의 캐릭터 설명을 들으며, 관객들은 자연스레 캐릭터와 음악의 관계와 그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종윤 작곡가는 이런 식으로 기존 가사에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고 곡을 써보는 연습을 많이 해보라고 권했다. “완벽한 명시에 곡을 붙여달라고 하면 작곡가들은 굉장히 난감해요. 더 이상 손댈 곳이 없기 때문이죠. 반면, 뮤지컬에서는 가사가 100퍼센트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항상 가사가 50퍼센트, 음악이 나머지 50퍼센트를 채워주는 역할을 해요. 같은 가사지만, 음악을 통해 다른 정서를 담을 수 있는 거죠.” 
다음으로, 자작곡을 평가받고 싶다고 신청한 허솜이 씨의 ‘드랙퀸’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지훈 배우의 열창이 끝난 후 허솜이 씨가 곡을 소개하고, 최종윤 작곡가가 질문과 조언을 이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뮤지컬 음악은 항상 노래가 끝났을 때 얻는 효과가 있어야 해요.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앞뒤의 상황이 구분돼야 하죠. 이 노래를 마친 후 극은 어떤 상황이 되나요?”
마스터 클래스를 마친 최종윤 작곡가는 관객들과의 Q&A 시간을 통해 뮤지컬 작곡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었다. 그는 창작자로서 어디서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에 “발레, 미술, 영화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많이 보고 즐기는 것이 도움이 되고, 패션이나 요리에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답했다. 평소에 스토리와 관련된 것들을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뮤지컬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연극을 많이 볼 것을 추천했다. 관객들은 최종윤 작곡가가 유학한 뉴욕대에 대한 궁금증도 보였는데, 그는 “미국에서 유학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학위가 아닌 문화적 체험”이라며 유학이 문화적인 힘을 배운다는 점에서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최종윤 작곡가는 뮤지컬 작곡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먼저 인권 변호사 같은 마음이 필요해요. 대본을 쓰거나 작곡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멋있게 쓰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아무리 멋있는 대사와 노래라도 이 캐릭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소용없어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불쌍한 사람을 위해 인권 변호사의 입장에서 그의 입이 되고, 감정이 되어 표현해주는 것이 뮤지컬 작곡가의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해요. 작곡가 최종윤이 곡을 잘 쓴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니면 평생 말 한마디 못하고 사라져버릴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런 측면에서 뮤지컬 작곡가는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준비에 가장 힘을 쏟아야 해요.”    
강의 말미, 그는 슬럼프 극복법에 대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저 역시 미국 생활 동안 5년 정도의 슬럼프가 있었어요. 돌아보면 슬럼프도 중요한 시간 중 하나에요. 예전엔 내가 잘난 줄만 알았는데, 슬럼프를 겪으며 변했거든요. 앞서 인권 변호사의 마음이 되라고 말했는데, 슬럼프 기간 그런 마음가짐을 얻을 수 있었죠. 그러니 슬럼프를 좋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이고 편안하게 생각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는 지금의 슬럼프가 결국 작곡가의 연륜이 되어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강의의 마지막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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