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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5월엔 `질문하는 연극`을 보자 [No.68]

글 |김주연(월간 객석 기자)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예술의전당 2009-05-20 6,594

 그는 왜 코펜하겐을 찾아간 것일까
<코펜하겐>(5월 19일~6월 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전쟁의 포화가 온 유럽을 뒤덮고 독일 나치군과 연합군의 핵무기 개발 경쟁이 정점에 이르렀던 1941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스승 보어가 살고 있는 코펜하겐을 방문한다. 대체 그는 왜 그 시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코펜하겐을 찾아간 것일까.

연극 <코펜하겐>은 지난 50년간 과학사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이 의문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그 의미를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다.
1941년의 그 짧은 만남을 반복해 보여주는 과정에서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생각과 입장,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들이 새롭게 제시되지만, 작품은 그가 왜 코펜하겐을 찾아갔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수록 하이젠베르크의 동기와 행동에는 확실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 하이젠베르크를 유명하게 만든 ‘불확실성의 법칙’이 원자의 세계뿐 아니라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스스로를 통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결국 또 다른 질문들을 다시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질문, 승자와 패자의 입장 차이에서 보여지는 편견의 문제, 한 대상에 관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 등….
원자핵 분열, 상보성원리, 불확실성의 원리 등 현대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이 다채롭게 제시되는 가운데, 이 모든 원리들이 과학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깨달음은 연극적 감동과는 또 다른 신선한 감흥으로 다가온다.

 

 

환상은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템페스트>(5월 20일~6월 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셰익스피어 하면 일단 <햄릿>, <리어왕>, <오셀로> 등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장엄하게 그려낸 작품들이 떠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 깊고 또렷한 혜안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에 새삼 무릎을 치게 된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를 읽고 나서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욕망과 음모, 배신 등 추악한 현실이 등장하지만, 프로스페로는 환상과 마법을 통해 이 모든 악을 조건 없이 용서하면서 화해와 축제의 분위기 속에 막을 내린다.


물론 이 작품은 희극이다. 또한 마지막 작품인 만큼 삶의 황혼녘에 선 노작가가 너그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상 속에서 이루어진 비현실적이고 일방적인 용서라는 점에서 그 화해의 과정이 충분히 납득되지는 않는다. 그토록 인간과 세상의 어두운 본성을 잘 알고 있던 그가 왜 이런 방식으로 급하게 세상을 긍정하고자 했던 것일까.

 

이번에 토월정통연극시리즈 <템페스트>의 극본을 쓴 작가 배삼식은 “아마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너무나 깊은 절망감이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서부터 작품을 풀어나간다. 즉 현실의 무게가 오죽 버겁고 힘들었으면 이런 꿈 같은 이야기를 지어내야 했겠느냐는 것이다.
현실과 환상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은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작품 <템페스트>에서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무대에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갈 곳 없는 요양원 노인들의 극중극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원작을 무대 위에 충실히 가져오면서도 작가는 액자 밖 현실을 통해 환상이 우리 삶에 미칠 수 있는 힘과 그 한계를 이야기한다. 

 

환상은 과연 참담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 아니, 바꿀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마지막까지 그 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템페스트>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서 이 작품이 현실과 맺는 관계, 나아가 고전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손진책 연출과 배삼식 작가, 그리고 극단 미추란 신뢰의 이름들이 있기에 막이 오르기 전부터 기대를 품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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