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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모든 것이 갖추어진 웰 메이드 뮤지컬 <피니언스 레인보우> [No.75]

글 |이곤(뉴욕 통신원) 사진 |Joan Marcus 2009-12-14 5,615

[피니언스 레인보우] Finian`s Rainbow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새롭게 리바이벌된 <피니언스 레인보우>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공연이다. 낮 두 시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서 있는 줄, 그리고 연주되는 음악이 귀에 익은 곡인 듯 따라 부르는 나이 지긋한 관객의 반응에서 이 작품이 현지인들에게는 꽤 익숙한 공연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1947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피니언스 레인보우>는 당시 하벅 E. Y. Harburg과 프레드 세이디 Fred Saidy 가 대본을 쓰고 역시 하벅이 가사를, 버튼 레인 Burton Lane 이 음악을 맡아 725회에 걸쳐 무대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이 공연으로 데이빗 웨인 David Wayne 이 요정 오그 역할로 토니 조연상을 수상했고 지휘, 음악감독 그리고 안무 부문에서 토니상을 수상하여 브로드웨이의 주요 뮤지컬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후 이 공연은 1947년, 1955년, 1960년, 1967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되었고, 1968년에는 우리에게는 영화 <대부>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코폴라 감독의 영화를 끝으로 묻혀있던 이 작품은 2009년 10월 브로드웨이에서의 본격적인 리바이벌을 앞두고 ‘뉴욕 시티 센터 앙코르 시리즈’의 일환으로 간략한 콘서트 형식으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10월 8일, 드디어 40년의 공백을 깨고 새로운 리바이벌 버전이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3월에 공연된 콘서트 공연과 마찬가지로 워렌 칼라일 Warren Carlyle 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콘서트 버전에 출연했던 짐 노튼 Jim Norton 과 케이트 볼드윈 Kate Boldwin 이 각각 피니언 역과 샤론 역을 맡았고, 샤이엔 잭슨 Cheyenne Jackson 이 우디 역할을 맡았다. 다만 이번 리바이벌 공연에서는 오그 역으로 제레미 밥 Jeremy Bobb 대신 크리스토퍼 피트제럴드 Christopher Pitzerald 가 출연한다. 40여 년만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제작된 <피니언스 레인보우>는 어떤 모습일까?

 

워렌 칼라일의 리바이벌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워렌 칼라일은 뮤지컬뿐 아니라 TV와 영화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겸 연출가로, 작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y 에서 안무와 연출을 맡은 바 있다. 우선 극의 내용은 민담에서 주요 모티브를 가져온 만큼 비교적 간단하다. 


아일랜드 출신의 피니언(짐 노튼)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황금 항아리를 가지고 그의 딸 샤론(케이트 볼드윈)과 함께 미국 남부의 레인보우 계곡에 도착한다. 그 땅의 소유주는 젊고 잘생긴 토착민 청년 우디 마호니(샤이넨 잭슨)이지만 그는 세금 때문에 인종차별주의자인 상원의원 빌보드 로킨스에게 땅을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빌보드는 자신의 권력과 돈으로 계곡의 모든 땅을 사려고 하고,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을 사람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일랜드에서 온 피니언과 딸 샤론은 금세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고 샤론은 마을 청년 우디와 사랑에 빠진다.


한편, 작은 요정 오그(크리스토퍼 피트제럴드)는 아일랜드로부터 그의 금을 되찾으려고 나타난다. 그는 금이 없으면 마법의 힘을 잃고 영원한 생명도 빼앗기게 된다. 금 항아리의 정체를 몰랐던 샤론은 우연한 마법으로 땅을 뺏으려는 상원의원을 흑인으로 변하게 만든다. 그 후 마을에 금이 묻혀져 있다는 지질학 연구 발표로 인해 마을사람들은 갑자기 부자가 되고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이어 벌어지게 된다.


유쾌하지만 때로는 심각한 여러 사건을 거친 후 샤론은 결국 우디 마호니와 결혼하게 되고 우디의 벙어리 동생 수잔은 오그와 사랑에 빠진 후, 항아리의 마법의 힘을 빌어 말을 하게 된다. 수잔과 사랑에 빠진 오그는 요정으로 돌아가는 대신 인간의 삶을 선택하고 결국 마지막 마법의 힘을 피니언의 요청대로 샤론을 구하기 위해 상원의원을 다시 백인으로 돌리는 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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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칼라일은 위와 같이 판타지와 휴머니즘이 결합되어 있는 오리지널 대본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현대적 감성에 맞는 다양한 볼거리를 결합해 이전 리바이벌과는 다른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냈다. 특히 음악과 무대 사용,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다.

 

 

조화를 이룬 음악과 무대, 그리고 배우
리바이벌되는 뮤지컬 작품일수록 음악이 공연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극의 내용은 조금씩 진부해지기 마련이지만, 한 번 귀에 익은 멜로디는 쉽게 잊혀지지 않고 공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공연팀은 이 점을 잘 이용해서, 마치 영화가 시작될 때 배우들의 크레딧과 함께 주요 테마가 연주되는 것과 같이, 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미리 주요 곡들을 연주하여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곡들은 오리지널 공연이 만들어지던 당시 할리우드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던 작곡가 버튼 레인이 만든 곡으로, 아일랜드 민속음악, 가스펠, 블루스, 그리고 당시의 대중음악의 산출지였던 틴 팬 앨리 등 여러 장르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How Are Things in Glocca Morra?’, ‘Old Devil Moon’. 그리고 ‘Look to the Rainbow’와 같은 주요 테마들은 한번 듣기만 해도 친숙하게 귀에 남는 멜로디로 관객들을 극의 세계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중 ‘네서시티` Necessity 라는 곡은 영혼을 울리는 감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기도 한 명곡으로 하모니카 솔로 반주로만 연주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가이 데이비스가 하모니카 연주를 맡았는데,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9개의 앨범을 내기도 한 뛰어난 블루스 뮤지션이기도 하다.


무대는 레인보우 마을을 배경으로 주로 작화 된 녹색 톤의 패널을 무대 뒤편에 배치하고 조그마한 언덕과 우물 등의 작은 배경이 때때로 움직이도록 제작됐다. 특히 무대 프론트 라인 쪽으로 꽃이 하나씩 피어나는 판타지 장면은 동화적인 세계와 잘 어울려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무대의 프로시니엄 아치 앞으로 레인보우 마을을 상징하는 반원형의 구조물이 세워졌고 무지개 빛깔의 조명이 들어와 극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극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친근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이용해 동화적인 세계와 함께 캐릭터들의 따뜻한 감성을 잘 살려내었다.


배우들 또한 이번 작품의 컨셉에 맞게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주연들을 살펴보면 샤론의 아버지 피니언은 코너 맥퍼슨 Conor McPherson 의 브로드웨이 연극 <항해자> The Seafarer 로 토니상을 수상한 짐 노튼이 맡았다. 등장과 함께 큰 박수를 받은 짐 노튼은 정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로 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은 관객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다소 전형적인 역할을 위트와 유머로 따뜻한 인간성을 지닌 인물로 거듭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여주인공 샤론 역의 케이트 볼드윈은 브로드웨이 무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다. 하지만 미국의 지역극단과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배우로 훌륭한 소프라노 음색의 가창력을 이용해 이 공연의 주요 명곡들을 잘 소화해내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 샤이넨 잭슨과 함께 부른 사랑의 테마는 관객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주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의 조연들 또한 이 극을 풍성하게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요정 오그를 맡은 배우 크리스토퍼 피츠 제럴드는 극을 이끌어가는 코믹한 캐릭터로 곳곳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며 극의 재미를 톡톡히 살려주었다.

어느 공연이나 관객의 호감을 끌고 극적 재미를 더하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인데, 피츠제럴드가 그 역할을 맡아준 셈이다. 어린이 역에는 실제 아역 배우들을 기용하여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마을 사람들 중 몇몇 캐릭터는 멋진 음색을 지닌 나이 지긋한 흑인 배우들을 기용하여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돋보이는 조연으로는 상당부분의 안무를 도맡아 하는 수잔 역의 앨리나 페이 Alina Faye 다. 그녀는 실제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실력 있는 발레리나로 이번 공연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데뷔했다고 한다. 그의 아름다운 춤사위는 발레를 좋아하거나 접해보지 않았던 관객들까지 환상적인 발레의 세계로 안내하며 극을 한층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이렇듯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로 스펙트럼을 넓혀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대가 풍부해지도록 캐스팅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한마디로 2009년 리바이벌된 <피니언스 레인보우>를 평하자면 음악, 무대, 배우 등의 요소들이 유쾌하고 풍부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관객들의 평가
현지의 평 또한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아직 브로드웨이의 상위 흥행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제임스 이셔우드에 의해 우수 공연 Critic’s Pick 에 선정되었다.

그는 오리지널 작품이 가지고 있었던 정치적인 이슈가 희석된 면이 있지만 “여기에 바로 당신들이 올 가을에 이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한때는 미국의 위대한 유산이었지만 지금은 위기에 처해있는 코미디 뮤지컬에서 당신의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르의 특징들 - 강한 울림이 있는 음악, 열광적인 춤, 유머를 갖춘, 다소 느끼하지만 사랑스럽고 동시에 새로운 이 극이 당신을 만족시킬 것이다” 라고 평가하며 리바이벌된 이번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와는 달리 별 볼일 없는 공연으로 혹독하게 평가하는 이들도 간혹 눈에 띈다.

뮤지컬의 전형적인 공식대로 만들어놓은 연출, 예상되는 뻔한 캐릭터와 전개로 인해 공감하기가 힘들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비 많이 들이고 노력한 게 보이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 진부하기까지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트를 예로 들면서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들린다.

<피니언스 레인보우>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호불호가 확실하게 나뉘고 있다. 공연에 대한 평은 공연을 본 관객이 그간 얼마나 다양한 공연을 접했는지에 따라,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심지어 공연을 보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변한다.

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작품이 얼마나 롱런하는가를 지켜본 후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5호 2009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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