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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아담스 패밀리> 부담 없는 오락물, 흥행 뮤지컬의 출발 [No.79]

글 |이곤(뉴욕통신원) 사진제공 |Joan Marcus 2010-04-26 5,622

뉴욕 연극계의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토니상 시상식이 점차 가까워져 오면서 현재 뉴욕의 브로드웨이 극장가에는 새로 올라가는 뮤지컬, 연극 작품들로 넘쳐나고 있다. 뮤지컬 <올 어바웃 미> All About Me, <컴 플라이 어웨이> Come Fly Away 가 3월달에 정식 개막하고, 또한 <아담스 패밀리> The Addams Family,  <밀리언 달러 콰르텟>Million Dollar Quartet, <새장 속의 광대>La Cage Aux Folles, <아메리칸 이디엇> American Idiot, <손드하임 온 손드하임>Sondheim on Sondheim 등이 4월 정식 오픈을 예정으로 현재 한창 프리뷰 중이다. 

 

 

 

오리지널 카툰을 뮤지컬로 ‘아담스 패밀리’
2007년 ‘아담스 패밀리’의 뮤지컬화 계획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이래, 이 작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뮤지컬 팬들의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켜 왔다. 오리지널 카툰과 텔레비전 쇼, 그리고 영화로 인해 ‘아담스 패밀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캐릭터가 되었고, 세간의 이목은 이 뮤지컬이 디즈니 컴퍼니나 드림웍스의 흥행 뮤지컬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쏠려있었다.


이러한 기대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먼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뮤지컬과는 달리, 스토리를 오리지널 카툰에 전적으로 기반을 두어 새로 창작하기로 했다.

그동안 널리 알려진 무수한 텔레비전과 영화 버전의 시나리오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원작자인 찰스 아담스의 150개의 카툰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작의 카툰들은 그림과 한두 줄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을 뿐 연속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았으므로, 그들에게 전적으로 자유로운 창작의 여지가 남아있었다.


논의되던 여러 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결국 현재의 스토리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지극히 단순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만약 이 패밀리의 맏딸인 웬스데이가 성숙해, 부모에게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웬스데이는 원작 카툰보다 나이가 많게 설정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주된 역할을 하는 청소년 드라마로서 이 공연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 또한 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녀의 남자친구의 부모가 저녁식사를 위해 이 집에 찾아온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부모들의 얘기가 또 하나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설정에 따라 원작에는 없는 웬스데이의 남자친구 루카스, 그리고 그의 부모 맬과 엘리스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결국 이야기는 영화 <미트 패어런츠> Meet the Parents 같은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코믹물의 스토리를 띄게 된다.

 

 

새로운 창작진의 기용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의 또 다른 차별화의 전략은 창작진을 기존의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주류 아티스트들이 아닌 생소한 이들로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구성을 위해 당시로는 혁신적이었던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대본을 맡았던 마샬 브릭맨 Marshall Brickman 과 릭 엘리스 Rick Elice 를 기용하였다. 그리고 가사와 작곡은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 <와일드 파티> The Wild Party 로 재능을 보여주었던 앤드류 립파 Andrew Lippa 에게 맡겨졌다.

마샬 브릭맨과 릭 엘리스는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였지만 앤드류 립파는 브로드웨이의 대중적인 스타일과는 다른 음악성을 지닌, 그래서 주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작곡가로서 브로드웨이 공연 관련자들에게는 의외의 선택으로 비춰졌다.


연출자 역시 의외의 발탁이었다. 연출을 맡은 펠림 맥더모트 Phelim McDermott 와 줄리안 크라우치 Julian Crouch 는 영국의 ‘임프로바블 시어터` Improbable Theatre 의 공동 창단 멤버로서 그동안 연출과 디자인을 공동으로 맡아서 작업해왔다. 이들은 혁신적인 무대와 인형을 사용한 공연 구성으로 인해 비주류적이지만 센세이셔널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왔는데 <더부룩 머리의 피터> Shockheaded Peter 가 대표작이다. 


제작자인 오켄은 브로드웨이에 처음 서는 연출자들과 브로드웨이 베테랑인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새로운 긴장과 혁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리뷰에서 보여준 이 작품은 새로운 혁신보다는 기존의 브로드웨이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들은 가벼운 재미를 지닌 오락물보다는 원작의 권위에 필적할만한 무게감과 재미를 함께 지닌 공연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하지만, 이야기는 다소 평범한 설정과 구성을 지니고 있었고, <아담스 패밀리>의 기이하고 특징적인 캐릭터들은 원작만큼 개성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평면적인 캐릭터, 원작을 잘 살린 무대와 의상
아버지 ‘고메즈 아담스’ 역할을 맡은 네이단 레인 Nathan Lane 은 오랜 연극과 영화 경력에서 다져진 특유의 코미디 연기로 다소 밋밋하게 설정된 그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아 숨쉬도록 만들었다. 특히 그의 딸이 남자친구와 결혼을 발표하고 집을 나간 뒤 혼자 정원의 그네 위에 앉아있을 때 그의 뒷모습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우수가 함께 느껴졌다.
반면에 섹슈얼한 카리스마를 지닌 어머니 ‘모티샤 아담스’ 역을 맡은 베베 뉴워스 Bebe Neuwirth 의 연기는 그녀의 기존 연기와는 달리 다소 밋밋했는데, 이는 작품 속 그녀의 캐릭터 설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녀의 캐릭터는 원작과는 다소 달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미모에 대한 자신감을 점차 상실해가는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러한 열등감과 고민은 원작에서의 자신만만하고 섹슈얼하면서 위트 넘치는 캐릭터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담스 패밀리의 선조들로 나오는 코러스들은 그다지 효과적이고 유기적으로 극과 맞물리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이야기가 아담스 가족과 루카스의 부모들의 이야기에 맞춰지는 바람에 이들이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들의 기능도 무대를 전환한다거나 특정 장면을 위해 무대를 채워주는 기능을 했을 뿐 이야기의 전개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대와 의상은 원작의 카툰과 잘 어울리도록, 웅장하고 우아한 고전적인 느낌과 기묘한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아담스 가족들의 의상은 블랙톤으로 무겁고 우울한 느낌을 주었고 이와 반대로 남자친구의 가족은 밝은 색깔로 대비를 만들어 내었다. 코러스들은 모두 흰 재를 뒤집어 쓴 듯 하얗게 만들어졌고 의상의 스타일은 그들의 시대를 반영하였다.
무대는 묘지의 음울한 느낌과 고딕 스타일의 웅장한 저택의 느낌을 모두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화적인 인상을 주는 노란색의 커다란 달, 그리고 강 너머 보이는 빌딩들은 무대를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집안의 구조물을 이루는 계단, 벽 등의 매끄러운 이동을 통해 집 밖과 안, 그리고 거실, 서재, 침실 등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변환하였다. 연출과 무대디자인에 있어 펠림 맥더모트과 줄리안 크라우치 두 사람의 협업으로 무대의 변환이 극의 전개와 깔끔하게 맞물려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담스 패밀리>는 제작진의 애초 의도와는 달리 혁신적인 뮤지컬로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기존의 브로드웨이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오락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리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석을 꽉 채운 유료 관객들, 그리고 값싼 좌석의 표는 이미 매진된 현재의 추세로 볼 때 흥행 뮤지컬로서의 첫 출발 역시 아주 맑아 보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9호 2010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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