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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Broadway] 극장에서 맞이하는 뉴욕의 크리스마스 [No.87]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1-01-10 5,397

온 거리를 가득 메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캐롤 송. 사람 키의 몇 배는 족히 될 만큼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선물 꾸러미를 손에 든 채 총총 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뉴욕의 모습이다. 산타 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만큼이나 들뜬 마음으로 뉴욕의 12월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뉴욕의 할리데이 시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공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엘프>

 

 

해피 크리스마스 온 브로드웨이
우리에게 일년에 두 번의 큰 명절, 설날과 추석이 있다면 미국에는 가장 큰 할리데이 중 하나로 꼽히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11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지는 추수감사절 연휴는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까지 계속되는 본격적인 할리데이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의 한 해 시즌은 토니상 시상식을 기준으로 매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로 나뉜다. 토니상이 끝난 직후인 여름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성수기이기는 하지만 신작들은 개막을 피한다는 점에서 휴지기에 가까운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은 매년 10,11월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할리데이 시즌을 겨냥해 개막일을 맞추는 공연들도 적지 않다. 또한 기존 공연들 중 폐막이 결정된 공연들도 대게는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성수기까지 공연하고 난 뒤, 1월 초에 막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파이더 맨>, 비틀즈의 노래를 콘서트 형식으로 엮은 <레인>등의 신작과 오는 1월 막을 내리는 <넥스트 투 노멀>, <인 더 하이츠> 등이 추운 날씨 따위 아랑곳없이 브로드웨이를 찾는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1월 개막하는 신작 중에는 할리데이 특수를 노리고 공연되는 특별한 시즌 작품들도 있다. 주로 어린이와 가족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동화와 애니메이션에 이어 짐 캐리 주연의 영화(2000년)로도 제작되었던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 (Dr.Seuss`s 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이하 그린치)가 공연되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어빙 벌린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공연되었다. 두 작품 모두 공연기간은 11월부터 1월 초까지 6~8주간으로 한시적이다. 2008년 12월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되었던 <스노우쇼>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자리를 옮겨 약 한 달간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되기도 했다.


언제나 브로드웨이를 찾으면 볼 수 있는 <라이온킹>, <위키드>, <맘마미아>와는 달리 스토리는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무대와 다양한 특수효과를 선보이는 시즌 공연들은 어린이나 가족 관객몰이에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지난 2007년 11월, 무대 스태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19일간 대부분의 브로드웨이 쇼가 공연하지 못 하고 있을 때, <그린치>는 다른 작품들보다 4일 앞서 가장 먼저 공연을 재개한 바 있다. 애초에 프로듀서들이 어린이 관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주 8회 이상의 공연 스케줄로 조정하면서 조합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덕분이기는 하지만, 극장 측에서 이를 허가해준 것은 멀리서부터 <그린치>를 보기 위해 뉴욕을 찾았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 하는 가족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당시 <그린치>가 공연되었던 세인트 제인스 극장의 소유주 쥬잠신 시어터는 파업 중 공연을 재개한 프로듀서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으나 이내 이를 철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엘프>


올해에는 윌 페럴 주연의 2003년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엘프> (Elf)가 할리데이 공연의 여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실수로 산타의 선물 보따리 속에 버려져 산타 마을에서 성장하게 된 고아 버디가 진짜 아빠를 찾아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마법과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손님을 끌기 위해 길거리와 상점들을 가득 메운 크리스마스 장식이며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어린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가짜 산타들과는 달리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를 기억하게 하려는 버디의 순수함이 곳곳에서 흐뭇한 미소를 번지게 하는 작품이다. <드라우지 샤프롱>을 공동 집필하고 나레이터 역할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밥 마틴과 <헤어스프레이>, <프로듀서즈>의 토마스 미한이 극본을, <웨딩싱어>의 매튜 스카와 채드 베글린이 음악을 맡았다. 지난 11월 2일 프리뷰를 시작, 14일 개막한 <엘프>는 2011년 1월 2일까지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공연 할 예정이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브로드웨이를 찾는 특별한 공연이 한 편 더 있다. 오는 12월 9월부터 30일까지 약 3주간 마퀴 극장에서 공연되는 도니와 마리 오스몬드 남매의 콘서트 <브로드웨이 크리스마스>도 뉴욕을 찾는 관객들에게 모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뉴욕 크리스마스의 브랜드 공연
빼곡히 들어선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뉴욕의 크리스마스 시즌 연례행사로 열리는 공연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뉴욕의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생각날 만큼 유명한 공연은 바로 <라디오 시티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라> (Radio City Christmas Spectacular) 이다. 무려 193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이 공연은 여전히 매 년 수만 명의 관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토니상 시상식의 열렸던 장소이기도 한 라디오 시티 뮤직홀은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동쪽으로 한 블록 떨어진 6번 에비뉴와 50번가가 만나는 코너에 위치해 있다. 영화나 TV에서 한번쯤은 보았을법한 록펠러 센터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야외 스케이트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또한 유명한 쇼핑의 거리 5번 에비뉴와도 가깝게 위치해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하는 들뜬 사람들로 12월이면 언제나 북적대는 곳이다.  

 

<라디오 시티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라디오 시티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는 뉴욕의 크리스마스 브랜드 공연답게 제목만큼이나 시종일관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레뷔 형식인 이 작품은 네러티브가 촘촘한 공연이라기보다는 화려한 세트와 의상이 포진한 장면들이 연달아 펼쳐지는 한 편의 퍼포먼스라고 보는 편이 맞다. 어린이와 가족 관객 모두가 즐겁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단순한 스토리라인이지만 다양한 춤과 노래가 90분간 눈 돌릴 틈 없이 펼쳐진다. 이 공연을 이끄는 여성 댄스 팀 로켓츠 (Rockettes)는 70여 년을 이어온 명성만큼이나 빈틈없는 실력을 선보인다. <라디오 시티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는 로켓츠와 함께 등장한 산타 클로스가 북극에서부터 뉴욕까지 날아오는 여정을 3D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작된다. 화면 속의 산타 클로스가 뉴욕의 랜드마크인 자유의 여신상,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돌아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 도착하고 그때부터 산타 클로스가 들려주는 크리스마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식이다. 어디선가 한번쯤 접했을 법한,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와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마저 든다. 2010년 공연일정은 11월 5일부터 12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태양의 서커스의 시즌 공연 <윈턱> (Wintuk)도 벌써 올해로 4년째 할리데이 시즌마다 뉴욕을 찾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메디슨 스퀘어 가든 내 와무 시어터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하여 큰 호응을 얻었던 이 작품은 이후로 매년 11월부터 1월초까지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 어린이, 가족 관객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윈턱>은 춥고 어둡지만 정작 눈은 내리지 않는 도시에 살고 있는 제이미라는 한 어린 소년이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 나서면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정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는 제이미는 ‘윈턱’이라는 상상의 세계에 도달하게 되고, 그곳으로부터 거대한 학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제이미의 마을에도 눈이 내리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작품 역시 어린이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줄거리는 대체로 단순하게 설정되어 있지만 어린 소년 제이미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아크로바틱 연기와 특수효과로 무장한 무대는 태양의 서커스 특유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어린아이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즐기기에 손색없는 할리데이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윈턱>의 이번 시즌은 지난 11월 17일 막이 올랐고 오는 1월 2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태양의 서커스보다 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뉴욕의 대표 브랜드 서커스인 빅 애플 서커스의 33번째 시즌 공연도 진행 중이다. 1977년에 처음 올려진 이들의 공연은 그 동안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뉴욕의 볼거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빅 애플`은 뉴욕의 애칭이다.) 드라마틱한 모던 서커스를 표방하는 태양의 서커스에 비해 빅 애플 서커스는 전통적인 서커스의 형식을 고수하고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아크로바틱 팀들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는 물론 관객과 함께하는 광대의 놀이 역시 서커스의 단골 레퍼토리이지만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 10월 21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이번 시즌 공연 작품인 <댄싱 온> (Dnacing On!) 은 오는 1월 9일까지 링컨 센터 내 댐로쉬 공원에 설치된 빅탑 시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윈턱>

 

 

뉴욕에서 만나는 두 가지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
록펠러 센터 광장 앞에 놓인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만큼이나 로맨틱한 할리데이 분위기를 더하는 장소는 바로 뉴욕의 중심부 링컨 센터이다. 1년 내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장소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야말로 링컨 센터의 매력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링컨 센터의 할리데이 시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뉴욕 시티 발레 (New York City Ballet) 의 <호두까기 인형>으로 시작된다. <호두까기 인형>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12월이 되면 올려지는 단골 발레 레퍼토리이다.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1892년 러시아에서 초연되었고 미국에서는 1944년 샌프란시스코 발레에 의해 처음 선보였다. 뉴욕을 대표하는 발레단인 뉴욕 시티 발레는 조지 발란신의 안무로 1954년 처음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이후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연되고 있다.

매년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첫째 주까지 공연되는 뉴욕 시티 발레의 <호두까기 인형>은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좋은 자리는 일찌감치 동이 날만큼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막이 오른 올해 공연은 오는 1월 2일까지 링컨 센터 내 데이비드 코크 시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해를 거듭하면서 안무가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주어가며 각 발레단에 맞추어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올려진 것으로도 유명한데 안무가에 따라 대본의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다소 달라 비교해가며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발레단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American Ballet Theatre이하 ABT) 의 <호두까기인형>은 영화 <백야>로도 유명한 미하일 바르시니코프 (Mikhail Baryshnikov) 가 1976년 새롭게 안무를 맡은 버전으로 유명하다. 이후 ABT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20여 년간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케빈 맥킨지 (Kevin McKenzie) 의 프로덕션이 1993년부터 공연되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ABT의 <호두까기 인형>은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 주로 공연되었기에 두 프로덕션을 함께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0년은 ABT는 물론 뉴욕의 발레 팬들에게도 뜻 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그 동안 공연장이 부족해 뉴욕에서는 봄과 가을에만 공연을 해야 했던 ABT가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 (Brooklyn Academy of Music, 이하 BAM) 과 5년간의 계약을 맺게 되면서 올해부터는 ABT의 <호두까기 인형>을 뉴욕에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BAM에서 초연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ABT <호두까기 인형>의 새로운 버전이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알렉세이 라트만스키(Alexei Ratmansky) 가 안무한 새로운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은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유명한 리차드 허드슨이 세트와 의상 디자인을 맡아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BT의 새로운 프로덕션은 오는 12월 22일부터 1월 2일까지 2주간 BAM의 하워드 길만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소극장에서 본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의 기억은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씩 나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 짓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공연을 보며 맞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로맨틱한 날이 있을까? 뉴욕의 크리스마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할리데이 시즌 작품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뉴욕에서 가장 따뜻한 장소를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지금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을 권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87호 2010년 12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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