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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가까워지는 무대와 스크린의 거리 [No.102]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2012-03-12 4,072

공연과 영화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공연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무대에서 크게 호응을 받았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공연계와 영화계의
최근 제작 경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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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뮤지컬 작품들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몇 번을 봐도 또 보고 싶은 작품,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내 인생의 영화’ 한두 편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품을 무대 위의 라이브 퍼포먼스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관객들에게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향수를 자극하는 꽤나 매력적인 유혹이다. 그리고 공연 프로듀서들은 이와 같은 관객들의 요구에 주목한다. 최근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 제작의 새로운 경향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제작자들의 관심이 1980~90년대 영화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의 주요 관객층인 40대 이상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20~30년 전에 큰 관심을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만한 소재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최신작은 1990년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고스트(사랑과 영혼)>의 뮤지컬 버전이다. 상영 당시 주연을 맡았던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을 만큼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는 지난해 3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한 이후 6월 웨스트엔드로 자리를 옮겨 공연되었으며, 오는 4월 중 브로드웨이 개막을 준비 중이다. 런던 공연에서 주인공 샘과 몰리 역으로 열연했던 리처드 플리시맨(Richard Fleeshman)과 케이시 레비(Caissie Levy)가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번 공연할 예정이다. 호주 멜버른과 네덜란드 프로덕션까지 논의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원작 영화의 파워가 뮤지컬까지 이어질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많은 영화 팬들의 뇌리에 기억되어 있는 또 다른 추억의 영화 <플래시댄스>도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1983년에 개봉했던 <플래시댄스>는 상영 당시 인색했던 평단의 평가와는 달리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사운드 트랙까지 크게 히트할 만큼,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왓 어 필링(What a Feeling)’, ‘매니악(Maniac)’, ‘글로리아(Gloria)’와 같은 곡들은 여전히 여러 매체에 삽입되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제철 공장의 용접공이자 나이트클럽 댄서로 일하며 꿈을 키워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보다는 극 중 퍼포먼스로 펼쳐지는 노래와 춤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였다. CF 감독 출신이었던 에이드리언 라인(Adrian Lyne) 감독이 만들어낸 감각적인 영상은 이후 다수의 뮤직 비디오나 CF를 통해 ‘플래시댄스 스타일’의 장면들로 패러디 되었으며, 여주인공 제니퍼 빌즈(Jennifer Beals)의 극 중 퍼포먼스는 여전히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영화 속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 익숙한 노래들과 볼거리 풍부한 퍼포먼스만으로도 <플래시댄스>는 뮤지컬 제작이 고려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2008년 영국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영국 투어 공연과 웨스트엔드에서의 짧은 상연을 마치고, 현재 미국 투어 공연과 올가을 브로드웨이 입성을 준비 중이다. 아쉽게도 웨스트엔드에서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으나, 이미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 작품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 미국 시장 재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티브 마틴(Steve Martin) 주연의 두 편의 코미디 영화도 곧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기적 만들기(Leap of Faith)>는 1992년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안정된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라울 에스파자(Raul Esparza)가 스티브 마틴이 맡았던 가짜 목사 역으로 출연한다. 2010년 LA의 아맨슨 시어터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이후 대본과 연출을 수정, 보완하고 있으며, 곧 브로드웨이 관객들 앞에 나설 예정이다. 스티브 마틴 주연의 또 다른 코미디 영화 <신부의 아버지(Father of the Bride)>도 뮤지컬로 제작될 전망이다.

 

1950년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기도 한 이 영화는 1991년에 개봉되어 국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뮤지컬 <신부의 아버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차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또한 1996년 에디 머피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던 1963년 작 <너티 프로페서(The Nutty Professor)>의 뮤지컬 버전도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듯하다. 마빈 햄리쉬(Marvin Hamlisch)가 음악을, 루퍼트 홈즈(Rupert Holmes)가 극본과 가사를 맡은 이 작품은 원작 영화의 각본과 연출, 주연으로 활약했던 제리 루이즈(Jerry Lewis)의 브로드웨이 연출 데뷔작이기도 해, 원작의 재미를 무대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 빠르게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공연들 
신작 뮤지컬들 중 다수가 최소 10~20년가량 지난 영화들을 바탕으로 관객의 향수에 호소하는 반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공연들은 오히려 최근에 화제를 모았던 작품들이 많다.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된 작품들보다는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이나, 이미 10년 이상 공연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보다는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것이 최근 눈에 띄는 경향이다. 무대에서 발견한 반짝이는 아이템을 앞다투어 확보하려는 영화 제작자들 덕분에 공연 작품의 영화화가 결정되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공연과 달리 영화에서는 더 폭넓은 관객층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해야 하다 보니 실제 제작에 돌입하고 난 뒤에는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을 바탕으로 이미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큰 호평을 받은 연극 <워 호스(War Horse)>의 경우는 달랐다. 얼마 전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워 호스>의 제작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았다. 2007년 런던의 로열 내셔널 올리비에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연극 <워 호스>는 2009년 웨스트엔드 뉴 런던 극장에서 막을 올려 올리비에 어워드, 런던 공연 비평가상 등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이후 2011년에는 런던의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참여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비비안 버몬트 극장에서 막을 올렸으며, 지난 2월에 개막한 캐나다 토론토 프로덕션을 포함해 2012년에는 미국 내 투어 공연이 계획되어 있기도 하다. 2009년에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작품이 2011년 겨울에 영화관에서 개봉되었으니 <워 호스>의 영화 버전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다. 이렇듯 발 빠른 제작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작 소설의 작가인 마이클 몰퍼고(Michael Morpurgo)와 <빌리 엘리어트>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극작가인 리 홀(Lee Hall)이 일찌감치 이 작품의 영화 대본을 집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2010년 2월에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을 관람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워 호스>를 영화로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미 작업된 대본을 받아본 뒤 그는 바로 영화사 드림웍스를 통해 이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드림웍스는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를 대본 작업에 함께 참여하도록 했고, 그해 5월 영화 제작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고 곧 이어 촬영에 돌입했다. 할리우드는 물론 영화계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였다. 개봉 이후 이어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은 공연 중인 연극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두 장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워 호스>는 상승효과를 주고받고 있다.


곧 만나게 될 뮤지컬 원작 영화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중에서도 오는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록 오브 에이지스>는 톰 크루즈, 알렉 볼드윈, 캐서린 제타존스, 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의 스타들이 대거 조연으로 참여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1980년대 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주크박스 뮤지컬은 2006년 LA에서 첫선을 보인 데 이어, 2008년에 오프브로드웨이로, 2009년에는 브로드웨이 무대로 옮기며 젊은 관객층은 물론 1980년대 록 음악의 정서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0년에 국내에서도 공연되었다. 또 하나의 히트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 보이스>도 곧 영화로 제작될 전망이다. 2010년 7월에 GK 필름은 <저지 보이스>의 영화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뮤지컬의 극본을 담당했던 마샬 브릭만(Marshall Brickman)과 릭 엘리스(Rick Elice)가 영화의 대본 작업에도 참여할 예정임을 밝혔다. 두 편 모두 이미 잘 알려진 노래들과 비교적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영화 <맘마미아>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외에도 2006년 개막하여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뮤지컬의 대본과 가사를 맡았던 스티븐 세이터와 음악을 담당했던 던컨 쉐익이 영화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뮤지컬에서 벤들라 역을 맡았던 레아 미첼(Lea Michele)이 출연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미 막을 내린 공연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팬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2010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해 젊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도 영화로 제작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뮤지컬의 연출을 맡았던 마이클 메이어가 영화의 연출가로 물망에 올랐으며 그린 데이의 리드 싱어이자 뮤지컬 창작에도 깊이 관여했던 빌리 조 암스트롱이 직접 영화에 출연할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영화 <아메리칸 이디엇>은 2013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진행 중이다.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는 창작자들
미국의 영화와 공연 산업은 서부(할리우드)와 동부(브로드웨이)로 나뉘어 있다. 두 곳은 그 지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시장의 특성과 제작, 유통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신선하면서도 흥행을 고려한 안전한 선택이 될 만한 소재를 찾으려는 제작자와 창작자의 바람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다양한 장르에서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영화를 무대로, 또는 공연을 다시 스크린으로 옮기는 일은 다양한 시각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다. 흥행 콘텐츠라고 해서 다른 매체로 옮겨갔을 때에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작자들은 관객들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시장성까지 두루 살펴 작품을 선정하며, 제작이 결정된 이후에도 각 장르의 특성에 맞도록 콘텐츠를 수정, 보안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창작 스태프들을 찾고자 한다. 이때 두 장르를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와 연출가는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 무대와 스크린을 누비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뽐내고 있는 팔방미인 창작자들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디 아워스>, <더 리더> 등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공연 연출가이자 예술감독으로 활약해 왔다. 런던의 게이트 시어터, 로얄 코트 시어터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그는 영화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꾸준히 공연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도 공연만의 특성을 잘 살려낸 또 다른 버전의 <빌리 엘리어트>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이후 활발하게 이어지는 영화감독으로서의 행보와 함께, 스티븐 달드리는 현재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차기작 중 하나인 뮤지컬 <덤보>의 연출을 고려 중이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잘 알려진 샘 멘데스도 공연계와 영화계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명이다. 공연 연출가로 먼저 주목받았던 그는 그동안 <카바레>, <올리버>, <집시> 등의 리바이벌 프로덕션과, 얼마 전 뉴욕의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BAM), 런던의 올드 빅(Old Vic)과 함께 제작한 ‘더 브리지 프로젝트’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멘데스는 현재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무대로 옮기기 위해 준비 중이며, 23번째 ‘007 시리즈’인 영화 <007 스카이 폴(Sky Fall)>의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생성 과정도, 시장의 특성도 다른 영화와 공연은 어느새 이웃사촌 같은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콘텐츠는 물론 제작자와 창작자, 배우들도 점점 그 경계를 지워가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사이좋은 이웃으로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장르를 정확하고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하는 제작자와 창작자가 필요하다. 원작의 감동을 배가시키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은 마치 좋은 친구의 쌍둥이 동생을 소개받는 것과 같은 반가운 선물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2호 2012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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