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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JAPAN] 일본 창작뮤지컬로 만난 한국 드라마 <드림 하이> DREAM HIGH [No.107]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사진제공 |네르케 플래닝 2012-08-27 4,882

한국 드라마와 가요(K-POP)에 이어 뮤지컬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일본 뮤지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뮤지컬계는 극단 시키(四季)와 토호(東寶)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 그 나머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에는 시키와 토호 외에 매우 다양한 뮤지컬 제작사와 극단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네르케 플래닝(이하 네르케)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선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연 제작사 가운데 하나다. 혹시 뮤지컬 팬들이라면 ‘테니뮤’, 즉 <테니스의 왕자> 제작사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2008년 <테니스의 왕자> 시리즈 가운데 ‘효테이전’ 편이 공연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실 네르케는 일본 공연계에서도 상당히 이채로운 존재다. 상업적인 연극과 뮤지컬 제작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편 작은 극단들의 제작 업무를 대행하거나 공동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공연의 분업화나 경영 다각화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일본극단협의회 등에 가입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제작 노선을 고수하고 있어서 질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초연 이후 올해까지 누적 관객 13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 시리즈를 비롯해 인기 콘텐츠를 여럿 가지고 있는 건재한 제작사다.

 

 

한국 드라마의 뮤지컬화
네르케에 대해 다소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네르케가 최근 한국과 관련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르케는 올해 한국 드라마 두 편을 잇따라 뮤지컬로 제작했다. 지난 4월 도쿄 아오야마 극장 및 5월 오사카 모리노미야피로티홀에서 공연된 <커피 프린스 1호점>과 7월 3일~20일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드림 하이>가 그것이다. 두 뮤지컬의 원작 드라마가 일본에서 여러 차례 방영돼 큰 인기를 끌면서 이번에 무대화까지 된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 있으면 무대화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자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외국 드라마도 대상으로 하는데, 국내에도 방송된 적 있는 미국 드라마 <로마(Rome)>를 연극으로 선보여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 드라마 가운데서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장금>과 <미남이시네요>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올랐다. <대장금(일본 제목은 ‘장금의 맹세’)>의 경우 2007년 말 공연 제작사인 쇼치쿠가 동명 뮤지컬을 만든 한국의 PMC프러덕션으로부터 대본과 의상 등에 대한 저작권을 구입해 연극으로 만들었다. <미남이시네요>는 원작 드라마를 방송한 데 이어 일본판 리메이크 드라마까지 만든 일본 방송사 TBS가 제작했는데, 드라마에 이어 연극에서도 KIS-MY-FIT2의 멤버 등 자니스 소속 아이돌들이 여럿 나왔다.

최근 일본에서 공연되는 한류 뮤지컬을 보면 <카페인>, <잭 더 리퍼>처럼 한국 배우들이 직접 출연한 것과 <사랑은 비를 타고>, <빨래>처럼 한국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를 얻어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네르케의 <커피 프린스 1호점>과 <드림 하이>는 일본 크리에이티브 팀이 한국 드라마를 활용해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뮤지컬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성 작가 구즈키 아키라가 대본 및 가사를, 다마 쇼이치가 음악을, 우에시마 유키오가 연출을 맡았다. 특히 인기 작곡가인 마키하라 노리유키가 처음으로 뮤지컬의 주제가를 작곡해 화제가 됐다. 그리고 가수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야마자키 이쿠사부로가 최한결, TV 드라마와 연극을 오가는 다카하타 미츠키가 고은찬, 뮤지컬 배우 니로 신야가 최한성, 가수 출신의 다마키 나미가 한유주 역을 맡는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아쉬운 작품성, 배우 기량은 만족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현지 뮤지컬 팬들에 따르면 원작 드라마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포인트를 잘 살렸다는 의견이 많다. 커피숍을 배경으로 한결-은찬, 한성-유주의 사랑을 얼개로 꽃미남 직원들을 적절히 배치하되 극의 핵심에서 벗어난 캐릭터는 과감히 빼버렸다. 음악의 경우 주제가 ‘사랑하는 마음들을 위해’는 지난 4월 싱글 앨범으로 발매돼 오리콘 차트 1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 작품의 제작에 일부 투자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일본의 창작뮤지컬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데,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기대보다 잘 나왔다”고 전했다. 필자 역시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영상을 봤을 때 국내 대학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일본 특유의 꼼꼼하고 공들인 세트가 인상적이었고, 또한 서정적인 음악이 사랑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하지만 직접 관극한 뮤지컬 <드림 하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먼저 이 작품을 소개하자면 뮤지컬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대본을 썼던 구즈키 아키라가 이번에도 펜을 잡았고, 일본 아이돌그룹 SMAP과 AKB48, SDN48 등의 안무를 맡았던 마쓰다 데츠하루가 안무와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가미무라 슈헤이가 음악감독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그가 속한 작곡가 및 작사가 그룹인 ‘컴퍼니 AZA’ 소속의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함께 만들었다. 뮤지컬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기린예고에 입학한 마츠시타 유야(송삼동), NANAKA(고혜미), 미즈타 코키(진국), 산토스 안나(김필숙), 조이(제이슨), 이노우에 주리아(윤백희) 등 6명의 학생 이야기가 중심이다. 드라마에서 배용준이 연기했던 이사장은 뮤지컬의 앞부분에 내레이션으로만 조금 나오고, 개성적이었던 교사들은 시경진과 강오혁 2명으로 압축됐다. 

 

그런데 16부 미니 시리즈를 2시간짜리 뮤지컬로 줄이다 보니 원작의 다채로운 캐릭터와 다양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아쉬움이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충분히 묘사됐던 6명 학생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으로 그려진 것이나 강오혁 같은 인물이 코믹 일관도로 묘사된 것은 원작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덧붙여 첫 장면을 귀에 이상이 생긴 삼동이가 친구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다시 입학시험 당시로 돌아가는 작품의 구성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일본만의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최근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늘상 겪는 일이기도 하다. 


스토리 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음악이다. 뮤지컬 <드림 하이>의 넘버들은 곡 하나하나만 보자면 좋은 편이지만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통일성이 다소 부족했다. 아무래도 여러 작곡가가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극 중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학생들의 군무 신에선 좀 더 힘찬 음악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안무는 힘이 넘치는 등 전반적으로 볼거리가 많은 연출이었다. 마츠시타 유야나 NANAKA 등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배우들은 아직 연륜 부족으로 연기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노래와 댄스 실력은 ‘상당한’ 편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7호 2012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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