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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PARIS] 뮤지컬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도시, 파리 [No.116]

글 |민지은(파리 통신원) 2013-05-27 4,442

1956년 11월 12일,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벗어나 프랑스적인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당신에게 오늘 밤을(Irma la Douce)>이 파리 그라몽 극장에 올랐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작품은 1959년에는 영어로 제작되어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고, 그 인기는 1963년에 영화 제작(빌리 와일더 감독)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뒤를 이어 <스타마니아>와 <프랑스 대혁명>,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로미오 앤 줄리엣>, <돈주앙>, <태양왕>, <클레오파트라>,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드라큘라>, <아담과 이브> 그리고 <1789, 바스티유의 연인> 등 다양한 작품들이 프랑스 뮤지컬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매년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되는 브로드웨이와 비교한다면 일 년에 한두 작품만이 무대에 오르는 프랑스 뮤지컬 시장은 매우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파리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뮤지컬의 조상, ‘오페라-코미크’와 ‘오페레타’                        

뮤지컬의 기원이라고 보는 ‘오페레타(Operetta)’의 본고장이 바로 이곳 파리이다. 국립극장들과 베르사이유 궁전의 왕실극장에서부터 소극장까지, 오페레타의 거장 오펜바흐의 작품들과 새로운 창작물들이 지금까지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다. 그중 파리시 중심가에 위치한 국립 오페라-코미크 극장은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오페라-코미크(Opera-Comique)’는 오페레타를 탄생시킨 프랑스 오페라의 한 장르로 뮤지컬의 더 오래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 힘든 오페라 곡들과는 달리 듣기 편하게 대중성을 추구한 오페라-코미크는 당시 파리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기존 오페라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곡들로 만들기도 하고, 서민들의 삶을 모티프로 삼기도 했다. 때론 매춘부 이야기 등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비도덕하고 비속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제의 <카르멘>도 오페라-코미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이 극장에서 1875년에 초연됐다.
오페라-코미크과 오페라의 또 다른 차이점이자 특징은 바로 대사이다. 오페라는 모든 극이 노래로 진행되는 반면 오페라-코미크에서는 아리아와 합창 사이에 대사들이 삽입된다. 오페라보다 한층 더 뮤지컬 형식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그다음 세대인 오페레타로 이어졌다. 얼핏 보면 그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이 두 장르는 일 년 내내 국립 오페라-코미크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최근 국립 오페라-코미크 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레타 <시불렛>은 공연 실황이  프랑스 뮤직에 생중계될 정도로 프랑스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예언한 미래의 남편을 찾는 양배추 파는 소녀 시불렛의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다. 노래와 대사 그리고 춤이 어우러진 무대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단, 등장인물들은 배우가 아닌 성악가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들은 관객들이 따라 부를 정도로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이거나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오페레타의 본고장이 파리이긴 하지만, 오페레타는 프랑스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브로드웨이 뮤지컬 형식과 더욱 흡사하다. 일반적으로 가수, 무용수 그리고 배우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철학적이거나 사회적 문제를 시사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코믹한 요소들이 강하다. 무대 장식 또한 극의 전개를 돕는 도구이다. 그러나 음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성악가들이 연기를 하고 춤을 춘다.
또 한 편의 오페레타, 오펜바흐의 대표작 <파리인의 삶>은 지금까지 수많은 연출가들이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흥행작 중 하나이다. 올려지는 무대 또한 국립오페라 극장에서부터 소극장까지 다양하다. 파리인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 파리에 놀러 온 스웨덴 남작 부부에게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으로, 초연 당시 파리에 가면 꼭 보고 와야 할 작품이라고 여겨질 만큼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경쾌한 음악과 캉캉춤 그리고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에게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프랑스 뮤지컬의 모태, ‘코메디-발레’                                   

만약, 프랑스 뮤지컬의 역사를 만나고 싶다면 몰리에르의 ‘코메디-발레(Comedie-Ballet)’ 한 편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메디-발레는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는 물론,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동시에 미니멀한 무대를 채우는 또 하나의 볼거리인 춤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현대 프랑스 뮤지컬과 가장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다. 예부터 프랑스인은 춤을 사랑한 민족이었다. 특히 발레를 사랑한 태양왕 루이 14세는 당시 몰리에르에게 발레가 들어간 음악극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몰리에르의 ‘코메디-발레’. 이런 역사적 배경과 형식 때문에 현대 프랑스 뮤지컬의 기원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다른 장르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코메디-발레도 여전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몰리에르의 정신을 계승하여 설립된 코메디 프랑세즈에서는 <상상병 환자> 같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고, 그 외에도 프랑스의 크고 작은 극장에서 <평민 귀족> 등 코메디-발레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단, 현대 프랑스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지도. 약 4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고전 작품들은 형식에서만 현대 뮤지컬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간간이 나오는 발레는 우리가 보아왔던 무용극과 다르며, 기존 프랑스 뮤지컬에서 볼 수 있었던 현대 무용과 발레가 조화된 춤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뮤지컬 마니아라면 프랑스 뮤지컬의 기원, 그 뿌리를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비록 일 년에 한두 편의 뮤지컬만이 제작되는 프랑스이지만, 파리에선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뮤지컬의 역사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6호 2013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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