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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JAPAN] 일본의 창작뮤지컬이 없다고? [No.118]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사진제공 |다카라즈카, 극단 시키 2013-07-31 5,875

최근 드라마와 K-POP에 이어 뮤지컬이 새로운 한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년간 10여 편의 한국 뮤지컬이 일본에서 공연된 데 이어 지난 4월부터 도쿄 아뮤즈 시어터에서 1년간 한국 뮤지컬 7편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한국 뮤지컬의 잇단 일본 진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일본에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이고 창작뮤지컬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국내 관계자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과연 일본에는 창작뮤지컬이 없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 창작뮤지컬에 대한 인식 자체가 한국과 상당히 다른 것을 알아야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용어부터 달라서 창작뮤지컬 대신 ‘오리지널 뮤지컬’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다카라즈카

일본에서 뮤지컬의 역사는 1914년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돈브라코>에서 시작된다. 전래 동화 『모모타로』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일본 최초로 서양 음악을 활용한 음악극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의 시초로 이야기된다.
미혼 여성들로만 구성된 다카라즈카 가극단은 이후 이름에 맞게 ‘가극(歌劇)’을 선보였는데, 여성이 남성 역할까지 맡고 본 공연 직후 레뷔 공연이 이어진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거의 차이가 없다. 다카라즈카의 레퍼토리는 100년의 역사에 걸맞게 매우 다양해서 200편 가까이 된다. 물론 이 가운데 옛날 작품들은 요즘엔 거의 공연되진 않지만 현재도 몇 년에 한 번 꼴로 공연되는 작품만 해도 수십 편에 이른다. <엘리자벳>, <로미오와 줄리엣>, <스칼렛 핌퍼넬>, <미 앤 마이 걸> 등 해외 뮤지컬부터 <베르사이유의 장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션스 11> 등 창작뮤지컬까지 다양하다.
다카라즈카의 창작뮤지컬은 처음부터 순수하게 창작된 것도 있지만 국내외 유명한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을 원작으로 한 것들이 많다. 창작의 비율이 라이선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편으로 올해만 하더라도 꽃, 달, 눈, 별, 하늘 등 5개 조의 연간 공연 레퍼토리 가운데 라이선스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뿐이다. 다카라즈카에는 배우들 외에 연출, 음악, 안무 분야에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소속돼 다카라즈카 스타일을 지켜 나간다. 소속 아티스트들 중 연출가는 20여 명, 작곡가와 안무가는 각각 10여 명에 이른다. 연출은 대본 작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음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동으로 작곡한다. 이 때문에 창작뮤지컬이 나왔을 때 연출가에 비해 작곡가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다카라즈카가 뮤지컬 장르에 포함되지만 일본에선 다카라즈카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본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카라즈카 작품들은 다카라즈카라는 하나의 장르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토호와 시키의 창작뮤지컬

특수한 성격의 다카라즈카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뮤지컬계의 양대 산맥은 토호와 극단 시키다. 우선 1932년 설립된 토호는 연극과 영화의 제작 및 배급 회사로 다카라즈카와 함께 일본 굴지의 재벌인 한큐한신토호 그룹(阪急阪神東寶グル-プ)에 속해 있다. 1930년대 유성영화 시대에 수많은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던 토호는 1951년 세계적인 금융 재벌 J.P 모건의 조카인 조지 모건과 결혼한 게이샤 가토 유키를 소재로 한 <모르간 오유키>(모르간은 모건의 일본식 발음)를 시작으로 창작뮤지컬을 잇따라 제작했다. ‘데이게키(帝劇)’로 불리는 토호의 제국극장 뮤지컬 시리즈는 1950년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토호가 1963년 <마이 페어 레이디>를 공연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일본 최초의 라이선스 뮤지컬인 이 작품이 대대적으로 히트하면서 지금까지 토호는 창작뮤지컬보다는 외국 뮤지컬을 선호하게 됐다.
그렇지만 토호가 그동안 창작뮤지컬 제작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토호는 1998년 <로마의 휴일>, 2001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06년
<마리 앙투아네트>를 무대에 올렸다. <로마의 휴일>은 토호가 파라마운트사에서 판권을 사서 일본 창작자들과 만든 뮤지컬로 2000년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한국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비엔나 뮤지컬 붐을 일으킨 쿤체, 르베이 콤비와 일본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힘을 합친 작품으로 일본 창작뮤지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독일)에서 공연을 했다. 앞서 언급한 세 작품 이후 다시 라이선스 뮤지컬만 공연하던 토호는 최근 창작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올 들어 중극장 규모의 전용극장인 시어터 클리에에서 6월 <하늘을 나는 바람에>와 10월 <송 라이터스> 등 창작뮤지컬 2편을 공연한다. <하늘을 나는 바람에>는 창작뮤지컬 전문 제작사인 TS뮤지컬파운데이션이 2001년 초연한 것으로 올해 토호가 재공연 제작을 맡았다. 신작인 <송 라이터스>는 세계가 경악할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닌 작사가와 작곡가 콤비 이야기로 시인 겸 작사가로 유명한 모리 유키노죠가 대본을 썼고, 유명 배우 출신인 키시다니 고로가 연출을 맡았다. 음악은 KO-ICHIRO 등 5명이 공동으로 작곡을 했다.
극단 시키는 적지 않은 창작뮤지컬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쇼와 3부작으로 알려진 <리코란>(1991), <이국의 언덕>(2001), <남십자성>(2004)만 성인 대상의 작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청소년 대상으로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 <꿈에서 깨어난 꿈>, <벌거벗은 임금님>, <모모타로 이야기> 등 30여 편이나 된다.
쇼와 3부작의 경우 일본 쇼와 천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전쟁에 연루된 젊은이들의 사랑과 애국심을 그리고 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한 일본의 야욕은 문제가 일부 있었지만 거기에 어쩔 수 없이 연루된 젊은이들은 죄가 없다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 입장에서 보면 꺼림칙한 부분이 적지 않다. 다른 극단이나 제작사라면 결코 만들지 못했을 작품들이지만 시키는 아사리 게이타 대표의 뚝심과 20만 ‘시키노카이’ 회원들의 힘으로 2~3년에 한 번 꼴로 꾸준히 공연된다. 시키의 어린이 뮤지컬들은 아사리 대표가 극단을 운영하는 데 매우 중시하는 부분이다. 바로 시키를 통해 처음 뮤지컬을 접한 어린이들이 성장해 시키 회원이 되기 때문이다. 시키는 이들 어린이 뮤지컬의 전국 투어 공연을 자주 한다.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쟈니스

일본 뮤지컬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키, 다카라즈카, 토호 외에 적지 않은 뮤지컬 극단과 제작사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주요 제작사 가운데 호리프로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사단을 기용해 일본인 최초 국제결혼을 해서 오스트리아 귀족 부인이 된 쿠덴호프 미츠코의 삶을 그린 뮤지컬 <미츠코>(2011)를 선보였고, 쿠오라스는 전설적인 여배우 마들렌 디트리히의 삶을 그린 뮤지컬 <디트리히>(2010)를 제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쟈니즈 사무소가 아이돌 마케팅을 극대화한 독특한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소년대, SMAP, 아라시, 캇툰, 킨키 키즈 등이 소속된 쟈니즈 사무소는 소속 아이돌들을 외부 제작 뮤지컬에 출연시키기도 하지만 아예 자체적으로 뮤지컬을 만들기도 한다. 쟈니즈 표 뮤지컬의 전형이 된 것은 1986년 초연된 소년대의 이다. 팬들에게는 ‘PZ’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소년대가 주역을 맡고 쟈니즈 주니어들이 조역으로 대거 출연한다.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소년들의 우정이란 테마의 성긴 줄거리를 가진 레뷔에 가까운 형식이다. 이 작품은 소년대 멤버들이 40대에 접어든 뒤에도 매년 팬들을 극장에 집결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소년대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공연에 출연하지 않지만 쟈니즈의 또 다른 아이돌들을 주역으로 공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다 한참 뒤에 나왔지만 쟈니즈 표 뮤지컬의 대표작이 된 것은 킨키 키즈의 도모토 코이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엔드리스 쇼크>다. 2001년 <밀레니엄 쇼크>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를 무대로 주인공이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이야기다. 매년 2~3월 제국극장에서 공연되며 일본에서 가장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외 또 다른 쟈니즈 뮤지컬로 <드림 보이즈>도 있다.

 

 

그 외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극단들???????????????????????????????????

쟈니즈 표 뮤지컬처럼 독특한 스타일의 일본 창작뮤지컬로는 ‘테니뮤’로 알려진 <테니스의 왕자> 시리즈가 있다. 동명 만화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노래나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테니스 공의 움직임을 조명과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동작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객들은 출연 배우가 만화 캐릭터와 얼마나 닮았으며 만화 속에서 묘사된 특징을 잘 표현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란 말이 있다. 2003년 4월 유명 안무가인 우에시마 유키오 연출 겸 안무, 사하시 도시히코 음악, 미쓰야 유지 대본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2010년까지 16편의 뮤지컬과 7편의 콘서트가 나왔다. 2011년부터 첫 편부터 시리즈가 다시 시작돼 공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테니스의 왕자>처럼 만화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매년 10편 안팎 무대에 올라간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닌타마 란타로>, <마크로스>, <은하영웅전설>, <진>, , <박앵귀>, <전국 바사라> 등의 만화가 뮤지컬로 공연됐다. 다만 이런 작품의 경우 원작 만화 팬의 충성도에 기댄 것으로 일반적인 뮤지컬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한편 일본에는 창작뮤지컬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극단 또는 제작사가 여럿 있다. 이 가운데 꾸준히 공연을 하고 있는 곳으로 와라비좌, 음악좌 뮤지컬(R컴퍼니), TS뮤지컬파운데이션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본의 극단 가운데 규모 면에서 시키, 다카라즈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와라비좌는 일본 동북부 아키타현 타자와코 예술촌의 와라비극장과 에히메현 보짱(도련님)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 작곡가 가이 마사토, 극작가 요코우치 켄스케 등 외부의 저명한 창작자들을 초빙해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만든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보유한 애니메이션의 무대화를 유일하게 허락해 줄 정도다. 일본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 대상으로 인기가 높으며 타자와코 예술촌은 호텔과 온천, 공방도 운영해서 수학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와라비좌의 인기 레퍼토리로는 전설적인 만화가 테츠카 오사무의 <불새-봉황편>, <아톰>, <붓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추억은 방울방울> 등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 뮤지컬이 있다. 1977년 결성된 음악좌는 단원들의 공동 제작 시스템을 통해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극본, 연출, 조명, 음악 등에 프로듀서가 깊이 관여하고 서로 토론을 통해 최선을 찾아 나간다. <비눗방울 난다, 하늘까지 난다>, <21세기 마드모아젤 모차르트>, <어린 왕자> 등 수작으로 평가받는 뮤지컬을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TS뮤지컬파운데이션은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컬 연출가 겸 안무가 샤 타마에가 이끄는 컴퍼니다. 1년에 평균 두 작품 정도를 공연하는데, <아쿠로>, <칼리>, <객가>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8호 2013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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