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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먼슬리픽] 1월의 추천작 [No.100]

정리 | 편집팀 2012-01-09 3,971

2012년 1월에 만나는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소개합니다.

 

 

혁명과 일상의 만남 <혁명일기>히라타 오리자의 연극은 늘 관객이 입장하기도 전에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해서 연기를 하고 있다. 관객들이 배우들의 일상을 방문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배우들은 마치 관객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관객들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자신들의 일상에만 충실하다. 일상의 일부분을 떼어놓은 듯한 이러한 연극 사조를 조용한 연극이라고 하는데, 히라타 오리자는 조용한 연극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에서는 유인원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의 휴게실이, <도쿄노트>에서는 유럽에서 전쟁이 한창 중인 상황의 일본에 있는 미술관 로비가 무대가 됐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밀접하게 접하고 있는 현실의 한 조각을 통해 세밀하게 현실을 해부해왔다.
그러나 <혁명일기>는 이전의 그의 작품들과 뭔가 다르다. 일단 그의 작품에서는 전문직이긴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운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와 너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이 출연한다. 그러나 이번 <혁명일기>에는 혁명을 꿈꾸는 조직원들이 주인공들이다. 이전 작품에서는 일상 자체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전복을 꿈꾸는 인물들이 일상을 가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관을 습격하고, 공항을 점거할 계획을 꾸미는 조직원들이 가족과 친구 모임을 가장하여 평범한 집에 모여든다. 혁명을 꿈꾸고 있지만 계획은 점점 미뤄지고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고민해야 한다. 반상회로 느닷없이 들이닥친 이웃들로 인해 해 혁명 회의는 중단되고 일상을 가장하는 혁명가들의 모습은 웃음을 준다. 일상의 힘이 조직의 대의를 서서히 와해하는 과정이 매우 코믹하게 전개된다.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초반 옴진리교 사건을 계기로 혁명 조직에 대해 고심했다. 특히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집단의 논리와 개인의 일상 사이의 갈등을 진지하게 살폈다. <혁명일기>는 바로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혁명일기>는 혁명가들의 진지함을 일상의 자유분방함과 충돌시켜 거기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번 공연의 자막 번역을 맡은 연출가 성기웅은 이 작품에 대해 ‘조용한 연극이 아니라 시끄러운 연극’이라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들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혁명일기>는 그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박병성
▷1월 12일~15일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 02) 764-7462

 

 

상실감은 무엇으로 다시 채워질까 <래빗 홀>
얼마 전 개막한 <넥스트 투 노멀>의 주인공 다이애나와 댄 부부에게 이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 물론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영화 <래빗 홀> 속 베카와 하위 부부 역시 어린 아들을 잃은 후에 그들의 인생은 그 전과 같을 수가 없게 됐다. 같은 슬픔을 갖고 있지만 베카와 하위가 그 상실감을 느끼고 극복하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영화 속 부부는 결국 그 진한 고통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살아가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오는 상실감은 어떻게든 채워질 수 있다는 위로를 주듯이 말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06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연극으로, 큰 호평을 받으면서 다음해에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이 공연에 큰 감명을 받은 니콜 키드먼은 영화 제작자로서, 또 배우로서 참여했다. 니콜 키드먼의 남편 역할을 맡은 배우는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를 연기했던 아론 에크하트. 그리고 더 매력적인 사실은 우리의 헤드윅 존 캐머런 미첼이 감독을 맡았다는 것. 그만의 섬세한 손길로 배우와 관객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줄 것만 같다.   이민선

 

 

새해의 처음에 만나는 마지막 프로포즈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아쉬운 이름들이 있는데, 2011년에 잃은 것 중에는 대학로의 작은 극장 하이퍼텍 나다가 있다. 개봉 첫 주만 지나면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천천히 찾아나서도 볼 수 있게 해주었던 고마운 공간이었는데 2011년 초여름, 폐관을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이 비슷한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지난 10여년간 하이퍼텍 나다에서 보았던 영화들, <벨벳 골드마인>, <우리 학교>, <마이 제네레이션> 같은 작품들과 그 영화를 보았을 때 함께 했던 사람, 그 날의 날씨 같은 단편적인 기억들이 조각조각 떠오르면서 한없이 그리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 공간에서 더 이상 쌓일 수 없이 단절되는 시간이야 그렇다 치고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까웠다. 그 해의 가장 훌륭한 영화지만 극장에 오래 걸리지는 못한 작품들을 모아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매해 신나서 시간표를 짜면서도 게으름 때문에 그 계획대로 작품을 다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하이퍼텍 나다를 운영해왔던 영화사 진진에서 올해는 시네코드 선재에서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2월 말부터 1월 11일까지 프로그램이 올라왔는데 2011년에 놓쳐서 가장 아까웠던 영화 <아이 엠 러브>가 포함되어 있는 걸 보고 뛸 듯이 기뻤다. 이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으니 어서들  cafe.naver.com/artsonjearthall로 달려가서 확인해보시길.   | 김영주

 

 

다이어트한 낭만을 살찌우기 위한 1월의 보양식,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춤
마감의 주간,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저녁을 먹고 있던 분식집에서 흘러나오던, 1930~40년대 뮤지컬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르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문득 ‘낭만적’이란 말이 툭 튀어 나왔다. 어렸을 적 TV에서 봤던 프레드 아스테어의 귀여운 미소와 유려한 탭, 그리고 진저 로저스와의 마법 같은 춤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들이 춤을 추면 흑백의 영상이 은색의 빛이 나는 듯 보였다. 흥미롭게도 1월 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이들의 황금기 때의 뮤지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소식. 1930년대 이들이 함께 했던 9편의 영화 중 이번 상영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톱 햇>(1935)과 <스윙 타임>(1936), <셸 위 댄스>(1937), 알짜배기들이다! 동시대 그리고 후대에 까지 즐거움을 주었던 그들의 재능에 경의를 표한다. 마크 샌드리치 감독도 배우의 이름이 뜨는 타이틀에 그들의 얼굴이 아닌 다리를 보여줬다고 하니, 그는 그 나름대로 그들의 재능에 경의를 표한 것이겠지.  | 김유리 
▷Music & Musical Special ‘노래하고 춤추자’ | ~ 1월 8일 / 서울 아트 시네마 / 02) 741-9782

 

 

새해엔 님과 함께 <님과 함께 45년>
7년 전 겨울이었다. 식당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낀 아저씨가 아이들을 줄줄이 데리고 들어와 척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겨울에 웬 선글라스. 모르고 봐도 그는 분명 보통 아저씨는 아니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아주머니들의 수군거림. “남진이야, 남진!” 엄마가 남진의 소녀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3년 뒤의 일이다. 어쩌다 엄마하고 남진 콘서트를 보러 가게 됐는데, 엄마가 TV에 나오는 사람에 그렇게 호들갑인 건 처음 봤다. 콘서트가 끝나갈수록 얼굴이 상기된 건 나였지만.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줄게 (…) 내 품에 둥지를 틀어봐. 으!” 기막히는 가사와 구수하게 꺾이는 가락, 끈적끈적한 춤의 삼위일체! 특히나 남진이 보너스 곡으로 ‘Hound Dog’을 부르면서 췄던 허리춤은 너무나 다이내믹해서 잊을 수 없다. 나이 예순의 할아버지가 그런 춤을 추다니. 스타도 그런 스타가 없다.  | 배경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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