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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CLASSIC [No.105]

글 |김영주 사진제공 |빈체로 2012-06-18 4,029


<로미오와 줄리엣>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이제 한국으로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온갖 장르로 만들어지면서 사랑받은 이야기가 또 있을까. 연극은 물론, 오페라, 영화, 뮤지컬까지, 이 어린 연인들의 질풍노도 러브 스토리는 많은 변주를 거치며 새로운 고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야기를 현대 뉴욕으로 옮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춤과 음악으로 재해석한 현대의 걸작이다. 이처럼 20세기 들어 만들어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새로운 고전으로는 발레도 빠지지 않는다.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이 장편 발레로 만들어진 곳은 1940년 소비에트 연방 러시아였다. 때로는 장중하고, 때로는 서정적인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 맞춘 전설적인 발레리나 울라노바의 줄리엣 연기와 소비에트 스타일의 웅장한 군중신은 곧장 이 작품을 현대의 고전으로 만들었다. 라브로프스키가 안무한 이 소비에트 발레는 1956년 죖철의 장막’을 걷고 서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볼쇼이의 런던 공연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영국인이 그리도 자랑스러워하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으로 런던을 정복한 것이다. 로열발레스쿨에서 공부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안무가 존 크랑코도 이때 충격을 받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는 곧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사용해서 자신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자랑하는 레퍼토리로, 강수진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크랑코의 평생 친구이자 로열발레단의 안무가였던 맥밀란도 드디어 1965년 자신의 버전을 만들어 초연을 하게 된다. 드디어 영국이 자신들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갖게 된 것이다. 맥밀란은 수많은 작품에서 함께한 자신의 뮤즈, 린 세이무어를 위해 이 드라마 발레를 만들었으나, 당시 사생활 문제 등이 복잡했던 세이무어 대신 60년대 최고의 슈퍼스타 커플인 폰테인과 누레예프가 초연 무대에 섰고, 작품은 당연하다는 듯이 성공을 거두었다.

 

맥밀란 버전은 크랑코의 영향을 받았으나 두 주인공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맥밀란 특유의 흐르는 듯한 동작이 유려하게 표현되며 춤과 연기가 완벽하게 하나로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기 쉬운 캐릭터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애절하고 드라마틱한 이인무를 감상할 수 있다. 맥밀란 이후에도 많은 안무가들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 맞춰 <로미와 줄리엣>을 안무했고, 또 그중에 명작이라 할 만한 작품도 있지만, 오늘날 가장 많은 발레단이 선택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맥밀란 버전일 것이다. 여전히 로열 발레의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일 뿐 아니라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스칼라 발레 등 세계 유수 극장이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 유니버설 발레단이 드디어 국내 발레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린다. 그간 <라 바야데르>, <지젤>,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발레를 꾸준히 상연하면서 두아토나 포사이드 같은 컨템퍼러리 안무가의 파격적 작품을 선보여온 유니버설이 이번에는 <오네긴>에 이어 또 한번 드라마틱한 발레의 걸작을 만났다. 유니버설 발레의 댄서들이 이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소화해 보여줄지 기대된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주인공은 첫 만남에 눈빛을 교환하며 설렘을 표현하고 하늘을 나는 듯한 동작을 하다가, 발코니에서 다시 만난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이인무로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랑을 나눈 후에는 끈적이는 이별의 춤을 추다가 마지막에는 묘지에 온 로미오가 죽은 줄리엣의 시신을 끌고 충격적인 ‘죽음의 춤’을 춘다. 뮤지컬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맥밀란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속에서 오로지 몸짓과 음악만으로 두 젊은이의 성장과 사랑, 죽음을 모두 볼 수 있을 것이다.

 

 

|  글  백이연(자유기고가) 사진제공 유니버설발레단  |  7월 7일~14일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02) 580-1300

 

 

서울에서 즐기는 메트로폴리탄의 여름

꿈의 오페라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최신작을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메트는 그간 유럽 극장에 비해 보수적인 색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피터 겔브가 총감독으로 취임하며 오페라의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실험을 연이어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시작된 Live in HD는 오늘 밤 메트에서 상연되는 무대를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혁신적 시도. 오페라 영상물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무대 예술의 핵심 중 하나인 ‘동시성’을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과 생생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은 거의 드물었다. 한국에서는 시차의 문제도 있어 시간차를 두고 여러 번 상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6월과 7월에는 메트의 2011-12년 상연작 중 <파우스트>와 <마법의 섬>이 각각 상영된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와 공동 제작한 새로운 연출로, 배경을 2차대전, 파우스트를 철학자가 아닌 원자폭탄을 개발한 과학자로 설정하고 있다. 요즘 ‘대세’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타이틀롤을, 메피스토펠레스는 르네 파페, 마르그리트는 포플라프스카야가 맡았다.

<마법의 섬>은 관객층 확대를 위해 새로 만든 알기 쉬운 판타지 오페라인데, 현대 작가가 작곡한 것이 아니라 ‘패스티시 오페라(Pastiche Opera)’이다. 패스티시 오페라란 여러 작곡가의 음악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이번엔 헨델, 비발디, 라모 등 바로크 시대 아리아를 섞어 독특한 작품을 만들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한여름 밤의 꿈>을 섞은 내용으로 두 작품을 아우르는 많은 등장인물이 영어로 고전 아리아를 부른다. 디도나토, 드 니세, 도밍고 등 호화 캐스팅이다.

<파우스트>는 6월 3일, 17일, 22일, <마법의 성>은 7월 6일, 15일, 22일에 상영되며 장일범, 유형종, 유정우 등 전문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오페라와 함께 브런치, 디너 세트도 준비되어 있다. 장소는 베어홀

|  글  백이연(자유기고가)   |  사진제공  베어 홀   |  문의 02) 550-8295

 

 

김선욱, 베토벤과의 긴 대화

임동혁은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곡과 아닌 곡이 있다고 하면서 후자의 경우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그리고 브람스를 언급했다. ‘브람스 2번 협주곡이라면 (내가) 엄청나게 잘 칠 것 같지 않아요. 그 곡은 선욱이 치라고 하면 돼요. 무지하게 잘 칠거니까.’라는 쿨한 코멘트가 재미있어서 슬쩍 웃음이 나면서도, ‘그러게, 그런 곡이라면 김선욱이 연주하는 쪽이 궁금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김선욱이 무지하게 잘 칠 것 같은, 그렇지만 아무리 그 김선욱이어도 프로 연주자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 싶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2번째 고지를 앞두고 있다. 제 아무리 패기 넘치는 그일지라도 32곡의 소나타를 한 해에 다 소화하는 것은 무리인지라, 올해는 1번부터 16번까지를 4회에 걸쳐 연주하게 된다. 베토벤 소나타 5번부터 8번까지 들을 수 있는 이번 공연은 6월 21일 목요일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피아노 앞에서는 언제나 진중하고 끈기 있는 그의 스타일에 대해 관객들이 품고 있는 믿음과, 거장들이 말년에 들어서 비로소 도전하는 것이 보통인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일찌감치 저질러 버린 젊은 아티스트에 대한 호기심 섞인 의심 중 어느 쪽이 옳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직접 확인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5호 2012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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