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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클래식 프리뷰] <2012 윤이상 콘서트> <아름다운 조우> [No.108]

글 |김영주 2012-09-17 3,949

용의 노래를 듣는다 <2012 윤이상 콘서트>

 

작은 항구 도시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여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거장 윤이상이 작곡하고 유치환이 가사를 쓴 교가를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윤이상은 젊은 시절 그 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한국인으로 클래식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을 꼽으라면 윤이상이라는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언급하기가 불편한 존재였던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접해본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윤이상의 작품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전공자나 소수의 클래식 팬을 제외하면 그가 교가를 써준 학교의 학생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 근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고국에서 추방된 윤이상이 결국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먼 이국땅에서 숨을 거둔 후, 통영에서 그의 이름을 딴 국제음악제가 생겼다. 이제 그의 명예는 사회적으로 복권이 되었고 작곡가로서 윤이상의 위치나 명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낮은 현대음악의 한계 때문에 그가 어떤 곡을 남겼는지 공연으로 직접 확인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윤이상평화재단이 국제윤이상작곡상 제정을 기리기 위해 2012 윤이상 콘서트를 개최한다.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중 가장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권혁주와 현대음악에 있어서 특히 뛰어난 소프라노 전유진이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윤이상이 시인 넬리 작스의 텍스트로 작곡한 ‘밤이여 나뉘어라’를 비롯해 그의 대표곡 두 곡과 한스 첸더, 생상의 곡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루이제 린저는 윤이상과의 대담을 책으로 발간하면서 그를 지칭하는 ‘상처받은 용’이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붙였다. 다친 용이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지 못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난 거장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   사진제공  윤이상평화재단   9월 14일 /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 <아름다운 조우>

국립발레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창단 몇 주년 정기 공연이야 늘 하는 것이고, 좀 특별한 뭔가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면, 축하한다. 이 공연이 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추천한 안무가 니콜라 폴, 국립발레단이 선택한 안무가 박일, 그리고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으로 주요 무형문화재 제29호 태평무 이수자인 정혜진. 알 듯 말 듯한 조합의 네 사람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조우>는 지난 6월 정기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포이즈>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공연이다. 안무가 안성수가 디자이너 정구호와 함께 쇼스타코비치와 바흐의 음악으로 만들었던 모던 발레가 <포이즈>였다면 <아름다운 조우>에서는 황병기 명인이 추구해온 현대의 숨결을 더한 전통음악이 서구의 춤 양식과 만났을 때 어떤 창조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황병기 명안의 음악으로 어떤 춤을 만들 것인지 결과가 특히 궁금해지는 사람은 아무래도 전혀 다른 문화권 출신인 니콜라 폴이다. 발레리노 출신으로 2001년부터 안무를 시작한 니콜라 폴은 파리오페라발레단을 위해 다수의 작품을 만들었고 바스티유오페라극장 무대에 자신의 안무작을 올린 바 있다. 지금까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조르주 리게티, 카를로 제수알도, 존 케이지의 곡으로 작업을 해왔던 그에게 한국의 전통음악이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9월 27일과 28일, LG아트센터를 찾으면 된다.

 

 

 

|   사진제공  국립발레단   9월 27일~28일 LG아트센터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8호 2012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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