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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햄릿6>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햄릿 [No.110]

글 |이민선 사진제공 |남산예술센터 2012-11-12 3,625

하나의 원작에서 시작했으나 제각각 다른 얼굴을 한 수많은 <햄릿>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반복해서 이야기해도 또 새로운 이야기가 엿보이는 작품이라는 의미일 테다. 11월, 또 한 편의 <햄릿>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지금부터 소개할 작품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기국서는 그간 <햄릿>을 거듭 변용하여 각기 다른 다섯 편을 내놓았다. 이어서 내놓는 이번 공연은 <햄릿6>이다. <햄릿6>은 원작으로부터 유령이 보이는 환각에 시달리며 그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햄릿의 캐릭터를 차용했을 뿐, 고전 <햄릿>과는 전혀 다른 창작극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햄릿에 대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햄릿이 바라보는 이 시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극단 76은 1981년 <기국서의 햄릿>을 시작으로 1990년 <햄릿5>까지 연달아 다섯 편의 햄릿 시리즈를 선보였다. 첫 번째 시리즈는 10·26 사태와 12·12사태,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소재로 하고 대중가요를 삽입하는 등 사회 참여적인 태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연극에 담아내며, 고전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연극의 사회적 역할에 중점을 두었다. <햄릿5>가 발표된 이후, 기국서는 22년 만에 <햄릿6>을 내놓았다. 그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연극 속에 정치권력과 자본의 폭력성을 담아내는 데 이질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햄릿6>의 햄릿은 노조 탄압 작전으로 물고문을 받다 20년 전에 죽은 공장 노동자의 원혼으로 등장한다. 햄릿은 여전히 악몽을 꾸고, 그를 괴롭히는 망령들을 만나게 된다. <햄릿6>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 여섯 장에 걸쳐, 햄릿이 각기 다른 현실을 마주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첫 장에서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이 불러들인 망령들, 한국 현대사에서 희생당한 이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어서 햄릿은 오필리어, 로젠크라츠와 길덴스턴, 연극 배우들, 어머니, 무덤 파는 인부를 만난다. 원작에도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햄릿6>에서 이들은 사랑과 죄의식이 부재하고 욕망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초상에 다름 아니다. 각 장은 꿈(유령)과의 만남, 사랑·폭력·연극·어머니·철학과의 만남이란 제목을 갖고 있다. 여섯 가지 소재에 따른 단상들을 나열하면서 <햄릿6>은 2012년 현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한다.

 

여섯 장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되기 때문에, 작품 전체에서 하나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극적인 드라마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 햄릿의 독백, 햄릿의 사고를 대신하는 듯한 호레이쇼의 사색, 오필리어와 어머니의 하소연 등 <햄릿6>을 이끄는 것은 대사의 힘이다. 다소 난해하더라도 각 인물들의 관념적인 말들을 부지런히 뒤쫓지 않으면, 이 공연의 충실한 관객이 되기 어려우리라.

 

최근 <도둑들>과 <아부의 왕> 등의 영화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연 배우로 활약했던 기국서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선보이는 작품이다. <뻘>과 <목란언니>, <1동 24번지 차숙이네>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자랑했던 윤상화가 햄릿을 연기한다. <됴화만발>에 출연했던 안창환이 더블캐스팅됐다.

 

 

 

|   11월 6일~25일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02) 758-215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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