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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배비장전> 위선에 대한 통렬한 풍자극 [No.110]

글|배경희 |사진제공|국립극장 2012-11-26 3,515

국립극장이 우리나라 대표 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자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 이름하야 ‘국립 레퍼토리 시즌’. 국립극장이 ‘국립’의 타이틀을 가진 예술단체들과 손을 잡고 이들의 공연을 레퍼토리로 묶어 소개하는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독일의 거장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로 시즌의 포문을 연 뒤, 국내 유명 연출가가 참여한 공연들이 줄줄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립 레퍼토리 시즌 중 하나로 오는 12월에 소개되는 <배비장전>은 국립창극단이 원작 미상의 판소리 <배비장타령>을 창극으로 재조명한 작품. 국립창극단은 <배비장전>을 시작으로 판소리 열두마당 중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전승에서 탈락된 일곱 바탕의 판소리(<변강쇠타령>, <옹고집타령>,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장끼타령>, <무숙이타령>, <가신선타령>)를 복원하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판소리 일곱 바탕 복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배비장전>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2008년 연극 <리어왕>으로 평단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이병훈이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대본을 집필해온 극작가 오은희가 창극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배비장타령>은 여색(女色)을 멀리하고 정남(貞男)을 자처하던 배비장이 기녀 애랑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그 호색적 본능이 폭로되는 내용이다. 조선 후기 타락한 양반의 위선과 허위의식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이 작품의 묘미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은 현대는 더 이상 신분이 존재하는 계급 사회는 아니지만,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속성을 꼬집어 풍자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배비장은 융통성이 없어서 웃음이 유발되는 캐릭터로, 기녀 애랑은 당찬 여성상의 캐릭터로 그려진다. 현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창극은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극을 즐길 수 있도록 2시간의 공연 시간을 1시간 40분으로 압축해 템포감 있게 극을 전개한다.

 

이처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여러 장치를 넣었지만, 형식만큼은 전통 방식으로 회귀하는 길을 택했다. 그동안 현대 창극이 서구화되면서 오히려 창을 듣는 맛을 잃게 됐는데, 이번 <배비장전>에서는 창극의 원형을 보여줄 계획이라는 것이 이 연출의 설명이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편성이 아닌 전통 악기만으로 구성했으며,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는다.
공연이 종료된 후 12월 20일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병훈 연출가가 <배비장전>의 무대화 과정을 직접 들려주는 ‘<배비장전>을 벌거벗기다’ 강좌가 준비돼 있다. 강의는 국립극장의 다목적 문화 공간 ‘산아래’에서 저녁 7시 30분부터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며, 선착순 50명에 한해 무료로 참석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12월 8일~12월 16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02) 2280-4115~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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