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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몸에 대한 오래된 인식 [No.116]

글 |송준호 2013-06-01 4,068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내한과 국립발레단의 신작 <라 바야데르> 등 화제작들이 많았던 지난달, 가장 큰 이슈는 의외로 국립무용단의 <단(壇)>이었다. 상체를 드러낸 여성 무용수 9명이 3분간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팔로 가슴 부위를 가렸지만 보수적인 한국춤에서 여성 무용수가 반라로 공연한 건 파격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인터넷에 관련 사진이 게재되자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외설 논쟁이 불거졌다. 상의 탈의의 당위도 없는 데다 국립 예술 단체로서 지켜야 할 품위마저 저버렸다는 주장이었다.

 

예술가의 벗은 몸에 대한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해 전 한 스타 발레리나는 한 패션지와 상반신 노출 컨셉의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소속 단체의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몸을 통해 예술을 표현하는 무용가 역시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해프닝은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난 세기의 예술과 외설 논란 이후로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태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작품성으로 몸의 노출을 납득시킬 수밖에 없다. 무대에 벗은 몸이 등장하면 관객은 긴장하지만, 맥락상 정당성 있는 노출에 대해서는 호평을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노출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춤 무대는 여전히 몸의 예술적 표현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다. 가령 파격적인 전라로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봄의 제전>은 몸의 인식을 외설에서 예술로 전환시켰다. 요즘엔 이 같은 몸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해외 화제작들의 내한과 댄스 페스티벌도 잇따르고 있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익스트림 댄스

 

가죽 바지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무용수들이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고전 발레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던 발레의 형식 파괴가 이제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게 18년 전 국내 창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1995년으로 시작된 서울발레시어터의 은 당시 고전 발레의 전형을 깬 구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록 발레’라는 용어도 이 작품을 통해 나왔다. 1996년과 1998년에는 2, 3편이 연이어 레퍼토리로 만들어지며 전막 발레로 완성도도 높였다. 11년 만에 다시 올려진 2011년 공연에서는 기존의 록 발레를 업그레이드한 익스트림 댄스라는 컨셉으로 연일 흥행을 이어갔다. 올해는 강동 스프링 댄스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 한국산 모던 발레의 역사를 보여준다.
5월 11일~12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2013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올해로 32회째를 맞는 국제현대무용제가 오는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펼쳐진다. ‘Dance, Life’라는 주제로 꾸며지는 올해 행사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세계 무용계의 최첨단 트렌드와 국내의 저력 있는 안무가들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개막작으로는 벨기에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와 데미안 잘렛의 <바벨>이 선정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바벨탑의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언어와 국가, 종교와 정체성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밖에 여성 안무가 안신희, 이윤경, 차진엽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자리도 마련돼 국내 현대무용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17일~26일 한국공연예술센터, 낙산공원 등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6호 2013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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