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 미술관이 이달 말부터 전시하는 조던 매터의 사진전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이 하나 같이 중력에서 벗어난 듯 공중에 떠 있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눈에 보이지 않는 와이어나 안전장치를 사용해 찍은 것 같지만 사실은 무용수들이 도약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컨셉 자체가 무용과 사진의 콜라보레이션인 셈이다.
문화 예술의 성격이 다원화되면서 이처럼 장르의 이종결합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질적인 장르가 만나 복합적인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는 시도들을 통칭한다. 이런 협업의 관전 포인트는 하나다. 각 장르의 특성과 함께 그것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무용계에서 이런 시도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관객들은 고전적인 틀 안에만 갇힌 무용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현대무용가, 사진작가, 타악 연주가 등과 함께 멀티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펼쳤던 김주원의 <레플리카>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협업 자체가 예술적 성취의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모아놨지만 결국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시도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도 자체를 넘어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형식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달 말 국립현대무용단의 제2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는 안무가 안애순은 관객이 현대무용을 아직도 낯설게 느끼는 이유로, 이름만 ‘현대’일 뿐 실제로는 과거 형식을 답습하는 창작 행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참신하고 창의적인 무용을 위해서는 영화, 미술, 음악, 패션 등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수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의 새로운 시도가 김연아와 손연재의 몸짓에 쏠려 있는 대중의 시선을 끌어올 수 있을까 기대된다.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전성기를 이끈 드라마 발레의 거장 존 크랑코의 <오네긴>이 돌아온다. 2004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내한 공연 당시 오열한 강수진이 커튼콜에서도 울음을 멈추지 못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내 발레단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연권을 따내 2009년과 2011년에 공연된 바 있다. 지난 공연에서도 주역 무용수들이 총출동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이번 공연은 보다 특별하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온 수석무용수 강예나의 현역 마지막 공연이 되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 한국인 최초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가 내한해 강예나와 같은 타티아나 역으로 무대에 선다.
7월 6일~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류장현 안무 <갓 잡아 올린 춤>
‘태어나서 평생 놀기만 한 사람’이라고 자칭하는 안무가 류장현이 넘치는 에너지를 또 한번 춤에 쏟아부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가져온 동작과 장면들을 무용수들의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춤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 시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은 바 있다. 류장현 특유의 유머 감각과 80년대 대중가요를 가미한 춤은 제목처럼 갓 잡아올린 듯한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독특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류장현은 LIG문화재단의 레지던스 안무가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이 공연은 2주간 장기공연으로 진행된다.
7월 10일~13일, 17일~20일 LIG아트홀ㆍ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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