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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국립레퍼토리시즌, 전통과 현대의 특별한 교감 [No.119]

글 |나윤정 사진제공 |국립극장 2013-09-09 3,990

국립극장이 ‘2013-2014 국립레퍼토리시즌’을 발표했다. 극장의 레퍼토리 창출과 시장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처음 도입된 국립레퍼토리시즌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공연 일정을 미리 구성해 이를 관객과 공유하는 제도다. 8월 14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시즌에서는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총 7개 국립예술단체의 작품 63편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시즌 실험적인 시도로 호평받았던 작품 14편이 레퍼토리로 이름을 올렸고, 신작 13편, 상설공연 36편이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다.


‘2013-2014 국립레퍼토리시즌’의 고무적인 현상은 지난 시즌의 흥행 신작들이 올 시즌 레퍼토리로 안착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외부 국립예술단체의 작품 편수를 늘린 것 또한 더욱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려는 국립극장의 노력이 거둔 성과다. 그 까닭에 국립극단(예술감독 손진책)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김지훈 작·김광보 연출)과 <혜경궁 홍씨>(이윤택 작·연출),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김의준)의 <카르멘>과 <돈 카를로> 등 각 단체들의 예술성이 집약된 작품들을 풍성히 만날 수 있게 됐다.

 

 

국립창극단의 하이브리드

 

지난 시즌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연극, 마당극, 뮤지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연출가들과의 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의 <장화홍련>, 오은희 작, 이병훈 연출의 <배비장전>, 김명화 작, 윤호진 연출 <서편제> 등 창극의 새로운 면모를 끄집어낸 다양한 작품들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각 분야에서 오랜 연륜을 쌓은 창작자들은 감각적인 실험을 통해 창극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일각의 편견을 깨뜨려주었다. 그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장화홍련>, <배비장전>, <서편제>는 이번 시즌 레퍼토리로 선정돼 다시 관객맞이에 나선다.

 

지난 시즌의 여세를 몰아 국립창극단은 이번 시즌 키워드를 ‘하이브리드’로 내세우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들을 계속 이어간다. 그 실험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바로 장유정과 고선웅이다. 먼저 장유정은 신작 <춘향>에 이름을 올렸다. 장유정과 창극의 만남이 꽤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그녀는 열렬한 판소리 애호가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판소리를 배운 그녀는 직접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하고 싶은 소망을 지닐 만큼 판소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때문에 전통에 대한 장유정의 각별한 애정이 춘향의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연극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등으로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인 고선웅 또한 개성 넘치는 신작을 준비 중이다. 과장된 몸짓과 독특한 말투로 특징되는 고선웅만의 스타일이 창극과 만나 어떤 색깔을 빚어낼지 주목되는 무대다.

 

국립창극단은 창극의 뿌리가 되는 판소리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도 한창이다. 그 일환으로 판소리 열두 바탕 중 유실되어 소설로만 전해지는 <숙영낭자전>을 무대 위에 되살린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화려한 휴가> 등의 콤비 김정숙 작가와 권호성 연출이 함께해 조선 시대의 특별한 사랑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국립무용단의 동시대성

 

이번 시즌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화두는 ‘전통의 동시대성’이다. 즉, 전통의 실험과 공감을 주제로 동시대적인 교감을 끌어낼 수 있는 컨템퍼러리 작업에 힘쓰겠다는 뜻이다. 그 선두에는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다룬 신작들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시즌 화제작 안성수, 정구호 콤비의 <단>이 가세해 한국 춤의 동시대성을 이끌어내는 작업에 힘을 보탠다.

굿의 형식을 차용한 신작 <신들의 만찬>은 윤성주 예술감독의 안무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신과 인간이 어우러져 망자를 보내는 굿 과정을 그림으로써 정신적인 풍요를 상실한 현대인의 내적 황폐를 꼬집는다. 무속신앙에 의지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신들의 해학적인 정서로 풀어내려는 것이다.

 

사군자를 무대 위에 형상화시킨 <묵향>은 한국 근대 무용사의 전설인 최현을 기리는 작품이다. 매·난·국·죽과 이들을 상징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모티프로 삼아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한국적인 몸짓 안에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안무를 맡은 윤성주는 최현의 춤을 단순히 회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춤을 절제된 멋으로 승화하는데 주력한다. 또 한 번 연출가로 변신하는 디자이너 정구호는 선비의 담백하고 고고한 품격을 순백의 무대 위에 펼칠 예정이다.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핀란드 출신의 안무가 테로 사리넨의 신작도 공개된다. 자연주의적인 안무 스타일로 널리 알려진 테로 사리넨. 그는 우리의 몸과 정신이 조상으로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에 전통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는 작품 철학을 지니고 있다. 동양 사상에 기반을 둔 그의 철학이 한국 무용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낸 동시대적인 작품을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혁신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원일)은 국악관현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창작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작업에 집중한다. 그 첫 걸음은 <파트 오브 네이처>를 레퍼토리로 선정한 것이다. 재독 작곡가 정일련에게 위촉해 2011년 초연한 <파트 오브 네이처>는 국악관현악의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국악기에 자연을 담아낸 이 경이로운 음악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진정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국내외 작곡가들의 창작곡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무대가 많다. 2012년 이건용, 2013년 박범훈에 이은 세 번째 작곡가 시리즈의 주인공은 이해식, 강준일, 김영동이다.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국악관현악의 발전을 일구어낸 세 작곡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지휘자가 해석해 표현에 깊이를 더해준다. 민속음악을 스타일리쉬하게 풀어내는 이해식의 음악은 원일이 지휘하고, 한국 음악과 서양 음악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강준일의 음악은 201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지휘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재독 지휘자 조장훈이 해석한다. 전통음악 특유의 표현 방법을 연구하는 작곡가 김영동은 직접 오케스트라 피트에 올라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다 완벽히 표현할 예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시각으로 우리 음악을 재해석하는 <리컴포즈>도 눈길을 끈다. 단순한 편곡 개념이 아닌 우리 전통음악을 해외 작곡가들의 독특한 해석으로 재작곡하는 작업이다. 국악과의 교집합이 큰 작곡가 3명이 선정되어 개인별 주제에 맞춘 재창작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인 작곡가 겸 교수 마이클 팀슨은 한국 장단을 재즈 리듬으로 승화시키며 리드미컬한 국악관현악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만 작곡가 치춘 리는 국악 현악기의 다양한 음역대를 탐구해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사운드를 선사하고, 일본의 전위 타악기 연주자 다카다 미도리는 소리의 강약과 장단을 이용한 역동적인 음악을 들려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9호 2013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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