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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난파된 음악상 [No.121]

글 |이민선 2013-11-07 3,303

지난 9월 클래식 음악상과 관련된 사건이 클래식계를 넘어 큰 이슈가 됐다. 난파음악상 주최 측이 올해의 수상자로 작곡가 류재준을 선정했으나, 그가 수상을 거부한 것. 류재준은 ‘진혼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발표한,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잘 알려진 작곡가다. 수상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 이유 역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음악인 이름으로 상을 받기도 싫을 뿐더러 이제껏 수상했던 분 중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회의를 느꼈다”고 밝혔다.


난파음악상은 작곡가 홍난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난파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음악상으로, 1968년 이후 매년 세계에서 활약한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 한 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1회 때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수상했고, 피아니스트 백건우, 지휘자 정명훈과 금난새, 성악가 조수미와 신영옥 등 유명 음악가들이 이 상을 거쳐 갔다. 이 상의 핵심인 홍난파는 ‘고향의 봄’과 ‘낮에 나온 반달’ 등의 동요를 작곡한 음악가이다. 그는 일본 강점기를 지내며 처음에는 항일운동을 펼쳤으나, 일본 경찰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후 대표적인 친일 단체에서 활동하며 친일 성향의 글과 음악을 발표했다. 그런 행적을 근거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한 것이다. 류재준은 홍난파가 한국 음악사에 남긴 업적은 인정하지만, 현재에 와서 그의 과오는 숨기고 업적만 포장해 기리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의 수상 거부 소식이 알려진 후, 클래식 팬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그의 용단을 지지하는 한편, 예술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난파음악상 주최 측은 류재준의 수상 거부 후 공석이 된 자리에 소프라노 임선혜를 재선정했으나, 그녀 역시 원래 자신의 상이 아니었던 만큼 정중히 사양했다. 이로써 올해의 난파음악상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남은 2013년 국내에서 열릴 클래식 공연 중, 전문가들이 베를린 필 내한공연보다도 우선적으로 꼭 봐야할 공연이라 꼽는 것이 국내에서 초연하는 <파르지팔>이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올라가는 <파르지팔>은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하는 것이지만,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과 연출가 필립 아홀로, 그리고 베이스 연광철과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참여해 유럽 공연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오하고 장엄한 데다가 장장 4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공연이라 오페라 초보자에게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겠지만, 쉬이 볼 수 없는 만큼 마니아라면 안 보면 후회할 작품이다.
10월 1일, 3일,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만연한 가을이 되면,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첼리스트 세르게이 안토노프가 선사하는 러시아 음악들을 나흘간 들을 수 있다. 지휘자 유리 시모노프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과 춤곡,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들을 들려줄 계획이다. 오케스트라와 첼로의 협연에는 지휘자 유리 보트나리가 참여해, 글린카의 ‘판타지 왈츠’와 차이코프스키의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선사한다.
11월 1일~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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