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고 양질의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2년의 일이다.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이후 국내 공연계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건너온 대형 뮤지컬에 열광하던 그때, 기존 공연계의 불균형을 깨고 음악과 드라마가 중심이 될 수 있는 모든 복합되고 소외된 장르의 작품들을 고루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세계 각지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실내극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리 공연 등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장르 간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는 현대적 공연 예술의 흐름을 선보이며 국내를 대표하는 공연 예술 축제로서 입지를 굳혀갔다.
▲ 공식초청작 <마라와 사드>
지난 10년간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되고 성숙한 프로그램과 작품을 선보여 온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통해 공식 초청된 작품만 100여 편에 이른다. 여기에 프린지 공연까지 더하면 수백 편에 이르는 국내외 실험적인 작품들이 관객을 맞았다. 무엇보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축제에서는 보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독보적으로 선보인 것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 러시아 거장 연출가 유리 류비모프의 <마라와 사드>(2002), 프랑스 콤파니 르 파사제의 <레시프>(2003),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리퀘스트 콘서트>(2005), 하이너 괴벨스의 <하시리가키>(2007), 영국 극단 1927의 <비트윈>(2008), 아이슬란드 베스투르포트 극단의 <보이첵>(2008), 캐나다 아트서커스 단체인 세븐핑커스의 <로프트>(2009), 노르웨이 요 스트롬그렌 컴퍼니의 <컨벤트>(2009), 영국 게코 극단의 <오버코트>(2010) 등이 수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의정부로 이끌었다.
10주년을 기념한 이번 음악극 축제는 그동안 성원해 준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다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슬로건 ‘are U ready?’를 제정하고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롭고 공들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초청된 80여 단체가 공식 초청 및 프린지로 참여하고, 통나무집 모닝콘서트, 찾아가는 축제 등의 다양한 프린지 프로그램과 국제심포지엄, 전시회 등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한 새로운 음악극 및 예술가를 발견, 공연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음악극 축제 프린지 경쟁 부분(New Music Theatre Award, NMTA)을 신설해 더욱 풍성한 축제를 기대하게 한다.
▲ 개막작 <빵만으론 안 돼요>
제10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화려한 막을 여는 작품은 세계 유일의 프로페셔널 장애인극단 날라갓(The Nalaga`at Deaf Blind Theatre Ensemble, 이스라엘)의 <빵만으론 안 돼요(Not By Bread Alone)>다. 지난해 런던국제연극제(LIFT)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1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 있고 감동적인 개막작을 찾던 축제 측이 만장일치로 초청을 결정하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이게 됐다. 연말에 있을 알바니아 공연을 비롯해 미국(2012년)과 런던(2014년) 공연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빵만으론 안 돼요>는 시각·청각 장애를 가진 열한 명의 배우들이 실제로 무대 위에서 빵을 구우면서 각자 순수한 꿈의 순간과 기억들, 숭고함과 웃음을 정직한 감성으로 그려낸다. 러닝 타임 75분에 정확히 맞춰 빵을 완성하는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지켜보는 동안 관객들 역시 잃어버린 꿈과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공연의 특징이라면 극이 진행되는 동안 북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북소리가 만들어내는 진동을 통해 무대 위에서 장면 전환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극단 명 ‘날라갓’은 히브리어로 ‘만져 달라’는 뜻. 공연 후 배우들은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막 구운 빵을 나눠주는데, 이때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았던 화제작 <욕망의 파편>도 눈에 띈다. 동성애자인 아들과 아버지, 집사, 그리고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장님을 연기하는 네 명의 배우가 타인과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판타지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으로, 음울하게 속삭이는 듯한 음악과 왜곡된 오케스트라, 50년대 프랑스풍의 로맨틱한 노랫소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2년 제1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폐막작으로 소개돼 주목받았던 러시아 타캉가 극단의 <마라와 사드>가 10년 만에 다시 축제 폐막작으로 초청돼 눈길을 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연출가 유리 류비모프의 <마라와 사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정신병원의 공간을 광기 가득하지만 신나는 서커스로 변모시키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채운다. 시종 그로테스크한 색채로 펼쳐지는 무대는 서커스에 버금가는 배우들의 현란한 몸짓과, 러시아 음악을 비롯한 소울, 랩, 재즈, 발라드, 블루스, 로큰롤 등 다양한 음악과 함께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외에도 <사천가>에 이어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21세기 한국 사회로 불러낸 소리꾼 이자람의 <억척가>를 서울 공연에 앞서 만날 수 있다.
개막작 <빵만으론 안 돼요> | 이스라엘 | 5월 10~11일 대극장
공식초청작 <욕망의 파편> | 프랑스 | 5월 13~14일 소극장
공식초청작 <라디오 스타>| 한국 | 5월 14~15일 대극장
공식초청작 <미술관에 간 윌리> | 한국 | 5월 17~18일 소극장
공식초청작 <사람과 인형>| 한국 | 5월 17~18일 시청 앞 광장
공동제작 <억척가>| 한국 | 5월 20~22일 대극장
공식초청작 <그레고 인형 음악대> | 미국 | 5월 20~21일 소극장
공식초청작
공식초청작 <마라와 사드>| 러시아 | 5월 27~28일 대극장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1호 2011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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