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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영화 <플레이> - 청춘들의 일상과 고민을 위로하는 메이트의 음악 [No.94]

글 |이민선 사진제공 |영화사 진진 2011-07-05 4,292

아일랜드산 음악영화 <원스>의 예상치 못한 인기는 영화의 주인공인 그룹 스웰시즌의 내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2009년 스웰시즌의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낯선 젊은 밴드의 버스킹(쉬운 말로 거리 공연)은 일부 관객의 눈길을 끌었고, 스웰시즌의 멤버인 글렌 한사드의 귀를 매혹시켰다. 그는 버스킹하는 밴드에게 직접 다가가 그날 공연의 게스트로 무대에 서달라는 제안을 했고, 얼떨결에 젊은 밴드는 그들의 첫 무대에서 3천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앨범도 내지 않은 이 젊은이들은 3인조 밴드 메이트였고, 얼마 후에 그들은 첫 번째 앨범을 냈다. 이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를 접한 영화 제작사는 메이트를 주인공으로 한 음악영화를 기획했고, 그 후 신예 남다정 감독은 1년여간 메이트의 일상을 지켜보고 그들과 대화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해나갔다. 2010년 10월부터 두 달간 30회의 촬영을 마치고 6월 23일 개봉했다.


<플레이>는 밴드 메이트가 그들의 실제 사연을 직접 연기하는 극영화 형식을 띠고 있다. 멤버 모두 연기는 처음이고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기꺼이 연기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영화는 다른 선배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하면서 자기 음악을 하는 데 목말라 있던 임헌일과 역시나 누군가의 기획에 이끌려 가고 싶지 않았던 정준일, 재즈 드러머였던 이현재가 만나는 과정과 서울 변두리의 허름하고 소박한 연습실에서의 일상을 드라마틱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뮤지션이 갖고 있을 법한 자유분방함이나 비범한 에피소드가 아닌 여느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속 메이트의 일상과 고민은 그들의 실제 음악이 더해져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메이트가 그동안 발표했던 곡 외에 영화를 위해 새로 만든 곡도 들을 수 있다. 감독과 메이트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동안, 메이트가 직접 이 장면에는 이 곡이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당시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이 그 장면에서 재생된다. 음악이 제2의 주인공인 만큼 영상으로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뮤직비디오처럼, 라이브 공연 실황처럼, 또는 배경음악으로 음악과 영상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로서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메이트의 음악이다.

첫 장편영화를 내놓은 남다정 감독과 메이트의 멤버 정준일과 이현재를 만나 <플레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임헌일은 지난 4월에 군입대하여 참석하지 못했다.

 

메이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남다정  메이트와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다가 스웰시즌이 공연을 제안한 에피소드를 엔딩에 놓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데뷔 이전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준일 씨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데뷔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 성공기처럼 보이는 것보다 데뷔까지의 이야기가 훨씬 더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다.
이현재  우리에게 이야깃거리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나이가 많아서 산전수전 다 겪은 팀도 아니고. 감독님께 다 맡겼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써오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이야기하고. 생각해보면 웃긴 것 같다.


<플레이>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남다정  큰 사건이나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였으면 했다. 처음에는 좀 더 사건들 위주로 극화해 시나리오를 썼는데, 메이트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엎었다.
정준일  <플레이>의 스토리가 밋밋하다는 게 대중 영화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불안한 요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약간 삐끗거리고 엇나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음악 하는 사람들이 관객들이 생각하는 만큼 멋지고 고상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나는 실제 내 모습에서 캐릭터를 좀 더 희화화하기도 했다. 그런 걸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
이현재  나 역시 영화처럼 풋풋하진 않다. (웃음) 내가 막내고 데뷔할 당시는 지금보다 더 어렸으니까 감독님이 풋풋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 연기할 때 평소 목소리를 내면 음향감독님이 좀 더 하이톤으로 내라고 하시곤 했다. 영화 속 상황과 사건들이 사실이고 우리의 캐릭터가 녹아 있기 때문에 반 이상은 실제와 같지만, 아무래도 영화이기 때문에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


군대에 간 임헌일은 완성된 영화를 보았나? 소감을 어떻게 말하던가?
남다정  후반 작업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완성본을 보긴 했다.
정준일  헌일이가 가장 연기를 재밌어했고 열심히 했다. 그래서 헌일이에겐 영화 섭외가 좀 들어오지 않을까 나 혼자 기대한다. (웃음) 하지만 우리끼리 만났을 때 음악 이야기를 하지, 다음 영화 뭐할까 하는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감독이 보기에 배우로서 가장 훌륭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정준일  그런 질문은 굉장히 실례다.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누구라고 꼽기가….
남다정  셋 다 정말 달랐다. 내가 셋을 대하는 방식도 다른데, 준일 씨는 그날의 기분과 맞춰서 장면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고, 현재 씨나 헌일 씨는 미리 얘기해주면 준비해오는 타입이었다. 특히 현재 씨는 상대 배우의 리액션에 신경 쓸 줄 알았다.


<플레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남다정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버스킹 장면을 찍을 때는 모니터를 보는 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메이트가 열심히 했다. 다른 장면에서는 연주하면서도 연기를 하도록 요구했는데, 그 장면만큼은 연출된 게 아니라 정말 리얼하게, 서로가 주고받는 시선까지 메이트 모습 그대로였다.


젊은 감독과 젊은 뮤지션이 만났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었을 것 같다.
이현재  감독님은 정말 누나처럼 편하고 좋은 사람이다. 우리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했으니 벽이 없다. 하지만 촬영 들어가면 카리스마가 흐른다.
남다정  메이트는 정말 초심을 잃지 않더라. 영화 작업은 아무래도 음악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들에게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런데 메이트는 분명 그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그게 부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정준일  음악이든 뭐든 다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신념을 잃어버리는 순간 내 음악은 없어지고,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스스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순간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는데, 그런 것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굳은 심지가 뿌리내려 있어야 그가 만드는 작품이 일관성을 가질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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