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열리는 문화예술행사 중 하나씩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7월의 추천작은 연극<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콘서트 <황병기 가야금 콘서트 - 달 항아리>,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2인극의 묘미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이란 제목만 보면 굉장히 소박한 연극일 것 같지만 작품의 내용은 전혀 소박하지 않다. 장르로 규정하자면 스릴러에 가깝다. 작품의 초반은 어리숙한 만화가와 백과사전을 팔려는 외판원의 대립으로 전개된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상대가 될 때 생기는 이상한 긴장감이 극을 지배한다.
화장실을 사용하겠다며 무작정 들어온 외판원은 나갈 생각을 않고 집을 둘러보며 만화가에게 말을 건넨다. 외판원 특유의 유들유들함과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남의 집에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는 외판원은 백과사전을 사지 않으면 굉장히 손해를 보는 것이라 우기며 심지어 파렴치한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붙인다. 자기 집에서 마치 손님처럼 주눅이 들어 우물쭈물하는 만화가가 외판원의 유혹에 넘어갈 것 같지만 어눌하게 던지는 만화가의 한 마디는 외판원의 번질거리는 말의 빈틈을 파고든다. 공격을 당한 외판원은 또 다른 감언이설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만화가는 속아 넘어가는 듯하면서도 또다시 빈틈을 찾아낸다. 전반부는 이처럼 가격에 비해 효용성도 떨어지고 쓸모도 없을 것 같은 백과사전을 팔려는 자와, 전혀 안 듣는 듯 듣고 있다가 무심히 던지지만 기막힌 논리로 상대방의 말의 허점을 파고드는 자의 게임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만화가가 감언이설에 넘어가 백과사전을 구입하게 되면서 외판원이 게임에서 승리한 것 같지만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같이 식사를 권하는 만화가는 가정식 백반을 준비하며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외판원의 이야기와 만화가의 이야기가 미묘하게 겹치는 지점들이 드러난다. 불편한 인연을 감지한 외판원이 돌아가려고 하면, 만화가는 앞서 말한 외판원의 말의 논리를 끌어와 꼼짝 못하게 할 만한 이유로 발을 묶어놓는다. 거짓에 갇힌 외판원의 말로는 어떻게 될까? 도대체 만화가와 외판원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눌한 만화가에서 예측불허의 정신병자로 돌변하는 김문식과 유들거리는 외판원 임형택의 연기가 압권이었는데 이번에도 이들이 같은 역으로 무대에 선다. 이 작품은 극단 작은신화의 25주년 기념작 중 하나로 공연하는 것이다. | 박병성
6월 23일~7월 17일 / 정보소극장 / 문의 02) 889-3561
들어보세요, <황병기 가야금 콘서트 - ‘달 항아리’>
이걸 못 보면 네 손해라거나, 이걸 모르고 살면 헛산 거라는 식의 이야기는 좀 싫다. 어차피 인생, 알고 갈 수 있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봐서 좋은 것과 싫은 것도 제 나름인데 뭘 굳이 그렇게까지 권하나 싶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나 예외는 있는 법, 황병기와 그의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미궁’에 얽힌 괴담 같은 루머만 아는 이들을 만나면 자꾸 전도사처럼 굴게 된다. 모르고 살면 손해니까 꼭 들어보라고, 이런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다는 걸 모르고 살면 너무 아깝다고.
그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했던 게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들은 이야기는 모두 기억한다. 그는 굳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깊은 산 속에 샘을 하나 파놓았는데, 거기 꼭 사람들이 북적여야 좋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뜻을 들어서 알면서도,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마음에 가득한지 모르겠다. 7월 13일 수요일 저녁 8시, LG아트센터에서 딱 1회 공연만 한다. | 김영주
휴가 갑시다, 음악 나라로 - 지산밸리록페스티벌 2011
작년에 일본으로 휴가를 다녀온 후 무감각해진 돈에 대한 개념에 상반기가 힘들었다. 올해는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지산으로 휴가를 떠날 것이다. 지난해 조그만 개울가에 차양 의자를 놓고 발 담그고 맥주 마시며 노닥이는 일행들을 보며 불끈해 올해를 그렇게 보내기로 맘먹었다. 지난해보다 라인업이 약하네, 말들은 많은데, 완급 조절이 필요한 휴가의 일정으로는 딱 좋다. 화학형제와 스웨이드, 델리스파이스, 인큐버스, PC통신 동호회 때 사람들은 흩어졌지만, 그곳 어디선가 함께 듣고 있을 거라 믿으며. 악틱 몽키즈, 지미 잇 월드, DJ DOC, 김완선, 프리실라 안, 아마두와 마리암, 그리고 진운 군의 무대를 기대하며. 그리고 발견의 기쁨을 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UV와 자우림, 정원영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은 언제나 믿습니다. 아멘. | 김유리
Bruce Springsteen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못했던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이 성사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 땅에서 절대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일단, 국내 젊은 세대들에게 인지도가 낮으므로 추진 가능성조차 없을 거라는 데 한 표.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어떻게 설명해야 그에 대한 흥미가 생길까. ‘보스’와 ‘미스터 USA’라는 별명을 가진 사회적 이슈를 노래하는 저항 가수, 우리나라로 치자면 조용필 같은 미국의 국민 록 밴드… 그건 너무 진부한 말이고…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으로 그를 이야기했다면 반응이 올까? 어쨌든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건 누군가의 영향으로 ‘The Promised Land’라는 곡을 알고 나서부터다. 그의 대표곡으로 추천하는 ‘Streets of Philadelphia’나 ‘Born in the USA’, ‘Born to Run’은 별로. 대신 ‘Hungry Heart’와 ‘Out in the Street’, ‘Waitin` on a Sunny Day’ 같은 곡들이 좋다. ‘괜찮아, 내가 여기 있고, 우린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박차고 일어나자.’ 등을 툭 치고 지나가며 위로해 주는것 같은 느낌과 그의 펄떡이는 에너지가 좋고, 무엇보다 그를 보면서 록커가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런데 웬 느닷없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이야기냐고? 지난달 19일, 브루스의 백 밴드인 이 스트리트 밴드에서 색소폰을 불던 클라렌스 클레몬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어쩐지 이 뮤지션을 소개할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아서, 이들의 음악을 모른 채로 지나가면 아까울 것 같아서다. | 배경희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서,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의 도리스는 카페 개업의 꿈을 이루고 기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손님은 없고 카페엔 개업일에 지인들이 가져온 쓸모없는 선물들만 가득하다. 물건들을 버리려다 우연찮게 그 쓸모없는 물건을 원하는 이웃을 만나게 되고, 동생 조시의 즉흥적인 아이디어 덕에 카페의 소품과 손님의 물건을 교환하는 컨셉으로 카페는 인기를 얻게 된다. 손님들이 가져온 낡은 물건에는 각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도리스는 물건을 얻는 게 아니라 그녀가 몰랐던 세상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여행한 각각의 나라에서 가져온 비누에 담긴 그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나라를 여행한 적이 없는 도리스는 늘 머물러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직접 떠나려 맘먹는다. “언젠가 내 이야기도 들려줄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세상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나를 키우고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경험,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간접 경험할 수 있기를.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허우 샤오시엔이 제작했고 그의 제자 샤오 야 추엔이 감독을 맡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비밀스런 여주인공 계륜미가 도리스를 연기한다. | 이민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