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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At the End] 소유하지 않은 내 것 [No.94]

글 |김영주 2011-08-01 4,105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 관한 책을 읽는다,라고 말했던 이가 실종된 기타리스트 리치 제임스가 맞나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말처럼 불현듯 덮쳐 오는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대한 갈증을 달래는 데 책이나 영화, 음악이 제법 효과가 있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라고 해도 여행 서적을 읽지는 않는다. 피렌체가 그리우면 E.M.포스터의 소설이나 미술사에 대한 책을 읽는 편이 낫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고 싶거들랑 <러시안 방주>를 보는 편이 도움이 된다. 나와 마찬가지로 일개 여행객인 사람이 여행을 하면서 쓴 글은 그 갈증의 대상, 실제로부터 너무 멀다. 그러니까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을 읽은 것은 이탈리아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그곳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망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기는데 일순 마음을 건드린 구절이 있었다.

 

당신은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다. (중략)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기의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 것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소유하지 않아도 자기 것이라고 여기며 또한 끊임없이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중략) 너무 비싸서 쉽게 들어갈 수도 없는 유명한 식당 앞에 서서 ‘아 저곳은 이 도시에서 가장 멋진 곳이야. 여기가 나의 식당이야’라고 말하고는 다만 미소 지으며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남루한 차림의 할아버지도 본 적이 있었다.

 

참 매력적인 삶의 태도다. 물론 이탈리아는 마피아와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이기도 하니 이 또한 그들의 일면에 불과하겠지만, 단지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해도 어떤 악습에도 지지 않는 그들 문화의 소중한 빛이라고 생각한다(하긴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옆자리 배 아무개 기자가 책상 앞에 원빈과 박해일의 엽서를 놓고 ‘제 남자들이죠’라고 주장하는 것도 결국 비슷한 맥락일지도?). 진짜 내 것이라고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보다,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나의’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행복의 비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11년 동안 아흔네 권의 <더뮤지컬>이 나왔다.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작품과 배우와 스태프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렸다. <더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소유격으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뮤지컬계에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레 미제라블>, 나의 ‘앵그리 인치’, 나의 ‘큰 종과 작은 종’, 나의 로저와 마크, 그리고 또 나의 송화와 ‘나비’와 ‘싸우는 자의 이름’과 기타 등등, 우리가 이미 사랑하고 있는 것들처럼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엇들에 대해 <더뮤지컬>은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4호 2011년 7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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