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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NTERVIEW] 누가 뭐래도 난, 버벌진트 [No.97]

글 |배경희 사진 |강현고 2011-10-10 3,992

그동안 강한 랩으로 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버벌진트가 이번엔 180도 달라진, 그의 섬세한 감성이 잘 드러난 새 앨범 「Go Easy」를 들고 나타났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음원 차트 순위를 석권하고 연일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를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변화를 반기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

 

 

새 앨범이 나오고 나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죠? 요즘 라디오 방송에 자주 출현하던데요. 네, 뭐, 그렇죠. 그전에는 사람들이 “앨범 냈으면 이제 활동하겠네?”라고 물어도 그런 게 딱히 없었거든요. 오히려 앨범 내기 전까지가 바빴고 그 후에는 한산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홍보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나요.


앨범에 대한 반응도 전과 다르지 않아요? 일단 여성 팬이 많이 늘었을 테고요. 아무래도 저의 타이트한 랩에 꽂혔던 남자 분들은 좀 시큰둥해 하지만 훨씬 폭 넓은 반응이 있어요. 특히 여고생들이…(웃음) 가끔 산책 시간하고 하교 시간이 겹칠 때가 있는데, 저를 보면 이런 반응 보이는 거 있잖아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수군거리는 흉내를 낸다) 이런 반응. 예전에는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요즘엔 그렇더라고요. 하하. 


주로 어느 시간대에 산책을 해요? 그때그때 다른데 스케줄이 없을 때는 그냥 어딘가에서 걸어 다니고 있어요. 낮에도 많이 돌아다니고, 저녁이나 새벽에 그러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은 출근해 있는 대낮에 산책하는 게 제일 즐겁긴 즐거워요.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건데 독특한 차림을 하고 동네를 돌아다녀서 신고를 당할 뻔한 적도 있다면서요. 실제로 신고를 받은 적은 없어요. 독특한 차림으로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전 웬만하면 별로… 이런 자리가 아니면 면도도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피부에 안 좋을 것 같아서요.


네? 피부에 안 좋을 것 같아서? 피부에 굉장히 민감한가봐요? 면도하는 게 좀… 따가운 거 있죠. 공기에 닿으면 뭔가 시리거든요. 으하. 무슨 이야기하고 있었죠?


평소에 독특한 차림으로 다닌다는 이야기요. 독특한 차림이 아니라, 그러니까 잘 안 씻어요. 으하하. 샤워를 많이 하면 피부에 안 좋다는 건 통설 아닌가. 예를 들어 오전에 운동할 거면 어제 아무리 담배 냄새에 절었다고 해도 운동하고 나서 씻자는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밖에 나가면, 젊은 사람들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아주머니들은 경계해요. 허! 이 시간대에 저러고 돌아다니는 거 보면 백수겠지, 하는 시선. 그냥 백수도 아니고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많이 느꼈어요.  

 


편견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마취중진담’이라는 곡에서 연봉 이야기를 했잖아요. 언더그라운드 래퍼 연봉이 1억 5천이라고 말해서 이슈가 됐죠. 그 곡에 나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겠네요? 약간 연관이 있긴 하죠. 그 곡을 쓰게 된 계기가 뭐냐면 홍대에 기반을 두고 음악 하는, 그중에서도 특히 힙합 신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쟤들 힙합, 힙합 하면서 폼 잡는데 사실은 돈 하나도 못 벌고 아르바이트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해. 이렇게 찌질하게 보는 시선이 있거든요. 그건 편견이라고 쐐기를 박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나 돈 이만큼 버니까 니 생각 틀린 것, 이렇게. 그런 걸 굳이 음악에서 말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그게 힙합 음악의 덕목이에요. 힙합에서는 “넌 나를 존중해야 돼”라고 말해줘야 하죠.  


그래서 그런지 팬들의 이야기에도 아닌 건 아니라고 잘라 말하더라고요. 너는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니까 어떤 의견은 대범하게 넘겨라, 그들하고 동일 선상에서 대꾸하려고 하지 마라, 주위에서 그러거든요. 근데 저는 그런 걸 좀 못 참아요. 일부러 대범한 척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제 자신이 음악의 팬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거침없이 말하고 나서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허공에 발차기 한 적은 없어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데다 전형적인 A형이라면서요.(웃음) 살 떨리고 그런 거요? 안 그런 편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엿 먹이는 발언을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을 진짜 엿 먹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뭐예요? “전곡이 다 좋아서 친구들한테 오빠 앨범 추천했어요. 지금 우리 반 애들 오빠 찬양 중이에요.” 이런 거? 하하.


하하. 음악적인 이야기 중에서는요? 최근에 인디 록 뮤지션들이 성공을 거둔 케이스들이 있잖아요. 제가 그런 흐름을 잘 간파해서 솜씨 있게 힙합으로 녹여냈다는 리뷰가 있었어요. 그러므로 아주 신선한 앨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 고등학교 때 밴드를 했고, 버벌진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도 밴드를 같이 했어요. 여러 가지로 안 맞아서 밴드가 흩어지긴 했지만. 그런 정서들이 이번 앨범에 많이 묻어난 건데 제가 눈치 빠르게 흐름을 흡수했다는 글을 보니까 ‘아, 이렇게 오해를 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정치마 피처링 녹음 파일을 받아 놓은 것도 1년도 더 된 일이에요.


일 년 전에요? 앨범 작업 기간이 길어졌나 보네요? 회사에서는 여유가 많지 않다고 재촉했는데, 제가 여유를 좀 부렸죠. 전 한번에 몰아서 하지 않고 빈칸을 남겨두고 작업하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어 목소리 녹음이나 기본적인 건 끝내 놓고 거기에 들어갈 코러스나 편곡은 미뤄두고 그냥 놀아요. 놀면서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다 컨디션이 최상이다 싶을 때, 그때 마무리를 해요. 시간의 흐름을 타면서 띄엄띄엄 작업하는 편이죠.


학창 시절 밴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밴드 내 포지션이 뭐였어요? 기타도 치고, 건반도 치고, 곡에 따라서는 노래도 하고. 나름 리더였어요.(웃음) 제가 외고를 다녔거든요. 그래서 영어과, 일어과, 독어과 이런 식으로 반이 나뉘었는데 전 영어과 밴드였어요. 그땐 다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충만했는지 과마다 밴드가 있었어요.


여러 팀 중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밴드가 김진태네 밴드? 제 생각에는, 그랬어요. 하하. 아! 재미있는 건 넬의 김종완이 독어과 밴드였어요. 그때도 기타를 진짜 잘 쳤어요. 기타로는 김종완이 짱! 다들 인정했죠. 유치한 학원 폭력물을 보면 서로 지나가다 마주치면 불꽃 튀잖아요. 좀 그런 분위기였어요.


김진태는 뭐로 ‘짱’이었나요? 저는 곡을 쓰는 거요. 전 어떤 스킬 하나가 뛰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고요. 뭔가를 창조하고 엮어내는 데서 애들이 저를 믿어줬던 것 같아요.

 


김진태는 음악을 들을 때 뭐에 가장 민감한가요? 제조품처럼 만들어진 건 귀에 안 들어와요. 예를 들어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보컬은 못 들어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전 어떤 노래를 들을 때 그 사람의 퍼스낼리티를 상상하면서 듣기를 즐겨요. 그리고 이건 업계스러운 이야기이긴 한데 어떤 곡을 들었을 때 이 뮤지션은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옆에서 이렇게 하라고 해서 이런 걸 집어넣었구나, 뭐 그런 상상을 하는 거 있죠. 이런 파트는 생뚱맞은데 제작자 때문에 들어갔구나, 음악 뒤의 역학 관계 같은 걸 상상해 보면 되게 재미있어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왠지 맞을 거 같아.


하긴 선수끼리는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겠네요. 창의적인 결과물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시장에 내놓는 제작된 상품이라는 점, 두 가지 측면에서 보면 재미있는 게 많이 보여요. 그래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내놓은 결과물이 청자들한테 감성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질 때예요. 사실 중간 단계에서 엄청난 계산이 들어간 거거든요. 이 부분은 이렇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사겠지, 이런 상업적인 계산을 하면서 만들죠. 그런데 사람들이 순수한 대상인 것처럼 좋아해 줄 때, 좀 재미있죠.


‘버벌진트’ 하면 서울대 출신에, 로스쿨 재학 중이라는 엘리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엄친아 이미지를 누릴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시선이 싫을 수도 있고, 신경을 전혀 안 쓸 수도 있고. 저는 하나도 신경을 안 써요. 음, 네. 별로 신경 안 써요.(웃음)


주위에서 김진태를 두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넌 사실은 되게 평범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반응에 별로 신경 안 써요.

 

나에게 진짜 독특한 구석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가사들을 쓰긴 썼지만…. 저는 사람마다 캐릭터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 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거고, 운 좋게 그걸 드러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거지, 제가 독특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이 독특하다고 말하는 건 괜찮지만 면접을 보러 가거나 선보러 나가서 “자넨 너무 독특하네”, “쟨 너무 독특해서 부담스러워”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좀 짜증나겠죠. 흐.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이야기한 대로 나를 드러낼 수 있어 좋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드러난 것 같아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부끄러웠던 적은 없어요? 버벌진트의 가사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실제처럼 느껴지거든요. 김진태하고 연애하기 무섭겠다는 생각도 들고.(웃음) 상대가 진짜 상처받을 만한 건 안 써요. 잘못하면 진짜 소송 당할 수도 있으니까.  한 가지 얘기 해야만 하는 게 뭐냐면 가사 한 줄 한 줄이 다 날것 그대로 제 현실은 아니에요. 제가 그리는 이야기, 꾸며낸 것들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방송에서 버벌진트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데 방송에 나가는 거 싫어한다고요. 시간이 아까워요. 방송국 대기실에서 몇 시간씩 죽치고 있으면서 동료들이나 관계자들한테 인사하고, 그 시간이 고통스러워요. 그리고 방송에 나가는 게 결국 홍보해서 앨범을 팔려고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서 더 팔게 되는 양하고, 그 시간에 제가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곡을 써서 팔게 되는 양하고 이쪽이 훨씬 더 부자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이번엔 몇 개 하긴 할 거 같아요.


자세가 바뀐 거예요? 「Go Easy」 이전의 앨범들은 하나 빼고 제 돈을 들여서 저 혼자 독립 제작한 거예요. 그래서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크게 아쉽지 않았고 그냥 살 사람이 알아서 사라, 이런 자세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만들고 나서 보니 그냥 가만히 있기에는 아깝고 많이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결과물 자체가 조금만 홍보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끼를 물 법한 음악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적으로 변했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거기에 대해선 별로 신경 안 써요. 일단 만들 때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 건데, 제 마음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전 좋아요.「누명」이나 「무명」을 좋아했던 사람들 중에서 이번 앨범을 못 듣겠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버벌진트를 욕한다면, 그걸 발견하게 되면 욱해서 반응할 거 같아요.


하하. 뭐라고 할 건데요? 허, 뭐, 닥치면 떠오르겠죠. 랩에 펀치 라인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쉽게 말해서 한 줄로 한 방 때린다는 말이에요. 전 열 받으면 펀치 라인이 생각나요. 그 사람을 깔아뭉개고 싶을 때 막 떠오르는데 지금은 안 떠올라요.


그럴 때 창작의 욕구가 솟구치는군요! 「모던 라임즈」 발매 10주년 기념 앨범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요? 올해 안에 나와야 하는 거잖아요? 네, 나와야겠죠. 생각 외로 하루하루가 스케줄로 꽉 차있어서 한동안 전혀 손을 못 댔어요. 성우 일로 저를 찾는 연락도 갑자기 많이 와요. 그래도 그동안 해놓은 게 있고, 제가 저를 위해 여는 파티 같은 느낌으로 만들 거라서 큰 부담은 없어요. 근데, 왠지 또 잘 팔릴 것 같아요. 전 항상 너무 잘될까봐 걱정하는 편이거든요.


하하하. 멋진 자신감이네요.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7호 2011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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