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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괜찮아요, 올림피언들 [No.78]

글 |김영주 2010-03-09 4,830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개막식 직전 연습 중이던 그루지아 출신의 루지 선수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성화 점화에 문제가 생기고, 스피드 스케이팅 장의 정빙기가 고장이 나서 500미터 결승 경기가 2시간 지연되는 난감한 사태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온난한 날씨가 계속되고 눈이 내리지 않거나 폭설이 내리거나 하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이럴 거면 평창이 하게 둘 것이지 뭐 하러 그렇게 기를 쓰고 가져갔냐’라는 힐난이 머릿속을 맴돌기는 하지만, 어쨌든 올림픽 4일째다.

‘팀 코리아’는 지금까지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은메달을 따냈고, 그 중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얻은 메달들은 기대하지 못했던 예상 외의 수확이다. 초반 성적이 상당히 훌륭한 데 비해 올림픽 분위기라고 할 만큼 끓어오르는 게 없는 듯하다. SBS의 독점 방송 탓에 중계 채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일까, 어려운 경제상황 탓일까. 아니면 역시 개막식 성화 사고가 불길한 징조였던 걸까? 그 모든 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전과는 달리 ‘값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국민적인 영웅이 되고, 승리의 순간이 며칠 동안 전 국민들 사이에서 복기되는 상황은 확실히 아닌 듯하다. 어쩐지 이것보다는 더 대우를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좀 께적지근한 기분까지 든다.
어쩌면, 그 우승자들이 ‘잘 모르는 선수’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만약 다섯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 이규혁이, 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안현수가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좀 더 기뻐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스포츠선수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역경을 이기고 어떤 위기를 헤쳐 나와서 지금에 섰는지 몰라도, 그냥 한국 사람이 금메달을 땄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의 눈물이 줄줄 흐르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한국인들이 ‘태극전사’들의 승리에 대리만족을 하면서 힘겨운 자기 삶을 잠시 잊고, 그들을 명예로운 신전에 영웅으로 모시지 않는다면,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들은 무엇으로 그 ‘피와 땀’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잠시 주제넘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해설자와 캐스터가 수십 수백번 반복해서 외치는 것과 달리, 선수들이 지난 4년간 오직 단 한 순간의 승부를 위해 그토록 많은 땀을 흘린 것은 아닌 듯하다. 말장난일지 모르지만, 올림픽은 오히려 선수들이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동기로써 필요했던 게 아닐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향해 고통스럽게 발버둥칠 때 더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네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뭐하나 제대로 도와준 적 없는 조국의 국기를 걸고 자신들만의 ‘세리모니’를 할 때가 아니라, 사람의 몸이 날렵한 창처럼 중력과 바람을 거슬러 허공을 날아갈 때였다.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본질에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피겨나 체조, 다이빙처럼 애초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스포츠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의 몸이 타고난 한계를 어르고 달래고 극복하고 충돌하는 데서 아름다움을 낳을 수 있는 것이 스포츠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봐서 안다. 그러니까 태릉선수촌의 그들은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78호 2010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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