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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2014년 공연 라인업 - 댄스 [No.124]

글 |송준호 2014-01-28 4,393

따로 또 같이, 한국춤의 진화 모색
국립무용단은 윤성주 예술감독 부임 이후 기존 한국춤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들로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교차 편성해 화제가 됐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관객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무용단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매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도 국립무용단은 한국춤의 정신을 잇는 작품들과 새로운 시도들을 병행하며 꾸준히 대중 관객과 호흡할 예정이다.


연초부터 춤 잘 추는 무용수들의 공연이 그런 흐름의 물꼬를 튼다. 장현수와 조재혁, 조용진 등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무대에 오른다. 장현수는 <팜므파탈>(1월 10일~11일), 조재혁은 <이상증후군>(1월 17일~18일), 조용진은 <기본활용법>(1월 24일~25일)으로 한국춤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신들의 만찬>(2월 13일~15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과 <단>(6월 5일~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도 올해 다시 라인업에 올라 정식 레퍼토리의 가능성을 검증받는다. 지난해 초연이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면, 이번 공연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올해도 국립무용단의 실험은 계속된다.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에게 안무를 맡긴 <퀘스트(Quest, 가제)>(4월 16일~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가 그것이다. 사리넨은 발레리노 출신이지만 일본 전통춤과 부토를 비롯해 광범위한 컨템퍼러리 댄스를 두루 섭렵하며 세계 현대춤을 선도하는 안무가로 활약하고 있다. 안무가 초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한국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국립무용단의 취지와 사리넨의 춤 세계가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 발레의 두 축, 전환점 맞다
창단 이후 나란히 한국 발레를 이끌어온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를 새로운 출발의 원년으로 삼는다. 먼저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라인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갈라 공연을 비롯해 클래식, 모던, 창작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총동원한다. 시즌 오프닝은 <30주년 스페셜 갈라>(2월 21일~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다. 이 공연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이 30년 동안 선보인 레퍼토리의 정수가 한 무대에 오른다. 이 발레단 출신으로 현재 해외 무대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서희(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강효정(슈투트가르트발레단) 등 해외 스타들도 만날 수 있다.

 

‘음악을 몸으로 연주한다’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는 직접 내한해 유니버설발레단과 전막 발레 <멀티플리시티>(4월 25일~27일, LG아트센터)를 협업한다. 바흐의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독일 바이마르시와 스페인 국립무용단이 1999년에 공동으로 만든 작품으로, 국내 단체가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한국의 정신과 발레를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심청>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춘향>(9월 27일~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도 2009년 이후 5년 만에 공연된다. 올해는 연출, 음악, 안무, 의상 등을 개선해 새로운 제목으로 돌아온다.

 

반면 최태지 전 단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국립발레단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을 새로운 수장을 맞아 제2의 도약에 나선다. 아직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라인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 바야데르>(3월 13일~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백조의 호수>(4월 10일~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 기존 대표 레퍼토리를 비롯해 한두 편의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국립발레단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코레아의 신부>(6월 시연회, 10월 본 공연 예정,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다. 일본에 맞선 조선 왕자와 그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189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돼 5년간 장기 공연되며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일본 배경의 오페라 <나비부인>(1904년)과 중국 소재의 오페라 <투란도트>(1926년)보다 앞서 서구에 소개된 것으로 눈길을 끈다.

 

신작으로 채워진 내한 공연
익숙한 이름들이 낯선 작품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름은 또 다시 피나 바우쉬다. 그가 이끌었던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3월 28일~31일, LG아트센터)으로 돌아온다. <카네이션>(2000년)으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컷>(2005년)을 포함해 2010년까지 총 6편의 작품으로 한국을 찾았다. 은 그간 선보인 도시 시리즈가 아니라 피나 바우쉬가 온전히 자신의 무용단인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필립 드쿠플레 무용단은 <파노라마>(5월 31일~6월 1일, LG아트센터)로 한국을 방문한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개막식 연출로 명성을 얻은 필립 드쿠플레는 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패션 등을 뒤섞어 화려한 비주얼과 멀티미디어 효과를 보여주는 안무가 겸 연출가다. 자신의 장기를 살려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와 파리의 3대 카바레 중 하나인 크레이지 호스 쇼 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서커스를 닮은 춤과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 등 시각적인 효과와 코믹한 장면들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2007년 실비 길렘과의 <신성한 괴물들>, 2009년 줄리엣 비노쉬와의 , 2011년 아크람 칸 컴퍼니의 <버티컬 로드>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 아크람 칸은 이번에 <데쉬(Desh)>(6월 14일~15일, LG아트센터)를 선보인다. 벵갈어로 ‘고국(homeland)’이라는 뜻을 지닌 <데쉬>는 2011년에 발표한 솔로 작품으로 방글라데시계 영국인인 칸이 그동안 꾸준히 지속해온 뿌리와 자아에 대한 탐구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승화시킨 작품이다.

 

한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 <블랙 스완>의 안무가로 유명한 벵자멩 밀피예는 자신이 2012년 설립한 무용단 ‘L.A. 댄스 프로젝트’와 함께 <퀸텟>과 <리플렉션>(11월 13일~14일, LG아트센터)을 선보인다. 그는 나탈리 포트만의 남편으로 먼저 알려졌지만, 올해 37세의 나이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될 정도로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는 안무가다. 이번 공연에서는 윌리엄 포사이드 안무의 <퀸텟>과 자신이 안무한 <리플렉션>을 보여주며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춤 세계를 처음 소개하게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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