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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LUMN] 어떤 안부 인사 [No.124]

글 |송준호 2014-02-04 3,261

2013년의 마지막 두 달은 한 해 결산과 새해 전망 기사와 함께 보냈다. 두통과 협심증의 협공을 견뎌내며 숙성된 원고가 하나둘씩 완성되는 동안, 창밖에서는 종종 함박눈이 내렸고 인터넷에서는 성탄절을 기다리는 핑크빛 설렘들이 출현했다. 누군가에게는 메리한, 누군가에게는 메리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말은 이래도 솔직히 별로 우울하진 않았다. 원래 좀 시니컬한 사람이기도 하고, 게다가 최근 시국이 그런 분위기에 취해 있을 상황도 아니어서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무색하게 지난 한 달은 고려대에서 촉발된 대자보 신드롬이 사회를 뒤덮었다. ‘안녕들 하시냐’는, 안부 인사를 빙자한 시국 선언은 곧 안녕하지 못한 전 계층으로 확산돼 누군가의 응답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응답은 최루액과 물대포, 강제 진압이었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당사자는 귀를 막고 ‘말이 안통하네트’가 됐다. 과거로 역주행하는 그 불통의 설국열차에서 살아남고자, 지금도 사람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실 ‘연대’나 ‘참여’ 같은 단어들은 냉소주의자나 귀차니스트들에게는 겁이 나는 말이다. ‘의미는 좋지만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섬’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윌 프리먼의 태도가 바로 그렇다. 그는 섣불리 타인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골치 아픈 일이라도 떠안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다. 적당히 즐겁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이 피터팬 같은 남자는 누구와도 깊은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홀로 쿨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쓰나미처럼 밀고 들어온 한 소년의 침범에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작품이 소통이나 관계 맺기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다른 건 이 지점이다. 영화는 소통이 쉬운 것이라고 설파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은 어려우며 어떤 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윌 프리먼은 소년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그의 삶에는 끼어들지 않으려고 한다. 소년의 문제는 결국 소년만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우울증 환자인 소년의 엄마의 자살 방지를 위해 소년의 삶에 연대하는 건 거기서 자신과의 연결 지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인간은 섬이다’라는 처음의 생각이 ‘인간은 연결된 섬이다’라고 살짝 바뀌는 정도다. 하지만 이 약간의 변화만으로 그도, 소년도, 소년의 엄마도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게 됐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이런 최소한의 ‘연결’을 위한 시도인 것 같다. 애초에 모든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보하는 정부의 태도에선 이 같은 연결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은 지난 정부를 거치며 이미 불통의 시대를 견디는 방법을 터득하긴 했다. 어떤 희망이나 기대감도 갖지 않고 타인으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둔 채 먹고사니즘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런 결과 지금 우리는 더욱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다. 차단된 채 방치된 이들은 새해에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한때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가벼운 인사말로만 기능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4년은 과연 그때처럼 가볍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4호 2014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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